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프라도 마지막 포스트가 될 듯 (이 게으름 ㅠㅠ)  
크게 49와 56A 두 개의 전시실을 중점적으로 써보겠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좋은 전시실이 많아요)


<49 전시실>

0층 도로쪽에 자리잡고 있는 이 길쭉한 대형 전시장은
프라도 내에서 가장 유명한 이태리 대가들의 작품이 대부분 걸려있는 지뢰밭(금밭?)입니다. ^^ 
중앙에 의자도 준비되어 있어서 아픈 다리를 쉬면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때쯤 되니 다리가 부러지기 일보직전에 체력이 거의 바닥나서
거의 의자에 드러누워서 봤어요 ㅠ_ㅠ;;;




 1번



2번



3번


일단 들어가자마자 입구에서 가까운 쪽 왼편에 보이는 것은 바로

보티첼리의 나스타지오 델리 어네스티 이야기 시리즈 (Botticelli, The Story of Nastagio degli Onesti)
(우피치에 좀 눈물겨운 사연이 있어서 보티첼리만 보면 환장합니다 -_-;;)

시리즈 4점 중 3점이 프라도에 있고 한 점은 미국인 수집가가 개인 소장.
(개인 소장도 좋지만 이런 연작은 좀 자제하시면 안되냐고요....-_-;; 결말을 못보다니 ㅠㅠ)
참고로 네 번째 그림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결혼식 장면이죠.
 




한 그림에 여러 장면을 담은 작품을 좋아해서 ^^;; 이것도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 연작은 데카메론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실연으로 상심한 청년이 숲속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좋아하는 여성이 자기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매일 같은 시간에 저주를 받아 말탄 기사에게 쫒기며 내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벌을 받는 환상을 보고
그 여자에게 그 장면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비로소 결혼 승낙을 받는다는 이야기.

1번은 여자가 사냥개에게 붙잡히는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고,
2번은 더 무섭죠. 기사가 여자의 등을 가르고 내장을 꺼내는데, 오른쪽 아래를 보면 개들이 내장을 뜯어먹고 있습니다;
2번 그림의 뒷배경에는 다시 여자가 기사에게 쫒기는 장면이 자그맣게 그려져 있는데, 
이렇게 해서 매일매일 반복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3번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저주가 벌어지는 숲속에서 잔치를 벌이는 장면인데
눈앞에서 자기가 저주를 받은 환상을 보게 된 맨 왼쪽의 여주인공은 경악하고,
맨 오른쪽 나무 밑에는 여주인공의 시녀가 주인공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이는 장면이 나오죠.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보티첼리다운 꼼꼼한 터치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었어요.
특히 두번째 그림 섬뜩하다는 ㄷㄷ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Fra Angelico, The Annunciation)
 

이게 제 기억이 맞다면 1420년대의 원래 제단 장식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만큼 테두리가 오래된 티가 나긴 났습니다만, 어떻게 1400년대 것이 이렇게 보존되어있는지 ㄷㄷ  
일단 그림 이전에 둘러싸고 있는 금장식 프레임에 감탄했습니다 ㄷㄷ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수태했음을 알리는 장면인데 재미있게도 왼쪽에 보면 아담과 이브가 등장하죠.
구약과 신약이 짬뽕된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ㅋㅋ
왼쪽 맨 위의 빛이 나오는 곳에 보면 하느님의 손이 자그맣게 그려져있어요. 뿅-하고 빛을 쏘고 계신다는 ㅋㅋㅋ
또한 건물에 비해 인물인 가브리엘과 마리아가 매우 크게 그려져 있는데요,
그렇게 해서 인물을 더욱 강조한 것 같아요.

 




메시나의 천사에게 기댄 예수 (Messina, Dead Christ held up by an Angel)

두말이 필요없습니다. 그냥 보는 사람까지 슬퍼져요 ㅠㅠ
표정이 정말 너무 절절하죠 ㅠㅠ
고통받는 예수뿐만 아니라 항상 방실방실 웃고 있을 것 같은 천사까지 저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옆구리의 상처가 일단 눈에 띄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손에도 못박힌 상처가 있어서 안타까움을 더해줍니다. 
중앙에 워낙 임팩트가 강한 주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뒷배경까지 소홀히하지 않은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의 머리털과 수염은 정말 정밀하게 표현을 했더군요. 

