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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 - 고은 작은 시편
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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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랫소리 도저하여 나 같은 속인이 듣기에 거하다. 만물의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하는 시인의 감성은 이미 경지에 들어 있다.


 

“혹시 나에게는 시무( 詩巫)가 있어 여느 때는 멍청해 있다가 번개 쳐 무당 기운을 받으면 느닷없이 작두날 딛고 모진 춤을 추어야 하는지 모른다.”


 

     시인도 알고 있다. 그의 말대로 그것이 수행이라면 수행일 수 있겠으나 오히려 그것은 거역할 수 없는 기운 같은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깨달음이 없는 삶은 얼마나 무의미하고 무감동한가. 시인은 쉼 없이 깨닫고 또 깨닫는다. 그리하여 그의 깨달은 마음은 깨우치는 노래가 된다.


 

     시인은 약하다. 허나 한 편 강하다. 그의 노래에 녹아 있다. 지렁이, 옹달샘, 새끼 잠자리, 똥거름밭, 아이들, 이름 없는 노인과 아낙네, 상문이, 수남이, 경호 등 평생 누군가의 기억 속에 크게 기억되지 않을 만한 사물과 민초들을 그는 추앙한다. 그들에게 배운다. 그들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는 자기 자신에게, 힘을 가진 자들에게 한 없이 강하다. 그리하여 그의 노래 소리에는 죽비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나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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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chemist: A Fable about Following Your Dream (Mass Market Paperback, 미국판, International)
파울로 코엘료 지음 / Harper Torch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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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의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의 쓰라린 경험은 현재를 불행하게 만든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을 때 현재는 불행하다. 과거는 해석되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꿈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현재는 행복할 수 있다. 산티아고를 따라 긴 여정을 여행하며 얻은 깨달음이다.  

  "지나간 모든 것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반드시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아주 오래 전에 들었던 어느 폴란드(?)시인의 싯귀이다. 나는 이 말을 실감할 때가 올 것인지 늘 의문스러웠다. 산티아고가 만난 사람들과 사건들을 읽으며 의미없는 과거는 없으며, 그러므로 모든 과거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즉시 나는 내 아픈 과거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그동안 아프다고만 생각했던 과거의 사건들에 의미가 부여되자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나를 옭아매왔던 굵은 밧줄이 풀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과거는 해석되어야 한다. 스스로 해석해야만 한다.  

  꿈이 없는 삶은 불행하다. 그러나 강요된 꿈은 꿈이 없는 것보다 더 불행할 수 있다. 모든 기대와 억압과 가치판단을 초월한 '나만의 꿈'(Personal Legend)을 가져야 하고, 그 꿈을 이루어가기 위해 살아야 한다. 산티아고를 가로막던 양떼와, 사랑하는 사람, 사회적 판단은 우리도 가로막을 수 있다. 하지만 순도 100%인 순금과 같은 '나만의 꿈'을 가진 사람은 모든 장애물을 넘어 전진할 수 있다. 전진해야 한다.  

  만남, 결단, 전진. 인생은 딱 한 번이다. 딱 한 번의 인생을 후회없이 살기 위해, 내가 진정으로 하기 원하는 것을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만남은 신의 몫이다. 그러나 결단하고 전진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모국어가 아닌 문장이 나를 사로잡는 신비한, 그리고 환상적인 경험을 했다. 영어문장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고 사람의 영혼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쉽고 간결하면서도 이토록 깊은 울림을 선사할 수 있다니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산티아고를 따라 여행하며 환상적인 경험을 했다. 아마도 이 책은 나이가 들은 사람일수록, 삶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실패의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감동이 깊지 않을까 싶다. 내 생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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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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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자 그저 긴 꿈을 꾼 것만 같았다. 가슴이 먹먹했다. 내내 울고 싶었다. 그러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아름답다는 말로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토록 긴 울림을 남기는 이야기는 흔치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소설은 아프리카에서 유괴당한 한 흑인 소녀가 아랍지역을 거쳐 프랑스와 미국을 떠돌다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을 이야기한 것이다. 소녀는 긴 여정 속에서 사람들(좋은 혹은 나쁜)을 만나고, 위험을 만나고, 사랑과 우정을 만나고, 고독과 죽음을 만난다. 이 긴 여정에서 소녀는 실로 연약한 물고기이다. 탁류에 휘말리고 올가미에 걸리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녀의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은 잔인한 세파를 뚫고 유영한다. 근원을 향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그녀는 황금물고기였기 때문이다.

