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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좋아하는 동화 <늑대의 눈>의 작가 다니엘 페낙이 이런 말을 했다.
'만약 어떤 소설을 그 소설이 태어나게 만든 관념으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다면 그 작품은 소설로서는 실패한 것입니다.'
찬성한다. 그런 소설을 읽느니 도덕선생님의 훈화를 듣거나 철학강의를 받는게 시간도 절약되고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선물>은 실패한 소설(과연 소설이기나 할까....?하고 다시 보았더니 우화라고 하는군)이다. 이 책은 단 몇마디의 관념으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관념이 본문에 써 있기까지 하니 말이다.
현재 속에 살아라 / 과거에서 배워라 / 미래를 계획하라 / 소명을 가지고.
끝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삶의 진리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뻔한 말이다. 이 세상 모든 훌륭한 분들에게 수천년 동안 들어온 말인 것이다. 그걸 소설을 통해 또 보면서, 일말의 참신함도 찾을 수 없다면 읽고나서 허무해지는 나에게 뭐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인생의 행복과 깨달음이 경제적인 성공과 연결되는 이런 삶의 지침서류에(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ㅡ 이 책도 그랬다) 나는 찬성하지 못하겠다. 책 뒷표지에 "CEO라면 이책을 직원들에게 선물하라"고 써 있던데, 아무래도 나는 이 책의 내용에서 '불만 갖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며 열심히 일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업무가 더 잘되지'라는 경영주의 노림수를 읽는 것 같아서 입맛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