 



 
라파엘로의 추기경 (Raphael, The Cardinal)

사실 라파엘로의 작품은 이거 말고도 여러 개가 있었는데 정신이 혼미해져서 잘 기억이 안나네요. ㅠㅠ
딱히 인상적인게 없었기 때문인지...
라파엘로의 가장 전성기에 그린 그림으로, 모나리자에서 구도를 차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붉은 망토의 옷자락이 지금이라도 사각사각 소리를 낼 것 같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죠.
마치 3차원같은 2차원, 실물보다 더 진짜같은 초상화입니다.


<75 전시실>





틴토레토의 제자의 발을 씻기는 예수 (Tintoretto, Foot Washing)


역시 아주 유명한 작품이죠. 굉장히 길쭉한게 인상적이었어요.
마지막 만찬을 하기 전에 예수가 겸손과 섬김을 몸소 실천하며 제자 베드로의 발을 직접 씻어주는 장면이죠.
왼쪽의 다른 제자는 신발 벗고 있는 듯? ㅋㅋ 
주체가 되는 발을 씻기는 장면이 왼쪽 가장자리로 쏠려있고 정가운데는 엉뚱하게 강아지가 떡하니 자리잡았는데요;;
왜그런가 했더니 이 그림이 원래 걸려있던 위치때문에 그렇다네요.
오른쪽에서 그림을 바라보면 발을 씻기는 장면이 앞으로 두드러져 보이고 다른 제자들은 멀게 보여요.  


<58 전시실>





반 데어 바이덴의 십자가에서 내림(Van der Weyden, The Descent from the Cross)

상당히 꼼꼼하고 입체감이 잘 느껴지는 작품인데, 주인공인 예수보다도  
시리도록 푸른 드레스를 입고 충격에(혹은 슬픔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마리아의 모습이 눈에 확 띕니다.
게다가 굉장히 커서 인상적이기도 하구요. 반 데어 바이덴에 대해 좀 더 공부해봐야겠다고 느끼게 한 그림. 


<55B 전시실>

 




뒤러의 자화상 (Durer, Self-Portrait)

젊은날 뒤러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 수작입니다.
머리가 매우 빠글빠글하다는 점과, 입은 옷이 무척 난해하다는게 인상적인데 ^^;;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옷이죠? ^^;;;




 


뒤러의 아담과 이브 (Durer, Adam and Eve) 

제가 갔을 때에는 복원 작업 때문에 아담 홀로 외로이 서있었습니다.
왜 홀아비를 만드냐구!!!!!!!! 둘이 같이 붙여놓아야지!! 

 
<56A 전시실>


쨔자자잔~ 드디어 프라도 최고의 충격 ㄷㄷㄷㄷㄷ 56A 전시실입니다.
15-16세기 네덜란드-플랑드르 화가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곳인데
브뤼겔의 죽음의 승리에서 시작하여 압권인 쾌락의 정원까지 정말 하나하나가 충격적이지 않은 작품이 없습니다.
전시실도 어두컴컴해서 전체적으로 뭔가 요기(妖氣)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_-;;;;
하여간 벨라스케스, 고야만큼이나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실! (강조)





브뤼겔의 죽음의 승리 (Brueghel, The Triumph of Death)

농민의 화가 브뤼겔, 훈훈한 계절 연작 시리즈, 뭐 이런 분위기를 떠올리면서 이 그림을 대하면
이미지 박살납니다 -_-;;;   전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을 해골 군대로 표현한 작품인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욱 오싹한 그림입니다 ㄷㄷㄷㄷ

