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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 ㅣ 메피스토(Mephisto) 2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책세상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책을 다 읽고도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 작가가 <파이트 클럽>의 저자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책도 안 읽었으니 작가에 대해서도 뭐라 말 못하겠고 이 작가가 이런 사람이니 이건 이런 뜻일거야 이렇게 미루어 짐작도 못하겠다.
어쨌든 느낌만은 강렬한 이야기니 그냥 내가 받은 느낌을 이야기하면 되겠지. 처음부터 이 책은 상당히 불쾌하다. 나더러 빨리 꺼지란다. 이거보다 재밌는 거 세상에 많으니 다른 걸 즐기란다. 이 책을 붙잡고 있으면 넌 화가 날 거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권유대로 이 책을 덮을 사람은 없을 것이니 이건 다 작가의 작전이다. 난 지금 상당히 불쾌하고 혐오스런 얘기를 할건데 미리 얘기했으니 나중에 항의하지 말라는.
여기 나오는 작자들은 하나같이 너절한 인간들이다. 섹스 중독자 그룹(그들의 행동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정말이지 역겹다)들은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만난다면 두말없이 '변태!'라고 손가락질할 행동들을 해대고-주인공 빅터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의 엄마는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끊임없이 감옥을 들락거리다 감옥에서 나오기만 하면 자기 자식인 빅터를 유괴하고 지금은 거식증에 걸려 월 3000달러의 요양센터에 입원해 있다. 빅터는 엄마의 입원비를 벌려고 매일 다른 식당을 선택하여 질식연기를 한다. 목에 음식이 걸려 질식해 쓰러지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 달려와 그를 구해준다. 그럼 그 자는 생명을 구한 영웅이 되어 불쌍한 빅터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매년 그에게 안부편지와 수표를 보내는 것이다.
빅터는 참, 그래서 어이없게도 우리 시대의 예수이다(오 마이갓). 인간의 영혼을 구제해 주는 것이다. 오래전 예수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여 인류를 구해주었다면 빅터는 자신의 자존심을 희생하여 남들보다 우월하고자 하는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이다. <낯선 사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권태 속에서 신음하는 또 한명의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그저 나약하고 굴욕적인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그저 평생 사람들에게 이말만 하면 된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래서 빅터는 그렇게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자신이 이 시대의 예수라는 결정적 증거를(그런게 있다) 애써 부인하려 하면서도 어쩌면 믿고 싶어하는데, 작가는 잔인하게도 그런 빅터에게 찬물을 끼얹어 버린다. 웃기지 말라면서.
그래서 결국은 빅터가 진짜 우리 시대의 예수일지도 모른다. 끝까지, 조금이라도 미화되길 거부하면서 밑바닥까지 추락함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