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클림트 전시회 가기 전에 꼭!

하이드님 서재에서 클림트전에 대한 소문을 얻어듣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알라딘에서 벌써 클림트전 관련 리스트까지 만들어 놓았네요. ㄷㄷ
클림트야 우리나라에서 한 인기 하는 작가 중 하나이므로 성황을 누릴 것 같군요. 
전시 기간이 5월 15일까지라니 올봄에 한국 좀 일찍 가면 볼 수 있으려나요? 

각설하고. 클림트 하니 예전 생각이 나서 페이퍼 쓰기를 꾹 눌렀습니다.
아~~주 오랜 옛날 유럽 배낭여행 갔을 때의 일인데요. 유로화 통합이 되기 전이니까 한 10년쯤 된 듯 ㄷㄷㄷ 
친구랑 둘이 가서 유럽 한바퀴 찍고 돌기를 했었어요. 늦여름? 아니면 초가을쯤이었다고 기억해요.
유럽은 초행길이 아니었지만 오스트리아는 첫 방문이었습니다.
신나게 쉔브룬 궁전이랑 빈 미술사 박물관 등등 관광지를 휙휙 돌고 나서 오후 늦게쯤 벨베데레로 갔어요.

그런데 별 생각 없이 돈을 쓰다 보니까 오스트리아 실링이 거의 남지 않게 되어버린겁니다!
(그 때 생각하면 지금은 유로가 통합되어서 참 여행하기 편한 듯. 물가는 올랐지만 ㅠ_ㅠ)
그날 밤기차로 다른 나라로 넘어가게 되어있었기 때문에 다시 환전을 하기도 뭐하고,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돈을 아껴써야겠다고 다짐한 후, 벨베데레 정원을 구경한 다음 벨베데레 미술관으로 갔어요. 
벨베데레는 클림트의 '키스' 등으로 유명한, 클림트 작품을 다수 소장한 곳이죠.
그런데 주머니를 아무리 탈탈 뒤져봐도 두 명 입장료가 안나오는 겁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차역까지 갈 버스비는 남겨두어야 했기에 저녁을 굶는다고 쳐도 돈이 모자랐어요. 한 명밖에 들어갈 수가 없었지요.

어쩔 것이냐. 저와 친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둘 다 포기하고 그냥 갈 것이냐, 아니면 한 명이라도 들어가서 볼 것이냐.
(어휴 지금 생각하면 그냥 카드로 긋고 보면 되는데 그때는 돈도 없었고 융통성은 더더욱 없었다는;;;
복대 속에 꿍쳐놓은 신용카드 쓰면 거덜나는 줄 알았으니 ㅎㅎㅎ 거기까지 가서 환전 때문에 안보고 왔으니 나참 ㅋㅋ)

그런데 아무리 봐도 친구가 너무너무 보고 싶은 눈치인거에요.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사실 클림트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친구는 많이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선심쓰듯 '그냥 너만 보고 와. 난 밖에서 기다릴께.' 그래버렸습니다.
친구가 엄청 미안하다는 듯이 '진짜 그래도 돼? 괜찮아? 너 심심하잖아...'막 그러길래
'나는 여기서 조각 구경하고 있을래. 그냥 빨리 후딱 보고 와.' 하고 억지로 친구를 들여보냈습니다.   
 
 

 

그리고선 벨베데레 조각 정원을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는데 (사진의 바로 저 곳!) 그 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조각 하나하나 쓰다듬고 정원 사진도 요리조리 찍어보며
'에이..별거 아니야. 나중에 와서 또 보지 뭐. 난 클림트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뭐.'
비맞은 중처럼, 아니 포도를 바라보는 여우처럼 중얼중얼거리며
다리 아픈줄도 모르고 정원을 쉴새없이 뱅뱅 돌기를 30분;;;; 진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나더군요. ㅎㅎ   

 



 

그리고 거의 정확히 30분 후, 친구가 구경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사실 30분에 뭘 봤겠어요 -_-
그냥 헐레벌떡 들어가서 클림트 어딨니? 물어보고 으다다다 그리로 뛰어가서 유명한 것만 몇 개 보고 온 것 같았어요.
'생각보다 엄청 작아. 근데 금이라서 아주 화려해. 여자 손이 꼬부라진게 너무너무 인상적이야' 등등
미안한 맘 반, 보고 싶은 그림을 본 감동 반, 이렇게 마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냥 '너 잘 봤으면 됐어. 난 사실 클림트 그냥 그래'이렇게 대꾸하고는 버스 정류장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어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자기가 솔선해서 양보해놓고서도 왠지 후회도 되고, 심통도 좀 나고, 그렇다고 상대방한테 뭐랄 수는 없고...ㅎㅎ
하여간 그 때는 참 어렸습니다 ^^;; 

그리고 제 다짐(?)과는 달리 그 후에는 다시 비엔나에 가지 못했네요. 
유럽에 갈 때마다 일정이 꼬여서 비엔나는 항상 빠졌었고...짤즈부르크까지 갔을 때에도 기어이 못갔으니...
언젠간 가게 될까요? 
(카프리의 푸른 동굴, 비엔나의 벨베데레, 피렌체의 우피치 이거 세 개가 유럽에 맺힌 한입니다 ㄷㄷ)  

클림트의 키스를 볼 때마다 10년전 그 날의 벨베데레 정원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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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1-28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한번 다시 방문해달라는, 클림트의 주문이네요 ^^
그 친구도 속으로 많이 미안했을 것 같아요.
저 위의 벨베데레 정원은 영국식 정원보다는 프랑스의 루브르 궁에서 본 정원과 비슷한 양식인것 같네요? 잘은 모르지만 ^^

Kitty 2009-01-29 06:37   좋아요 0 | URL
클림트의 깊은 뜻인걸가요? ㅎㅎ
친구가 엄청 미안해했는데 또 얼마나 보고싶으면 혼자 들어가서 봤겠어요;;
지금도 그 생각하면 웃겨요. ㅋㅋ
말씀대로 전체적으로 오스트리아는 영국보다는 프랑스랑 많이 닮았죠.
부르봉-합스부르크 이런 애들이 다 끼리끼리 결혼하고 다스리던 나라라서 그런거 같아요. ^^

바람돌이 2009-01-29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에 서울을 갈까 말까 갈까 말까 한 백 번쯤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냥 고민 끝이네요. 클림트라니.... 오스트리아를 안가고도 클림트를 볼 수 있다는데 이런 횡재를 어떻게 놓치겠어요. ^^
이 글에서 키티님 진짜 귀여우신듯... 저기까지 가서 클림트를 못보고 친구만 들여보내다니요. ^^

Kitty 2009-01-29 06:39   좋아요 0 | URL
우웅 서울을 오신다길래 어디 계신걸까 잠시 생각했어요. 부산에 계시다는걸 자꾸 까먹네요. ㅎㅎ
클림트 작품들이 해외에 잘 대여가 안된다던데 정말 좋은 기회 같아요. 게슴츠레 유디트도 온대요 ^^
그러나 저는 클림트와는 인연이 없을 뿐이고...ㅠㅠ

마노아 2009-02-0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에피소드에요. 이번엔 꼭 클림트와 조우하셔요! ^^

Kitty 2009-02-03 07:46   좋아요 0 | URL
^^ 그래야되는데 봄에 휴가 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좌절중이네요 ㅠㅠ
마노아님 상하이 전후기(?) 열심히 보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