  소녀의 여정을 따라가며 소녀가 겪어야했던 고통을 지켜보는 것은 내내 불편했다. 그러나 그녀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따라가는 것은 몽환적이었다. 오랜만에 정서적인 해방감을 맛보기도했다. 사람의 아름다움을 느낄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나도 덩달아 자유로와지고 순수해지는듯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내 르 클레지오가 남자가 맞나 하는 의문을 던지곤했다. 심지어 동성애자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그 어떤 작가도 르 클레지오보다 더 섬세하게 여성을 묘사하긴 힘들거라 생각한다. 그 섬세한 감수성을 흉내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그의 문장은 하나 하나가 팔딱 팔딱 살아 숨쉬는 황금물고기같다. 그의 문장은 때로 섬광같은 속도로 치고나가다도 촉촉하게 독자를 적신다. 실로 그는 남자가 아니라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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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2010 부산시 원북원 후보도서
김곰치 지음 / 산지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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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평론가들의 평이 어떻든 간에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몹시 분노했고 슬펐다. 엉뚱하게도 나는 작가의 한 인용구를 마주친 후 충격, 분노, 슬픔에 빠져버렸다.

"이 세상 어떤 숭고한 혁명도 일주일이면 타락한다."

버틀란드 러셀의 말이다. 어딘가에 깊이 헌신해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갖는 적실성과 파괴력에 몸부림 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작가의 인간애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사랑하기에 사람에 대한 종교의 억압에 대해 작가는 분노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없게 하는 종교의 치졸한 굴레를 작가는 혐오하고 저주한다. 인간을 사랑하는, 그리하여 신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외면할 수 없는 작가는 슬퍼한다. 깊이 공감하기에 나 역시 분노하고 슬퍼할 수 밖에 없다.

신은 존재할 수 있다. 신은 존재해야 한다. 인간은 여리고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능한 신과 나약한 인간 사이에 조직화된 종교가 등장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전능한 신을 무기로 삼아 종교는 나약한 인간을 협박하고 억압하고 지배한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가 으뜸이다. 자기들이 정해 놓은 방식으로 믿고 살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 없다고 협박한다. 한 편으로 자기들이 정해 놓은 일정한 틀에 맞추어 살면 복을 받을 것이라고 선전한다. 여기에 포섭된 사람들은 아름다운 세상을 즐길 여유와 감성을 상실하게 된다. 깊이 헌신한 사람일수록 배타적이 되고 외곬수가 되기 마련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반쪽자리 인간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전능한 신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세상과 아름다운 사람들. 마음껏 즐기며 살아도 인생은 짧다. 그 어떤 혁명도, 가치도, 이데올로기도 인간의 전생애와 전인격을 다 바칠만한 숭고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하루 하루 신의 피조세계를 누리고 즐기고 살아가야 한다. 충분히 즐기고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느끼며 살아가도록,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종교여 이제 그만 이 길에서 물러나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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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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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는 당황스럽다. 똑같이 책을 읽었는데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받고, 나는 너무 무덤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감동을 짜낼 수는 없지 않은가. 아내는 정서가 메마른 사람으로 나를 매도했지만, 나는 솔직히 억울하다. 눈물 날 정도로 감동이 되지는 않는걸 어쩌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분짜리 기억을 가지고 살아야만 하는 천재 수학자와 가정부, 그리고 가정부의 아들이 엮어가는 아기자기한 사랑과 우정이 감동적인 이야기인 것만은 확실하다. 수식과 프로야구와 요리는 그들의 우정을 만들어가는 소재들이다. 아주 흥미롭다. 때론 엉뚱하고, 때론 순진하고, 때론 가슴 찡하다. 잔잔하게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서로를 향한 배려와 사랑이 흘러나온다.

그러고보니 기억을 잃은 천재 수학자나, 남편을 잃은 가정부나, 아버지를 잃은 가정부의 아들이나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이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것도 삶의 가장 중요한 기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서로를 보듬어안고 배려하고 감싸주는 이야기는 감동이 된다. 나처럼 정보습득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저질 독자들(?)은 그 감동이 다소 적을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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