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핸드폰 만들기다.
후지고 또 후지면서 기본료 40불이나 받아먹던 AT&T의 마수에서 벗어나 터치폰을 마련했고,
헬로키티 배경화면을 깔고 2살짜리 울 조카랑 함께 -_-;; 데굴데굴 구르면서 좋아했다.
그런데 갓 마련한터라 아무도 전화번호를 모르는 내 핸드폰에
하루에도 몇 번씩 모르는 사람에게서 전화나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 화장품 무료 샘플 받아가세요~
- 공연 50%가 할인됩니다. 지금 바로 접속하세요.
이렇게 광고성 문자부터,
- ㄴㅎ 야 오랜만이다~ 뭐하고 지내?
- ㄱ ㄴㅎ님 xx 병원 xx시에 예약되었습니다.
와 같은 개인 문자, 그리고 '여보세요?' 하면 'ㄴㅎ 핸드폰 아닌가요?' 하는 낯선 사람들의 전화까지.
처음에는 그냥 '아 전화 번호 바뀌었습니다'라고 가르쳐주거나 문자는 그냥 무시하거나 했었는데,
아차차, 누가 쓰던 번호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예전 사용자에 대한 개인정보가 솔솔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 ㅇㅈ ~ 마트에서 oo원을 결재하셨습니다.
(아 이 사람이 ㅇㅈ에 사는구나)
_ xx 음식점에서 BC 카드로 xx원을 결재하셨습니다.
(이 사람은 BC 카드를 많이 쓰는군)
- xx 은행에서 알려드립니다
(주거래 은행이 여긴가)
- ㄴㅎ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생일이 9월 x일이군)
- 선생님~ 생일 축하드려요~~
(직업이 선생님인가부지. 학교 선생님? 아니면 학원 선생님?)
- ㄴㅎ아 너 영문 이름 xxxxx 맞아?
(영문 이름이라니, 어디 여행을 가나보군)
등등등...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라는 유행가 가사도 있지만 (아 이건 아닌가? ㅡㅡ)
우연히 같은 전화번호가 얻어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생면부지의 사람, 앞으로도 만날 가능성이 제로에 육박하는 먼 ㅇㅈ에 사는 ㄱㄴㅎ씨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름, 생일, 금융거래 정보, 친구 이름, 카드 결제로 파악할 수 있는 스케줄까지.
친한 친구조차도 알기 힘든 정보까지 알게된 나에게 ㄱㄴㅎ씨는 이미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익숙한 이름.
내 정보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흘러나갔을까? 어디서 내가 쓰다 바꾼 번호나 아이디를 통해.
누군지 알수만 있다면 이러저러한 문자랑 전화가 오니 조치를 취하라고 조언하겠지만
도무지 연락할 길이 없으니 여기서 외쳐본다;;
ㄱㄴㅎ씨~~ 오겡끼데스까~~;; 얼른 여기저기 전화번호 변경하세요~~~
(물론 위의 ㅇㅈ와 ㄱㄴㅎ은 모두 가명입니다.)
결론은...번호 바꾸면 얼릉얼릉 서비스 이동시킵시다 ㅠㅠ 무서운 세상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