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럴수가;; 
소설가 김연수씨가 남자였군요? 저는 왜 이제까지 여자인 줄 알았을까요? -_-;;;

제가 한국소설에 좀 많이 무식합니다 -_- 아니 한국뿐만 아니라 국내외를 막론하고 소설 자체에 아주 무지하죠;
제 독서는 99%가 비소설에 편중되어있고 아주 편식이 심해서 소설은 가뭄에 콩나듯 읽긴 합니다만; (1년에 1-2권?;;;) 
그래도 멀쩡한 남자 소설가를 왜 여자라고 착각하고 있었을까요?; 

일단 제 지인 중에 '연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친구가 있다는게 첫번째 이유가 될 것이고 -_-;;
두번째는 제가 김연수씨 책을 읽은 적은 없고 이 분의 글을 접한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라는 책의 추천사를 통해서인데 그 추천사를 읽고 진짜 100% 여성이 쓴 글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글 자체는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만 -_-)

스밀라. 그녀는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자다. 매력이란 깊은 존경심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스밀라가 내게 보여주는 세상은 구름과 눈과 얼음의 세계다. 음악처럼 언어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그 세계를 스밀라는 내게 보여준다. 나는 스밀라가 보여주는 세계를 마음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그럴 때, 나 역시 스밀라처럼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늘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몇몇의 순간의 나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아마도 이 책을 펼친 당신 역시 그렇지 않겠는가.

도그지어(dog's ear)라는 건 개의 귀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건 문자를, 그리고 문자로 표현되는 세계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예의바른 행동이다. 도그지어라는 건 책장의 한쪽 귀퉁이를 삼각형으로 접어놓는 일을 뜻한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날 때, 나는 그 순간을 그렇게 접어놓는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어떤 점에서 그렇게 접어놓은 삼각형들을 책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밀라를 읽는 일은 그 일이 얼마나 깊은 사랑에서 비롯하는 것인지 이해한다는 뜻이다.

스밀라의 세계로 초대받는 자들이 결국 알게 되는 것들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그토록 깊은 이해다. 인간이란, 이 세계란, 도대체 우리란 과연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이 세계를 둘러싼 음모나 투쟁 따위는 스밀라에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한 아이가 지붕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점뿐이다. 자신이 읽은 눈(雪)과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그 아이의 죽음이 서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스밀라는 길을 떠난다. 그 사소한 죽음을 납득하기 위해서. 그럴 줄 알았더라면 북극해로 들어가기 전에 그 '차가운 여자'에게 입이라도 맞춰줄 것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당신도 나처럼 스밀라에게 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여행자의 숙소를 떠올리게 만드는 아파트에 돌아와 이 우주에 크레머가 연주하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만큼 아름다운 것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스밀라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은, 영하 40도에서도 얼어붙지 않는 구름 속의 물방울들처럼 역경에 그런 식으로 대처하고 싶다고 말하는 스밀라에게 마음이 뺏기지 않는 사람은, 적어도 내가 아는 세상에서는 없다.

물론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세상에는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이 있을 뿐이다. 오랫동안 내 마음을 뺏어갔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좋은 소설이다. 언젠가 나는 '당신이 죽기 전에 읽어야만 하는 추리소설' 리스트를 뽑은 적이 있었다. 이 책은 그 리스트의 제일 마지막 책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 책까지 읽고 나면, 더이상 당신이 죽기 전에 읽어야만 하는 추리소설이란 없다. 죽기 싫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다시 스밀라에게 매혹되는 순간이 찾아올 때까지. 우리가 한번 더, 이번에는 좀더 깊이 인간을 이해하게 될 때까지.

스밀라를 처음 만나는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그녀에게 더 많이 더 자주 입을 맞춰 주기를. 마땅히 인간이라면 그러하겠지만. 부디. - 김연수 (소설가)

(알라딘 소개 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그런데 남자분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글을 보니 또 전혀 느낌이 다르네요.
남자가 쓴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이 무슨 조화일지;;; 선입관의 힘 ㄷㄷㄷ

혼자 제멋대로 착각하고 혼자 깨달음을 얻은 하루였습니다..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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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07-0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핫;;;
저는 영화 번역하시는 이미도씨가 남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죠;;

무스탕 2008-07-08 08:37   좋아요 0 | URL
이미도씨를 몇 년전에 티비에서 본적이 있었어요.
(사실 전 그 프로그램을 보기 전엔 '이미도' 라는 사람도 몰랐다지요..;;)
이미도씨의 작업실겸 집에 갔었는데 문을 들어서자마자부터 발 디딜곳이 없더군요 -_-
그런데요, 그거 정리한다고 건드리면 큰일난대요.
뭐가 어디있는지 본인은 다 안다고요 ^^;

안녕하세요. TurnLeft님, Kitty님 :)

Kitty 2008-07-08 12:02   좋아요 0 | URL
Turnleft님/ 맞다 ㄷㄷ 이미도씨도 여자인 줄 알았어요;
전 왜 두루두루 무지한걸까요 -_-;;

무스탕님/ 앗 무스탕님 인사드린 적이 없었나요? 전 왜 마냥 친근하죠?ㅋㅋ
극장에만 가면 나오는 그 이름 이미도씨가 실존 인물이라니 신기하네요 ^^
그런데 하도 많이 번역을 하셔서 왠지 만화가처럼 문하생을 줄줄히 데리고 있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어요 ㅋㅋ

하이드 2008-07-08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 다 남자인걸 이미 알고 있어서 어떤 느낌인지 궁금한 1人

Kitty 2008-07-08 12:02   좋아요 0 | URL
음 방심하고 있는데 누가 뒷머리를 퉁 하고 치고 지나가는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