해골들이 말을 타고, 칼을 들고, 고문 도구를 들고 산 사람들에게 달려듭니다.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서 피를 흘리며 여기저기 쓰러져있죠.
그러나 적은 해골(죽음)이기 때문에 피도 눈물도 없이 베고, 자르고, 찌르고 있어요.
화폭 전체에 무수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아무리 꼼꼼히 흟어봐도 단 한 사람도 해골을 이기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 
결국 제목 그대로 '죽음의 승리'인 것이죠. 
저도 코앞까지 다가가서 유심히 뚫어지게 봤지만 이 심난한 그림에 돋보기를 대고 보는 사람도 있더군요. ㄷㄷㄷ  
그만큼 세밀한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파티니르의 명계의 강을 건너는 카론 (Patinir, Crossing the River Synx)


요아킴 파티니르의 새로운 발견은 프라도 최고의 수확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네요. 
Patinir 또는 Patenier라고 표기하던데 뭐가 진짜 맞는 철자인지?;;;
네덜란드의 화가로 그 때까지 인물의 배경 역할에 지나지 않던 풍경을
하나의 대상으로 전면에 부각시킨 사람이죠.  

솔직히 이 이미지 파일은 원작의 느낌을 단 20%도 못 살리고 있습니다. 
저 강물의 색깔이 정말 오묘하고도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진한 청록색을 띠고 있는데,
보는 순간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제가 위에서 요기(妖氣)라는 말을 썼는데, 그 말이 딱 맞아 떨어지는 색입니다.
강을 건너는 영혼을 태운 작은 배의 앞에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무튀튀한 연기도 올라오는 것 같고, 입구에는 지옥의 개 케르베루스가 지키고 있지요.
파티니르는 보쉬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는데, 이 지옥에도 보쉬의 영향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파티니르의 성 안토니의 유혹(Patinir, The Temptation of Saint the Anthony Abbot)


이것 역시 파티니르의 작품인데, 풍경만 파티니르가 그리고 인물은 다른 인물 전문 화가가 그렸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이러한 협력 작업이 꽤 흔했다고 해요.

성 안토니를 둘러싼 여러 유혹이 꽤나 흥미로운데,
아름다운 여성들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저 노파는 뭘까요?;;; 그리고 뒤에서 옷을 잡아당기는 원숭이!
엘 그레코의 그림 중 하나에서도 원숭이를 교활하고 악한 이미지로 묘사해놓은 것이 있던데 
옛날에는 원숭이를 그렇게 보았던 것일까요?
 
그러나 이 작품 또한 주목할 것은 인물보다도 뒷풍경이 되겠지요.
위의 그림과 너무나도 비슷한 분위기가 아닙니까? 
사실 파티니르의 작품이 모두 이런 것은 아닌데 왜 이런 분위기의 그림만 모아놓았는지 ㅎㅎㅎㅎ
 



 
보쉬의 7가지 원죄 (Bosch, Table of the Motal Sins)

스페인 사람들은 보쉬를 사랑하나봐요.
엘 보스코 엘 보스코(El Bosco) 그러면서 너무들 좋아하더라구요 ㅋㅋ
이 작품은 56A 전시실 중앙 탁자 유리 안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벽에 걸린 작품이 아니라서 빙빙 돌아가며 봐야하죠 ^^;;;







보쉬의 쾌락의 정원 (Hieronymus Bosch, The Garden of Delights)


너무너무 유명한 보쉬의 대표작. 백문이 불여일견 + 유구무언입니다.
이 괴상하고도, 요상하고도, 정신없고도, 환상적인 그림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자료가 나와있기는 한데요,
실제로 보니 100배쯤 더 괴상합니다 -_-;;;;;;

도대체 15-16세기 네덜란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요?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가 있는거죠?   
그야말로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그 자체입니다;;;;;;;;;
20세기 초현실주의? 노노. 무려 16세기에 수백년 후 초현실주의를 뛰어넘은 보쉬가 있습니다 ㄷㄷㄷ
굉장히 규모가 큰데, 듣도보도못한 괴물들이 수십 수백가지 등장하죠.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이런 그림을 그리고 정신병원에 갇히지 않은게 신기하죠(정신병원이 존재하지도 않았겠지만) ㄷㄷㄷㄷ

