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자두야!! 1
이빈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난 7살 전의 일을 하나도 기억 못한다. 깜깜한 암흑이다. 초등학교 때 뭘하고 놀았는지도 기억에 없다. 배깔고 책 읽은 것 밖에는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난 어릴적의 추억이란 게 없다고 아예 포기하고 살았는데......... 어느날 우연히 이 책을 집어들고는 난 한순간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았다. 아니,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는데 공사장을 지나가다 벽돌로 머릴 맞아 옛 기억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어쩜.......자두야(여기서 자두란 작가 이빈을 말함이다)  넌 이렇게도 기억력이 좋단 말이니....... 그리고 그 좋은 기억력으로 이 기억상실증 환자의 기억을 되살려 주다니, 넌 아마 복받을 거야.

채변봉투에 얽힌 웃지 못할 비위생적인 추억(아시는가, 채변봉투. 그걸 기한내에 안 가져오면 공부시간에 학교 변소에 가서 신문지 깔고 앉아야 했지ㅠ.ㅠ), 달고나,뽑기,쫀드기,아폴로.....어린시절을 장식한 불량식품의 화려한 추억, 방학생활 계획표 거창하게 짜놓고 방학 첫날부터 홀라당 까먹고는 개학전날 친구의 방학생활(그땐 그런 책이 있었다)을  베끼던,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추억까지(아니라고? 난 방학숙제를 빌려주는 모범생이었다고? 그래, 그렇다고 치자고) 우리의 씩씩한 자두가 몽창 되살려 주어서 난 사라진 유년을 돌려받은 기분이다.

이렇게 어린시절을 생각나게 해준다는 것만이 이 책의 미덕은 아니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자두>라는 강력한 캐릭터와 그 주변인물들의 생생함에서도 비롯된다.

자두 : 명랑쾌활, 약간 뻔뻔, 많이 엽기, 쬐금 야비

아빠 : 천하태평, 술고래, 귀차니스트, 가끔가다 로맨티스트

엄마 : 잔소리꾼, 그러나 용서해야 할 때를 알고 있다. 억척부인, 짠순이, 그러나 써야할 때를 알고 있다.

미미 : 지금으로 말하면 공주병. 착하고 두살 어린 탓에 언니의 간악한 속임수에 홀랑 넘어가 버린다

애기 : 딸 둘에 귀하게 얻은 아들. 커서도 이름이 애기이다. 알만하지 않은가?^^

 

이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가족들이, 우리 모두가 겪었고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겪는 스토리가 왜 이렇게 배꼽을 쥐게 웃기고 재밌는 걸까? 그러니까, 코미디가 따로 없고 우리의 인생이 바로 코미디란 건가?

아무렴 어떠냐, 딸 둘과 엄마가 배 깔고 마룻바닥에 엎드려 <자두>를 붙들고 왼종일 낄낄거릴 제, 인생의 근심은 문 밖으로 멀리멀리 달아나니 이 아니 좋을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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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신영식 오진희의 고향 만화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 3,40대인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며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책의 배경은 시골이고(전라도인 듯)  시대는 1970년대 쯤인듯하다. 그러니까 작가 오진희 씨랑 나는 동시대를 살았으나 한명은 시골에, 한명은 서울에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는 내가 모르는 낯선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아마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은 더 많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고기잡기, 멱감기, 메뚜기 잡기, 서리하다 혼나기.....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맞장구를 칠 내용이건만 나는 잘 모른다. 불쌍하게시리...

나는 차라리 이빈의 <안녕? 자두야 >를 보면 '맞아 맞아, 그랬어' 이러면서 고개를 주억거릴 때가 많은데, 그 만화는 나보다 몇년 뒤의 이야기이긴 하나 서울에서 벌어진 일이라 내가 겪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난 만화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는 어른들에게 이 두 책을 꼭 권한다. 뭔가 친숙한 내용이 있어야 금방 친해지는 법)

그래서 <안녕? 자두야 >는 좋고 이 책은 별로라는 게 아니고 둘다 무지 좋다. 이건 <짱뚱이>리뷰이니 자두 얘기는 나중에 하겠다.

