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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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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를 까발려서 현실을 인식하게 하는 것, 우리 시대를 후세대에 남겨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소설가의 막중한 임무라면 조정래 선생이야말로 소설가 중의 소설가이다.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작가주의도 여전하지만 마땅히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혜안도 압권이다. 이 책은 조국의 독립과 민주화의 아픈 과정을 민초들의 몸부림으로 보여주었던 그간의 선생의 작업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제는 정치적인 민주화를 넘어서 경제적인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임을 대중에게 선언한 의미가 크다. 지난한 현실을 살고 있는 시민들이 마땅히 알고 분노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조정래는 20년만에 읽었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시절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안 읽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하니 잠시 아찔하다. 작가이기 이전에 어른으로서, 지성인으로서 우리가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을 조명해주는 분이 계시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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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veroflife 2014-03-2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찟어진 산하, 시대의 불침번 주문입니다.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자이2차 216동201호
010 87274117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음 / 이레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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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민복의 힘은 순수, 그리고 친화력이다. 그는 어떤 것에도 결코 맞서거나 싸워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 처연함이 오히려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급기야는 시가 되는 것이다.  그는 가난, 외로움, 권력에 대한 무기력, 부조리 등을 그저 온 몸으로 받아낸다. 받아들이며 친화한다. 그러므로 착한 정신과 착한 마음을 가지고 착한 손으로 쓴 그의 글은 감상할 틈도 없이 독자의 가슴을 파고들어버리는 것이다. 
  

     학창시절, 사랑했던 여인, 그리운 어머니, 오가다 만난 시르죽한 민초들, 강화도의 친구들. 독자는 수줍은 듯한 저자의 목소리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슬픈 이야기를 슬프게 하고 슬프게 듣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함민복은 슬픈 이야기를 아름답게 한다. 고통스런 이야기도 아름답게 한다. 도무지 아름다운 이미지를 끌어낼 수 없을 것 같은 사물에서도 아름다움을 끌어내고야 만다. 온갖 것으로부터 아름다움을 퍼올리는 착한 시인 함민복. 일찍이 이렇게 아름다운 모국어의 배치를 만나본 적이 있던가? 시인다운 시인, 타고난 서정시인. 그에 대한 세간의 평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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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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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황석영이다. ‘실천’의 문단과 ‘민중’의 현장에서 ‘황구라’로 통했던 황석영의 글발, 말발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강인한 서사의 힘줄로 양파를 까듯 개발독재시대 한국 현대사의 속살을 벗겨내고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기점으로 ‘강남의 꿈’을 좇아 달려온 인물 군상들을 통해 개발시대 욕망과 치부를 드러낸다. 민초들은 상상도 못했을 요악(妖惡)한 현대사의 능선을 따라 마치 기인열전을 하듯 친일파, 밀정과 군인, 밤의 여성, 개발업자와 조폭들, 개발의 꿈에서 밀려난 하위자들을 독립된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저 삼십 여년에 걸친 남한 자본주의 근대화의 숨 가쁜 여정과 엄청난 에피쏘드들을 단순화하고, 이를테면 꼭두각시, 덜머리집, 홍동지, 이심이 등등처럼 캐릭터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인형 같은 캐릭터들은 남한사회의 욕망과 운명이라는 그물망 속에서 서로 얽혀서 돌아가고 그러면서 모르는 사이에 역사가 드러나게 하면 어떨까.”



     저자의 의도는 적중한 듯 보인다. 꼭두각시 인형극처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단순화해 캐릭터화하고, 독립된 캐릭터들을 등,퇴장 시키면서 서로 인과관계를 갖도록 한 구성은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입체적인 독서라고나 할까. 독자들은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는 듯한 특별한 독서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수십 권의 장편을 한 권의 단편으로 응축해 놓은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전광석화같은 이야기 전개에 넋을 읽고 읽다보면 이야기의 끝에 도달해 있다.


