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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ㅣ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책에다 줄 별이 다섯개 밖에 안되다니 참 아쉽다. 참 오랜만에 작가를 경배하며 책을 읽었다.
이 책이 국내에 출판되기 한참 전부터 SF커뮤니티 같은데 슬쩍 가서 글을 읽어보면 테드 창에 관한 이야기가 간혹 있었는데 항상 칭찬 일색이었다. 도대체 어떤 글을 쓴 작가이길래 이렇게 번역본이 나오기도 전에 야단들이란 말인가(하긴 그곳에 가면 원서를 읽는 사람이 워낙 많았으므로), 내 책이 나오면 꼭 사보고 냉정한 평가를 내려주리라 하고는 이 책이 나오자마자 주문을 해서 '자, 각오하시라. 지금부터 내가 이 책을 읽어주마' 이런 심정으로 책을 잡았건만.
결국은 나도 그 찬양하는 무리에 끼고 말았으니, 이 책은 정말 대단한 소설이며 어찌하여 10년동안 책 한권 분량의 중단편만 발표한 작가가 과학소설계의 최고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 증명해 주는 소설이다.
그런데 미리 말해 두지만 이리 말하는 나는 이 책의 내용을 백퍼센트 이해하느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이 책은 언어학, 물리학, 수학, 종교학 등에 상당한 지식이 있어야 작가가 말하려 하는 것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굉장히 사변적인 책이다. 학문과 담을 쌓은 내가 그런 지식이 있을리 만무하다. 그러나 감히 내가 이 책을 걸작이라 말하는 이유는, 초보적인 지식만 가지고도 이 책은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지식을 쌓는다면 이 책을 백만스물한배는 음미할 수 있으리란 걸 지금 이 상태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정교하고, 수미일관되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뭐 하나 더하거나 뺄 것 없는 이야기들. 반지의 제왕처럼 길고 긴 이야기로 현실에 없는 한 세계를 창조하는 것도 재주지만, 이렇게 짤막한 이야기로 논리적으로 완결된 한 세계를 창조하는 것도 너무나 존경스런 재주이다. 그리고 그가 창조한 세계는 현실세계가 있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세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게 해 주며, 인간의 사고가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하고, 우주적인 관점에서 지구와 인간을 보게 해 준다.
각 단편마다 구구절절히 감상을 쓰려고 했으나 읽은지가 오래되고 능력이 딸려서 도저히 못 쓰겠다. 나보다 먼저 쓰신 다른 님들의 리뷰가 너무 좋으니 내가 덧붙일 필요도 없겠고.
각 단편 모두 마음에 들었으나 그 중 표제작인 <네 인생의 이야기>가 가장 강렬했다. 어쨌든, 멋진 작품이다. 좀더 여러 방면의 책을 읽은 후, 다시 한번 도전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