한가지 재미있는건 딸기가 굉장히 자주 등장한다는 것인데요, 보쉬는 딸기를 좋아했나봐요.ㅋㅋ 


이 외에도 참 좋은 작품이 많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참참, 미술관 숍도 굉장히 이뻐요. 책도 많고, 구경하기 좋습니다.
저는 시녀들 마우스패드를 하나 샀어요. 매일매일 보고 싶어서 ^^ 
엽서도 많이 사고 싶었는데 제일 작은 것이 한 장에 1 유로라는 미친 가격 -_-;;; 
20불씩 입장료를 받아먹는 모마조차 50센트인데...지금 장난? ㄷㄷㄷ 할 수 없이 겸손하게 몇 장만 움켜쥐고 ㅠㅠ
쥐가 나려는 다리를 질질 끌며 미술관 카페에서 간단하게 빵이랑 차를 시켜먹은 후 아쉬운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10시에 들어갔는데 5시가 거의 다 되었어요 ㅠㅠ 정신차려보니 점심도 거르고 -_-;;)

자 이제는 축구를 보러 축구장으로 고고씽-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스탕 2008-12-19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사에게 기댄 예수'의 예수님은 다른 그림의 예수님들보다 살이 찌셨네요..;;;
(잘 몰라서..;;)보티첼리라는 화가인가봐요. 4번까지의 그림중 3가지만 있고 하나는 개인소장이라는 연작이요.
제 개인생각도 저런 작품은 개인이 소유하지 말고 나란히 걸어뒀으면 좋겠어요.
물론 개인 재산이니까 적정선의 보상은 필요하겠죠.
혼자 즐기지말고 여럿이 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요즘 키티님 덕분에 구경 잘 하고 있습니다 :D

Kitty 2008-12-20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그쵸!!!!! (무스탕님 손 덥썩 잡는다!) 제 말이 바로 그겁니다!!!!!
개인 수집가님 자제 좀 부탁드린다는...
저런 연작은 나란히 걸어서 해피엔딩까지 여러 사람이 같이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잘 보셨다니 뿌듯합니다 ^^


마노아 2008-12-2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개인수집가는 나머지 세장도 자기가 소장하지 못한 걸 억울해하고 있을 거예요.ㅡ.ㅡ;;;
예수님 피흘리고 계신데 저는 복근이 거들 착용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다니, 너무 미안한 거 있죠.천사 표정이 정말 슬퍼보여요...

Kitty 2008-12-20 16:42   좋아요 0 | URL
저 물 마시다가 뿜었습니다 거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스탕님도 언급하신걸 보니 저 예수님의 몸매가 참으로 눈길을 끄나봅니다 ^^;;
개인 수집가님은 자비 좀 굽신굽신 ㅎㅎ 좋은건 나눠야죠!

하이드 2008-12-20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뤼겔 충격과 공포군요;; 보쉬.. 상상만 해도 ㄷㄷㄷ 인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고 하니, 음...

Kitty 2008-12-20 16:47   좋아요 0 | URL
진짜 충격적이에요. 해골들이 너무 무서워요;; 저 그림을 뚫어지게 보고 있으려니 영화 아이로봇인가? 거기에 나오는 로봇 군대 생각도 나고 ㄷㄷ
보쉬는 휴...시대를 앞서간건지 범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천재인건지(둘 다?) 하여간 우째 500년 전에 저런 그림이 나올 수 있었는지 그저 불가사의할 뿐입니다.

바람돌이 2008-12-29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쉬는 정말 요즘 갖다놔도 대단한 상상력이죠. 저 시대에 어떻게 저런 상상이 가능했을까 늘 궁금하다니까요? ㅎㅎ

Kitty 2008-12-29 12:04   좋아요 0 | URL
진짜 대단해요. 프라도에는 생각보다 보쉬의 작품이 많고, 스페인 사람들도 아주 좋아하는 화가인 것 같더라구요. 따로 보쉬에 대한 안내책자도 구비되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