모님의 페이퍼를 보고 필을 받아서..^^

어느새 우리나라에서도 (최소한 알라딘 서재 내에서는) 알랭 드 보통이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아요. 보통의 책들을 대략 찾아보니 최근에 부쩍 많이 번역 출간되었더군요. 저는 제멋대로 보통씨에게 상당히 애증(?)을 느끼고 있는데;;; 보통씨를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한 3년쯤 된 것 같아요. 어디선가 보통씨의 On love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된 것이 계기였죠.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었나요? 보통씨의 초기작으로 비행기에서 만난 커플의 이야기입니다. 보통씨의 번역본 책 제목은 원래 제목과 워낙 연결이 안되어서 알라딘 검색을 해봐도 무지 헤깔려요 ㅠ_ㅠ)

그 기사를 누가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기사를 읽고선 어찌나 홀딱 반했던지 바로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고 서점에 가서 바로 질러버렸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훨씬 싸게 살 수 있는데다가 중고책을 애용하는 저로써는 정말정말 드문 일이었지요.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그랬겠어요. 그리고 나서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진도가 나가질 않았어요. 내용도 나쁘지 않고, 단어들이 특별히 어려운 것도 아니고, 문단들이 짤막짤막하게 끊겨있어서 보기도 편한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죠. 읽고 있으면 왠지 집중이 되질 않고 자꾸 생각이 다른 곳으로 멀리 달아났어요. 어쨌든 비싸게 주고 산 책이었기 때문에 겨우겨우 끝까지 읽고나서 내공이 부족한게야..하면서 자책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두번째 시도를 했어요. 아마존에서 꽤나 평이 좋았던 프루스트를 구했죠.

이번엔 지난번처럼 위험을 무릅쓰지 않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습니다. 역시 결과는 ????였어요. 그 당시 좀 바쁠때이기도 했지만, 읽었던 줄을 또 읽고 또 읽고, 정신차려보면 아까 봤던 부분을 다시 보고 있고..아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하여간 힘들게 힘들게 뒷부분은 읽는둥 마는둥 독서를 마쳤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의 무식함을 탓하며 한동안 보통씨를 봉인했습니다 -_-;;;

그리고 보통씨의 새 책이 나왔다길래 고민고민하다가 작년 초쯤에 또 질러버렸습니다. 아까부터 썼지만 중고책을 사랑하는;;; 저로써는 무지 드물게 새 책을 주문했죠. 그래서 온 책이 바로 요녀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안'으로 번역되어서 나왔죠. 불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 도대체 왜 '불안'이라는 책을 주문했는지 스스로도 잘 이해가 안되지만, 보통씨를 믿는 마음과 함께 이제는 그래도 조금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혔던 것 같습니다;;; 결과는 역시 참패 ㅠ_ㅠ 이전 책도 그렇지만 이 책에도 상당히 인용이 많이 나오는데, 대한민국에서 한글로 착실히 의무교육을 받은 저로써는 모든 역사적 사실이나 유명한 저서들의 제목이 몽땅 한글로 머리에 입력되어있는 탓에 하나하나 나올때마다 멈칫 멈칫하게 되더군요. 그러다보니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되고...이 책을 열심히 읽으려고 나름대로 계획까지 세웠는데, 바로 비행기 안에 이 책만 가지고 타는 것이었죠. 어차피 비행기 안에선 할 일이 없으니까 책을 열심히 읽게되지 않을까..하는 속셈이었는데 결국 몇 챕터 읽다가 자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이 책은 회사 책상에 곱게 꽂혀있어요. 언젠가 마무리를 져야하는데...하면서..

그리고 제가 선택한 극약처방이 바로 여행의 기술. 여행관련 서적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보기 때문에 이 책은 정말 술술,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지막 희망을 걸었죠.

사실 이 책도 서점에 갈때마다 쪼물딱쪼물딱 어찌나 만졌는지 손때 다 묻었을꺼에요. 그렇지만 차마 살 용기가 나질 않아서 결국 도서관에서 빌렸지요. 처음엔 조금 잘 나가는가 싶더니만, 역시나 보통씨 특유의 만연체와 가끔씩 튀어나오는 불어에 겁먹고 아직 50 페이지도 진도가 나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읽긴 읽어야 하는데...ㅠ_ㅠ

그래도 이렇게 줄기차게 보통씨의 책을 시도하는 건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어요. 다들 좋다고 하시니까 포기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내용면에서는 끌리는데 원서로 읽기에는 아마도 영어가 부족한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영어의 문제이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보통씨 글의 흐름을 따라가는 사고력이 부족한지도 모르겠네요. 재미있다 없다를 떠나서 '진도' 자체가 나가질 않거든요. 아니면 단순히 보통씨와 궁합이 안 맞는지도;;;

어쨌든 저는 이제 마지막 시도로 번역본을 읽으려고 해요. 마침 ebook으로 출간되었길래 '우리는 사랑일까'를 장바구니에 넣어 놓았습니다.  (근데 로맨틱 무브먼트=우리는 사랑일까 맞나요? 헤깔려요;;) 이 책이 마음에 들면 다른 책들도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볼 생각입니다. 그치만, 이 책도 잘 읽히지 않으면 전 보통씨에게 깨끗하게 백기들고 항복선언하려구요.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를 하고 읽는 우리는 사랑일까. 무척 기대됩니다 ^___^;;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春) 2006-01-12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On Love의 한국판이구요. On Love는 미국판이구요. 따라서 원제는 Essays in Love예요. 영국판.

하루(春) 2006-01-1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맨틱 무브먼트,가 우리는 사랑일까, 맞아요.

하루(春) 2006-01-12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ww.alaindebotton.com에 가면 영국판, 미국판 책 표지 다 있어요.

Kitty 2006-01-12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하루님 친절한 댓글 감사합니다. 항상 헤깔렸는데 수수께끼가 풀렸어요 ^^
개인적으로 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랑 우리는 사랑일까.라는 제목은 별루에요. 제목인데 너무 많이 풀어썼다는 느낌이랄까요;;;;;

마늘빵 2006-01-1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영문판 표지를 보니 또 색다르군요.

하이드 2006-01-1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사랑일까. 는 원서로 읽어도 잘 읽히는데. =3=3=3

Kitty 2006-01-13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 그렇죠? 표지 선정도 나름대로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표지에 이끌려서도 많이 사거든요 ^^

하이드님/ 쿵. 저는 아무래도 내..내공이..어흑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