오진희 씨는 복도 많은 사람이다. 남편이 자기 얘기를 만화로 그려주니 말이다. 오, 난 상상이 되는데, 둘이 이마를 마주대고 조근조근 옛일을 떠올리는 장면이 말이다. 신영식씨의 그림은 또 이 이야기랑 얼마나 어울리는지. 촌티나는 시골애들의 난닝구만 입은 모습을 어찌 그리도 귀엽게 그려내는고. 짱뚱이는 또 얼마나 짱뚱스러운지.(같이 사는 분을 좀 더 예쁘게 그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구만은^^)

딱 알맞춤한 시골스러운 그림으로 표현한 시골스러운 얘기들. 나무하는 아버지 지게를 타고 산에 가서 누룽지를 혼자 다 먹어버리는 먹보 짱뚱. 고무줄, 공기놀이, 삔치기, 팽이치기........노느라고 해넘어가는 줄 모르는 아이들,  딸만 여럿인 집안에서 토닥토닥 싸우며 자라는 자매들, 코도 흘리고 모자라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착하디 착한 친구들.........겪을 땐 소중한 줄 모르지만 지나고 뒤돌아보면 너무나도 그립고 아쉬운 모습들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마냥 그립고 정다운 얘기만 있는 건 아니고 가슴 아린 이야기도 있다. 어릴 적 같이 놀다 사고로 죽은 친구, 장애를 갖고 태어나 씩씩하게 자라 멋진 어른이 된 동생, 딸만 낳았다고 시댁의 눈총을 받는 어머니 등등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아픔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나만 이 책을 좋아하냐면 우리집 애들은 틈만 나면 이 책을 빼들어서 1권은 너덜너덜해졌다. 애들은 애들대로 이 책이 만화니까 좋고, 또 재미있게 노는 얘기가 많이 나와 더 좋고, 형제간에 토닥거리는 장면은 꼭 자기들 얘기같고, 이래저래 좋은 모양이다. 이 책을 6권까지 독파한 딸들은 어떤 때는 옛날의 놀이나 시골풍습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 불쌍한 것들, 대도시에 살아서 기껏해야 아파트 놀이터에서밖에 놀지 못했으니 이 책을 읽고 대리 체험이라도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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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좋아하는 동화 <늑대의 눈>의 작가 다니엘 페낙이 이런 말을 했다.

'만약 어떤 소설을 그 소설이 태어나게 만든 관념으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다면 그 작품은 소설로서는 실패한 것입니다.'

찬성한다. 그런 소설을 읽느니 도덕선생님의 훈화를 듣거나 철학강의를 받는게 시간도 절약되고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선물>은 실패한 소설(과연 소설이기나 할까....?하고 다시 보았더니 우화라고 하는군)이다. 이 책은 단 몇마디의 관념으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관념이 본문에 써 있기까지 하니 말이다.

현재 속에 살아라 / 과거에서 배워라 / 미래를 계획하라 / 소명을 가지고.

끝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삶의 진리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뻔한 말이다. 이 세상 모든 훌륭한 분들에게 수천년 동안 들어온 말인 것이다. 그걸 소설을 통해 또 보면서, 일말의 참신함도 찾을 수 없다면 읽고나서 허무해지는 나에게 뭐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인생의 행복과 깨달음이 경제적인 성공과 연결되는 이런 삶의 지침서류에(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ㅡ 이 책도 그랬다) 나는 찬성하지 못하겠다. 책 뒷표지에 "CEO라면 이책을 직원들에게 선물하라"고 써 있던데, 아무래도 나는 이 책의 내용에서 '불만 갖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며 열심히 일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업무가 더 잘되지'라는 경영주의 노림수를 읽는 것 같아서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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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8-2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면서 굉장히 화났습니다. 좋은 얘기지만....<좋은 생각>의 몇 페이지를 할애받을만은 하지만...한 권의 책이 되기엔 심하게 함량 미달이죠.-.-

깍두기 2004-08-2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찌찌뽕!! 전 방금 님의 서재에 코멘트 달고 왔는데!!!

