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시공사에서 같은 제목으로 나왔던 <영원한 전쟁>이 재출간되었다. 같은 소설이지만 판본이 다르고 결론 또한 상당히 바뀐다 하니 나야 당연히 사 볼 것이고.
이 책의 출간소식을 듣고 나는 내가 예전에 읽었던 시공사판 영원한 전쟁을 책꽂이에서 다시 찾아 보았다.

바로 이 책이다. 내가 이 책의 명성을 듣게 된 것은 이 책이 절판되고도 한참이 지나서였다. 나는 그때 이미 반 넘어 절판된 시공그리폰북스를 여기저기 헌책방에서 수소문해서 사 모으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내가 컬렉션에 집착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그때가 최초였다) 이 책은 어디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다음의 무슨 카페에서 실시간 채팅을 하던 중 상대방이(나이는 잘 모르고 남자였다) 이 책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었다.(왜 그 얘기가 나왔을까, 그 전에는 무슨 얘길 했을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상대방 : 나 영원한 전쟁 있는데.
나 : 어머 그러세요. 저 그리폰 북스 모으고 있는데 그 책은 없어요. 재밌나요?
상대방 : 역겨워요.
나 : 아니 왜요?
상대방 : 남녀관계가......무슨 동물도 아니고.....나한테 필요없는데 그 책 드릴까요?
나 :(어머나 이게 웬 횡재) 정말요? 그럼 전 뭘로 갚죠?
상대방 : 갚긴요, 필요없어서 드리는 건데요 뭐. 주소 부르세요.
대충 저 정도의 대화 끝에 나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영원한 전쟁을 얻게 되었다. 역겹다는 그 분의 말씀과는 달리 소설은 내 맘에 아주 들었다. 그 분이 그 소설이 못마땅했던 것은 소설에서 언급된 자나치게 자유로운 남녀관계 때문이었는데, 사실 멀고도 먼 미래에 인간의 결혼제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는 일 아닌가? SF에서는 실험적인 결혼제도가 많이 등장한다. 그 분은 매우 보수적인(혹은 건전한) 분이셨던 듯.
위의 소설은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를 먼저 읽고 읽으면 더 흥미롭다. 저자 조 홀드먼은 스타십 트루퍼스에서 강화복, 우주 전쟁 등의 모티브를 그대로 빌려와서는 <스타십 트루퍼스>와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한다. 스타십 트루퍼스 - 전쟁을 통해 이루어낸 젊은이의 로망. 영원한 전쟁 - 도대체 전쟁은 왜 하는 거야? 대의의 무의미함. 간단히 말하면 이 정도? 똑같은 소재로 이렇게 다른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 무척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