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이 답답해서 끄적여봅니다.
서재에는 별로 쓴 적이 없지만 (지난 월드컵때 조금 썼으려나?)
저는 축구팬인데요, 정확히 말해서 유럽 축구팬이죠. 남미 축구도 가끔 보지만요.
이런 말을 하면 다들 '여자가 무슨?' 이런 눈초리로 보곤 합니다만 -_-;;
축구를 해보기는 커녕 축구공 한번 만져본 적도 없지만 보기는 열심히 보니 팬은 팬이죠 ^^;;
닉 혼비의 '피버피치'를 읽어보신 분들이면 열성축구팬이 어떤지 이해하시겠지만
저는 그정도로 비정상은 아니고;;; 닉 혼비보다는 약간 덜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심하죠 -_-;;)
매일 아침 일과가 주요한 축구 사이트를 한바퀴 돌아주는 것이고,
주말마다(주로 경기가 주말에 열립니다) 혼자서 중얼중얼; 응원하며 중국 스트림 방송으로 중계를 보죠.
제가 서포트하는 팀이 이기면 한 주가 기분이 좋고
만약 지면 한 주 내내 우울해하며 혼자서 전술도 짜보고 포메이션도 연구해봅니다.
제가 응원하는 팀 소속 선수의 소식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팀의 성적에 따라 기분도 롤러코스터를 타죠.
물론 매주 경기장에서 직접 응원하는 현지팬들만큼이야 하겠습니까만,
그래도 꽤 오랫동안 한 팀을 서포트하다보니 제딴에는 만리장성만큼이나 정이 들었지요.
오늘 데이빗 베컴 선수가 미국 팀으로 이적을 발표했습니다.
베컴 선수가 아직 영국에 있을 때에도 좋아했었지만 (워낙 멋지잖아요 ^^)
제가 서포트하는 팀으로 이적해오면서 더욱 좋아하게 되었죠.
워낙 잘생긴 것으로 유명한 선수라서 오히려 경기장에서의 모습이 가리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 3년간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제가 보고 느낀 필드 위의 베컴은
어떤 선수보다도 많이 뛰며, 어떤 선수보다 열정을 다하며, 어떤 선수보다 자기를 희생하는 선수였습니다.
이적이든, 은퇴이든,
팀에서 땀을 흘리던 선수 하나하나가 떠날 때마다 마음이 참 아픕니다.
제작년에는 피구를 떠나보냈고, 작년에는 지단을, 그리고 올해 여름에는 베컴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팬의 마음은 그렇습니다. 우리 팀에서 뛰던 선수라면 모두 우리 팀에서 은퇴했으면..하고 바라지요.
하지만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년마다 어김없이 몇 명씩의 선수를 떠나보내야 합니다.
그 선수들 모두 어딜가서든지 좋은 활약 보여주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빌어주는게 팬의 도리겠지만
한 경기, 한 골마다 화면을 통해 같이 울고 웃으며 든 정때문에 마냥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네요.
흰 유니폼이 그토록 잘 어울리던 베컴.
다음 행선지가 LA라니..물리적으로는 훨씬 가까워졌지만 왠지 더 멀어지는 느낌이네요.
축구 불모지에 가까운 미국에서 마음껏 그 멋진 플레이를 펼쳐서
football 하면 무조건 미식축구만 생각하는 미국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베르나베우에서 은퇴하길 바랬지만, 그 성대하고 멋진 카드섹션으로 마지막 경기를 장식해주고 싶었지만
바라는대로 되지는 않는군요. 그래도 팬들 마음속엔 레전드로 남을껍니다.
남은 몇개월 동안 부상없이, 좋은 경기 부탁합니다.
흰 유니폼 입고 우승컵 하나는 꼭 들려서 보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