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물고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자 그저 긴 꿈을 꾼 것만 같았다. 가슴이 먹먹했다. 내내 울고 싶었다. 그러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아름답다는 말로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토록 긴 울림을 남기는 이야기는 흔치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소설은 아프리카에서 유괴당한 한 흑인 소녀가 아랍지역을 거쳐 프랑스와 미국을 떠돌다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긴 여정을 이야기한 것이다. 소녀는 긴 여정 속에서 사람들(좋은 혹은 나쁜)을 만나고, 위험을 만나고, 사랑과 우정을 만나고, 고독과 죽음을 만난다. 이 긴 여정에서 소녀는 실로 연약한 물고기이다. 탁류에 휘말리고 올가미에 걸리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녀의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은 잔인한 세파를 뚫고 유영한다. 근원을 향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그녀는 황금물고기였기 때문이다.

  소녀의 여정을 따라가며 소녀가 겪어야했던 고통을 지켜보는 것은 내내 불편했다. 그러나 그녀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따라가는 것은 몽환적이었다. 오랜만에 정서적인 해방감을 맛보기도했다. 사람의 아름다움을 느낄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나도 덩달아 자유로와지고 순수해지는듯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내 르 클레지오가 남자가 맞나 하는 의문을 던지곤했다. 심지어 동성애자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그 어떤 작가도 르 클레지오보다 더 섬세하게 여성을 묘사하긴 힘들거라 생각한다. 그 섬세한 감수성을 흉내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그의 문장은 하나 하나가 팔딱 팔딱 살아 숨쉬는 황금물고기같다. 그의 문장은 때로 섬광같은 속도로 치고나가다도 촉촉하게 독자를 적신다. 실로 그는 남자가 아니라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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