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2010 부산시 원북원 후보도서
김곰치 지음 / 산지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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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평론가들의 평이 어떻든 간에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몹시 분노했고 슬펐다. 엉뚱하게도 나는 작가의 한 인용구를 마주친 후 충격, 분노, 슬픔에 빠져버렸다.

"이 세상 어떤 숭고한 혁명도 일주일이면 타락한다."

버틀란드 러셀의 말이다. 어딘가에 깊이 헌신해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갖는 적실성과 파괴력에 몸부림 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작가의 인간애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사랑하기에 사람에 대한 종교의 억압에 대해 작가는 분노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없게 하는 종교의 치졸한 굴레를 작가는 혐오하고 저주한다. 인간을 사랑하는, 그리하여 신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외면할 수 없는 작가는 슬퍼한다. 깊이 공감하기에 나 역시 분노하고 슬퍼할 수 밖에 없다.

신은 존재할 수 있다. 신은 존재해야 한다. 인간은 여리고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능한 신과 나약한 인간 사이에 조직화된 종교가 등장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전능한 신을 무기로 삼아 종교는 나약한 인간을 협박하고 억압하고 지배한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가 으뜸이다. 자기들이 정해 놓은 방식으로 믿고 살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 없다고 협박한다. 한 편으로 자기들이 정해 놓은 일정한 틀에 맞추어 살면 복을 받을 것이라고 선전한다. 여기에 포섭된 사람들은 아름다운 세상을 즐길 여유와 감성을 상실하게 된다. 깊이 헌신한 사람일수록 배타적이 되고 외곬수가 되기 마련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없는, 반쪽자리 인간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전능한 신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세상과 아름다운 사람들. 마음껏 즐기며 살아도 인생은 짧다. 그 어떤 혁명도, 가치도, 이데올로기도 인간의 전생애와 전인격을 다 바칠만한 숭고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하루 하루 신의 피조세계를 누리고 즐기고 살아가야 한다. 충분히 즐기고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느끼며 살아가도록,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종교여 이제 그만 이 길에서 물러나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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