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의 연기에 남우주연상을 주고 싶다는 나무님의 말씀이 이해가 갔다. 너무도 인간적인 킹콩.
여주인공 앤과 밀고 당기는 작업(?)의 과정. 모른 척 했다가 슬쩍 눈길을 줬다가 슬며시 손을 내미는 그 모습에서 야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물론 분노가 폭발할 때는 다르다)

가장 간절하게 느껴졌던 것은 그의 외로움. 높은 곳에서 여주인공과 뷰-티-풀-을 교감하며 노을을 바라보던 그 절대고독의 표정이란.


세 시간이라 중간에 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지루할 틈은 없다. 앞부분 조금(섬으로 가게 되는 과정) 지루할 수도 있으나 금방 지나간다. 섬에 도착해서는 원주민, 킹콩, 공룡, 거대곤충들이 차례로 나와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도시로 돌아와서는 슬픈 킹콩의 최후를 확인하느라 마음이 아프고.


킹콩과 쥬라기공원을 합쳐 놓은 듯한 이 장면. 이 영화에서 공룡들은 킹콩의 상대가 되지 않는데 사실 난 그게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인간이 자기만한 파충류를 만났다고 치자. 그는 그 파충류를 이길 수 있을까? 나는,포유류는 파충류에 비해 전투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공룡보다 이 영화에 나오는 거대곤충들이 훨씬, 많이, 수천배는 더 무서웠다. 거기 맞서 싸우는 사람들.....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용감하다. 난 그런 놈 한 마리만 봐도 그냥 기절해 버릴 것 같은데..... 


그리고 나라면 절.대. 못할 일을 하는 여주인공.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꼭대기를 사다리를 타고 거침없이 올라가는 그녀. 육교를 오를 때도 손잡이를 안 잡으면 못 올라가고, 육교 위에서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나는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나오미 왓츠라는 이름의 이 여배우, 나름 매력적이다. 살짝 토끼 이빨이던데, 매우 귀엽다.
가장 인상적인 역할은 극중 영화감독 덴햄이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극중 표현이 딱 어울렸다. 오로지 '내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 마치 경주를 위해 정면 외에는 시야를 가려놓은 말과 같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참사의 책임자인 그가 나는 어쩐 일인지 미워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보통 그런 성향의 사람을 나는 굉장히 싫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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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2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여 주인공 니콜키드먼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볼거리 풍부했던 영화죠

깍두기 2005-12-25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콜 키드먼이랑 친구라던데요^^

마늘빵 2005-12-2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재밌다구 하네요. 후... 원래 내 스타일은 아닌데 볼까나.

깍두기 2005-12-25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킹콩 절대로 볼 생각 없었는데, 재밌더라구요^^

blowup 2005-12-25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가겠다던 딸내미도 잘 보았는지 궁금.
전 깍두기 님이 감독 역할의 잭 블랙을 미워할 수 없으리라고 예감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그 감독 역할을 미워할 수 없었는데,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 왈.
"저 역할을 다른 배우가 맡았으면 훨씬 밋밋했을 것이다."라고 했죠.
보셨을 거라고 짐작됩니다만, 잭 블랙의 '스쿨 오브 락'도 끝내주죠.
굉장히 멋진 배우예요. 눈빛 제대로 살아있구요.
어제 우연히 킹콩 메이킹 필름을 조금 봤는데, 감독 이하 배우들
정말 골 때리는 집단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걸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젤 무서웠던 건 그 곤충 놈들이에요.
추격 장면의 컴퓨터 그래픽은 좀 거슬리지 않으셨나요?
아주 정교하지는 않았어요. 예상보다.



마태우스 2005-12-25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보려고 예매했어요!!!! 이걸 제가 보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보신 분들의 평이 워낙 좋아서, 안보면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야클 2005-12-2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어무이 꼭 보여드릴려고 다짐한 영화입니다. ^^

산사춘 2005-12-25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야수와 미녀가 나오는 영화는 피하는데, 깍두기님까정 일케 말씀하시니 정녕 캡인가봐요. 오오~ 하지만 킹콩은 항상 흰옷입은 금발백인미녀만 좋아해서 좀 맘 상해요.

깍두기 2005-12-2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제가 그 유명한 <스쿨 오브 락>을 안봤습니다. 이제 주연배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았으니 꼭 봐야겠습니다.
글고 메이킹 필름은 어찌 볼 수 있나요? DVD 사면 부록에 있나요?

마태우스님, 지금쯤 보셨겠네요? 그럼 빨리 영화평을.....

야클님, 어머님이랑 같이 가셔서 보시겠죠? 효자시네^^

산사춘님, 정녕 캡까지는 아니었어도 생각보다 좋았어요. 우리도 심형래한테 용가리 2편 만들어달라고 해서 머리에 삔 꽂은 눈썹 짙은 아가씨를 좋아하게 해달라고 졸라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