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는 당황스럽다. 똑같이 책을 읽었는데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받고, 나는 너무 무덤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감동을 짜낼 수는 없지 않은가. 아내는 정서가 메마른 사람으로 나를 매도했지만, 나는 솔직히 억울하다. 눈물 날 정도로 감동이 되지는 않는걸 어쩌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분짜리 기억을 가지고 살아야만 하는 천재 수학자와 가정부, 그리고 가정부의 아들이 엮어가는 아기자기한 사랑과 우정이 감동적인 이야기인 것만은 확실하다. 수식과 프로야구와 요리는 그들의 우정을 만들어가는 소재들이다. 아주 흥미롭다. 때론 엉뚱하고, 때론 순진하고, 때론 가슴 찡하다. 잔잔하게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서로를 향한 배려와 사랑이 흘러나온다.
그러고보니 기억을 잃은 천재 수학자나, 남편을 잃은 가정부나, 아버지를 잃은 가정부의 아들이나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이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것도 삶의 가장 중요한 기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서로를 보듬어안고 배려하고 감싸주는 이야기는 감동이 된다. 나처럼 정보습득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저질 독자들(?)은 그 감동이 다소 적을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