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온 가족이, 친정아버지 모시고 가서 이 영화를 봤다. 그렇게 보기에 좋은 영화다.

펑펑 울면서 영화를 봤다. 원래 나는 감정과잉된 영화에는 알레르기가 있는데, 그러니까 내가 울었다는 건 이 영화가 일부러 사람을 울리기로 작심한 영화는 아니라는 뜻이다.

조승우와 김미숙의 연기도 훌륭했고, 내용도 좋았다. 시시콜콜히 엄마가 고생한 걸 다 보여주지 않아도 몇 마디의 대사만으로도 그동안의 노고와 눈물이 짐작되는 것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재작년에 우리반이었던 한 녀석이 생각났다. 그애도 초원이 비슷한 장애를 갖고 있었다. 그 아이 엄마는 항상 나를 보면 미안해 했다. 교실에 방해가 될까봐.... 나는 절대로 미안해 하지 말라고,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면 어떡하냐며 같이 가슴 아파했지만 그것 뿐이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냥 그 녀석을 이뻐해 주는 것 밖에는 없었다. 쉽게 좌절하고 눈치보고 조금만 어려워도 못해요 안해요를 연발하는 아이를, 난 좀더 다그쳤어야 하는 것일까? 1년 내내 나의 고민은 그것이었다. 그 아이의 엄마는 평생 그 고민을 하겠지. 이 영화에서 초원이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타인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자폐아 초원이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도 세계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릴 때, 무의미한 노력이 아닐까 끝없이 회의하면서도 나보다 오래 살 아이의 장래를 위해 수천번도 더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을 엄마의 초인적인 인내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치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평하기가 참 어려운 영화다. 그냥 몰입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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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2-1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KBS 나이트 뉴스에 김미숙씨가 초대되었더군요.
그만큼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였구나 싶어 어찌나 안심이되던지요...
깍두기님, 참 좋은 선생님이십니다.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낍니다. 저두..봐야죠. ^^

水巖 2005-02-1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한 따님이군요. 친정아버지와 함께 영화관엘 가셨다니 그 아버님은 얼마나 흐뭇하셨을까....

깍두기 2005-02-11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제가 워낙 못된 딸이어서 요즘 참회하고 있는 중이어요ㅠ.ㅠ
플레져님, 영화관 가실 때 손수건이 필요해요.

반딧불,, 2005-02-1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
거기서 실은 조승우의 연기보다 김미숙의 연기에 놀랐거든요.
아이를 낳고 나서 살이 붙었지만, 붙은 만큼 참 자연스럽고 편안해보이더군요.

아이를 정말 키우는 모습이 보여서 같은 엄마 입장에서 좋았습니다.

엄마의 입장에서 영화를 받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엄마이니까요.
가슴이 저렸어요.

코코죠 2005-02-12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영화였어요, 맞아요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요. 깍두기님 말씀이 맞아요.

저는 가끔 말이나 글로 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때에는
상대방의 손을 들어 제 심장에 올려놓고만 싶어요.
그 아름다운 사람, 초원이처럼요.

엄마랑 명절 시작하자 점심 먹고 보러 간 영화였어요. 참 좋았어요. 그래요, 참 좋았어요 :)

깍두기 2005-02-12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은 엄마랑 가셨구나, 나는 아빠랑 갔는데^^
반딧불님, 그렇죠. 엄마의 입장에서....아무래도 엄마가 되고나면 모든 게 그렇게 보이더군요.

픽팍 2005-03-1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 두 번이나 봤어요 ㅋ 역시나 잼나더라구요
조승우와 김미숙의 연기 역시 훌륭하더라구요
ㅋㅋ감정이입이 잘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