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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ㅣ 신영식 오진희의 고향 만화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지금 3,40대인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며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 책의 배경은 시골이고(전라도인 듯) 시대는 1970년대 쯤인듯하다. 그러니까 작가 오진희 씨랑 나는 동시대를 살았으나 한명은 시골에, 한명은 서울에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는 내가 모르는 낯선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아마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은 더 많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고기잡기, 멱감기, 메뚜기 잡기, 서리하다 혼나기.....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맞장구를 칠 내용이건만 나는 잘 모른다. 불쌍하게시리...
나는 차라리 이빈의 <안녕? 자두야 >를 보면 '맞아 맞아, 그랬어' 이러면서 고개를 주억거릴 때가 많은데, 그 만화는 나보다 몇년 뒤의 이야기이긴 하나 서울에서 벌어진 일이라 내가 겪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난 만화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는 어른들에게 이 두 책을 꼭 권한다. 뭔가 친숙한 내용이 있어야 금방 친해지는 법)
그래서 <안녕? 자두야 >는 좋고 이 책은 별로라는 게 아니고 둘다 무지 좋다. 이건 <짱뚱이>리뷰이니 자두 얘기는 나중에 하겠다.
오진희 씨는 복도 많은 사람이다. 남편이 자기 얘기를 만화로 그려주니 말이다. 오, 난 상상이 되는데, 둘이 이마를 마주대고 조근조근 옛일을 떠올리는 장면이 말이다. 신영식씨의 그림은 또 이 이야기랑 얼마나 어울리는지. 촌티나는 시골애들의 난닝구만 입은 모습을 어찌 그리도 귀엽게 그려내는고. 짱뚱이는 또 얼마나 짱뚱스러운지.(같이 사는 분을 좀 더 예쁘게 그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구만은^^)
딱 알맞춤한 시골스러운 그림으로 표현한 시골스러운 얘기들. 나무하는 아버지 지게를 타고 산에 가서 누룽지를 혼자 다 먹어버리는 먹보 짱뚱. 고무줄, 공기놀이, 삔치기, 팽이치기........노느라고 해넘어가는 줄 모르는 아이들, 딸만 여럿인 집안에서 토닥토닥 싸우며 자라는 자매들, 코도 흘리고 모자라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착하디 착한 친구들.........겪을 땐 소중한 줄 모르지만 지나고 뒤돌아보면 너무나도 그립고 아쉬운 모습들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마냥 그립고 정다운 얘기만 있는 건 아니고 가슴 아린 이야기도 있다. 어릴 적 같이 놀다 사고로 죽은 친구, 장애를 갖고 태어나 씩씩하게 자라 멋진 어른이 된 동생, 딸만 낳았다고 시댁의 눈총을 받는 어머니 등등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아픔도 담담하게 그려낸다.
나만 이 책을 좋아하냐면 우리집 애들은 틈만 나면 이 책을 빼들어서 1권은 너덜너덜해졌다. 애들은 애들대로 이 책이 만화니까 좋고, 또 재미있게 노는 얘기가 많이 나와 더 좋고, 형제간에 토닥거리는 장면은 꼭 자기들 얘기같고, 이래저래 좋은 모양이다. 이 책을 6권까지 독파한 딸들은 어떤 때는 옛날의 놀이나 시골풍습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 불쌍한 것들, 대도시에 살아서 기껏해야 아파트 놀이터에서밖에 놀지 못했으니 이 책을 읽고 대리 체험이라도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