     허나 답답하고 분하다. 우리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야만의 역사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의 삶의 바탕과 내용이 어디서, 어떻게 기인한 것인지 맞닥뜨린다면 사람들의 아우성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무지는 분명한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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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사람 -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아름다운 시절'
신정일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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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일. 문화사학자, 저술가, 도보여행가. 한 사람이 일군 업적치고는 꽤나 굵다. 그가 초등교육밖에 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그 업적은 더 굵게 느껴진다. “인간은 경험한 것만큼만 쓸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을 빌자면 이정일은 많이 경험했기에 많이 쓸 수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걷는 사람이어서 일까? 그의 문장은 투박하다. 그러나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그는 길을 걷듯이 글을 쓰고, 글을 쓰듯이 길을 걷는 사람이다.


     그가 소개한 ‘아름다운 시절’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아름다움은 진실이고 진실은 아름다움이다라는 시인 존 키츠의 말처럼 세상은 진실과 아름다움으로 펼쳐져야 하는데, 내가 본 세상은 아름답지도 진실하지도 않았다. 라고 그는 되뇌인다.” 아름답지도 진실하지도 않은 세상을 견디기 위해 그는 걷고 읽었다. 그의 아름다운 시절은 걷기와 읽기로 가득 차 있다. 간난다사(艱難多事)한 시절을 견디는 힘은 오로지 걷기와 읽기뿐이었던 것이다.


     초등교육밖에 받지 않았으나 40여권의 책을 집필한 문화사학자. 보통사람에게는 부담스럽다. 그리하여 나 같은 범인(凡人)에게 그의 삶과 글은 뜨겁지 않다. 그저 담담하게 읽었을 뿐이다. 허나 공부에 대한 그의 생각만큼은 긴 울림이 남는다. 내가 좋아하는 공부, 의미를 찾는 공부, 경험하며 배워가는 공부. 견디기 힘든 어려운 날들도 공부가 있어 아름다운 시절이 될 수 있다면 나에게도 아름다운 시절은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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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강좌 2010-11-1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1월 23일(화) 7시,신정일(문화사학자)의 『느리게 걷는 사람』, 저자 초청 무료강좌가 열려요. 걷기 여행의 매력에 빠지신 분들에게 더없이 즐거울 문화강좌! 자세한 사항은 02-719-2606 혹은 http://www.kbpf.org/new/open.php?tb_idx=25 참조.
 
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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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리]는 21세기적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루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청춘들에 대한 킨제이 보고서다.”라는 김미현의 평은 적실하다. 독자는 불편하다. 또한 불쾌하다. 허나 마음이 몹시 아프다. 듣고 싶지 않으나 외면할 수 없는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마음 약한 독자는 소설읽기가 괴로워서 몸부림치며 읽어야 할 수도 있다. 더욱이 그 고통은 단발성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견디어야 하는 것이다. 독자는 내내 비명소리를 견디며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제리는 남자 접대부이다. 키가 작고 마른데다가 성기마저 작은 그는 에이스가 될 수 없고, 여자 손님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이다. 꿈이 없는 그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은색 나이키 시계를 갖는 것이다. 얼굴에 칼자국이 있으나 감미롭게 노래할 줄 아는 seal을 좋아한다. 그가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연예인이 되는 것이지만 그 길은 참으로 멀기만 하다. 선택받지 못해 갈 곳이 없을 때면 그는 게임방에 앉아 서든어택을 한다.

     손 안에서 구겨진 담배꽁초, 찌그러진 맥주깡통 같은 주인공은 외롭다. 외로움의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마시고 또 마신다. 그 외로움은 이 세상의 모든 술을 다 마셔도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다. 비단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피어싱을 해도, 누군가를 옆에 붙잡아두기 위해 애정 없이 고통만 가득한 섹스를 해도 주인공은 외롭다.  

"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섹스를 나누어도 내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나는 늘 혼자였고, 그런 내 곁에 어느 누구도 진정으로 머물러 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더 간절히 누군가를 원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꾸밈이 없다. 말끔한 문장으로 루저의 일상을 보고한다. 필시 주인공의 삶을 경험했을 30도 안 된 젊은이의 소설이기에 독자의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맘몬 숭배에 빠져 사람은 없고 경쟁만 남은 이 시대에 승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 젊은이들에게 구원의 빛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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