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사람 -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아름다운 시절'
신정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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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정일. 문화사학자, 저술가, 도보여행가. 한 사람이 일군 업적치고는 꽤나 굵다. 그가 초등교육밖에 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그 업적은 더 굵게 느껴진다. “인간은 경험한 것만큼만 쓸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을 빌자면 이정일은 많이 경험했기에 많이 쓸 수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걷는 사람이어서 일까? 그의 문장은 투박하다. 그러나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그는 길을 걷듯이 글을 쓰고, 글을 쓰듯이 길을 걷는 사람이다.


     그가 소개한 ‘아름다운 시절’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아름다움은 진실이고 진실은 아름다움이다라는 시인 존 키츠의 말처럼 세상은 진실과 아름다움으로 펼쳐져야 하는데, 내가 본 세상은 아름답지도 진실하지도 않았다. 라고 그는 되뇌인다.” 아름답지도 진실하지도 않은 세상을 견디기 위해 그는 걷고 읽었다. 그의 아름다운 시절은 걷기와 읽기로 가득 차 있다. 간난다사(艱難多事)한 시절을 견디는 힘은 오로지 걷기와 읽기뿐이었던 것이다.


     초등교육밖에 받지 않았으나 40여권의 책을 집필한 문화사학자. 보통사람에게는 부담스럽다. 그리하여 나 같은 범인(凡人)에게 그의 삶과 글은 뜨겁지 않다. 그저 담담하게 읽었을 뿐이다. 허나 공부에 대한 그의 생각만큼은 긴 울림이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공부, 의미를 찾는 공부, 경험하며 배워가는 공부. 견디기 힘든 어려운 날들도 공부가 있어 아름다운 시절이 될 수 있다면 나에게도 아름다운 시절은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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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강좌 2010-11-1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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