진/우맘 2004-08-29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
 

 

 

 

 

 

<엄지 소년>이 1편이고 이 책이 후속편이다.

1편만한 2편은 드물다고 하는데, 이 책은 <엄지소년>만큼 재밌다.

작가 아저씨의 유머와 말장난은 이 책에서 최고조에 이른 것 같은데

(적어도 내가 읽은 책 중에서는 그렇다)

그건 독일식 유머인가? 아니면 캐스트너의 전매특허인가?

어느 쪽이든 난 참 맘에 든다.

어쨌든 엄지소년은 엄지소녀를 만나 외롭지 않게 되었다.

무릇 창조주는 세상 모든 만물에 짝을 지어 주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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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8-2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재밌겠네요. 어제 <율리와 괴물> 주하가 읽고 잤습니다.
그림이 너무 정감있어요. 다시 한 번 감사!^^

깍두기 2004-08-26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화장실 가기 무서워하는 소현이에게 잘 써먹었답니다^^

밀키웨이 2004-08-2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이방 제목이 너무 맘에 들어요.
저도 이런 방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했거든요

깍두기 2004-08-28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그렇죠? 리뷰는 사실 너무 고도의 정신노동을 요구한단 말여요.
 
질식 메피스토(Mephisto) 2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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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책을 다 읽고도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 작가가 <파이트 클럽>의 저자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책도 안 읽었으니 작가에 대해서도 뭐라 말 못하겠고 이 작가가 이런 사람이니 이건 이런 뜻일거야 이렇게 미루어 짐작도 못하겠다.

어쨌든 느낌만은 강렬한 이야기니 그냥 내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하면 되겠지. 처음부터 이 책은 상당히 불쾌하다. 나더러 빨리 꺼지란다. 이거보다 재밌는 거 세상에 많으니 다른 걸 즐기란다. 이 책을 붙잡고 있으면 넌 화가 날 거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권유대로 이 책을 덮을 사람은 없을 것이니 이건 다 작가의 작전이다. 난 지금 상당히 불쾌하고 혐오스런 얘기를 할건데 미리 얘기했으니 나중에 항의하지 말라는.

여기 나오는 작자들은 하나같이 너절한 인간들이다. 섹스 중독자 그룹(그들의 행동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정말이지 역겹다)들은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만난다면 두말없이 '변태!'라고 손가락질할 행동들을 해대고-주인공 빅터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엄마는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끊임없이 감옥을 들락거리다 감옥에서 나오기만 하면 자기 자식인 빅터를 유괴하고 지금은 거식증에 걸려 월 3000달러의 요양센터에 입원해 있다. 빅터는 엄마의 입원비를 벌려고 매일 다른 식당을 선택하여 질식연기를 한다. 목에 음식이 걸려 질식해 쓰러지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 달려와 그를 구해준다. 그럼 그 자는 생명을 구한 영웅이 되어 불쌍한 빅터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매년 그에게 안부편지와 수표를 보내는 것이다.

빅터는 참, 그래서 어이없게도 우리 시대의 예수이다(오 마이갓). 인간의 영혼을 구제해 주는 것이다. 오래전 예수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여 인류를 구해주었다면 빅터는 자신의 자존심을 희생하여 남들보다 우월하고자 하는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이다. <낯선 사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권태 속에서 신음하는 또 한명의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그저 나약하고 굴욕적인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그저 평생 사람들에게 이말만 하면  된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래서 빅터는 그렇게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자신이 이 시대의 예수라는 결정적 증거를(그런게 있다) 애써 부인하려 하면서도 어쩌면 믿고 싶어하는데, 작가는 잔인하게도 그런 빅터에게 찬물을 끼얹어 버린다. 웃기지 말라면서.

그래서 결국은 빅터가 진짜 우리 시대의 예수일지도 모른다. 끝까지, 조금이라도 미화되길 거부하면서 밑바닥까지 추락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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