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영화를 별로 보지 않는 내가 그녀가 나온 네편의 영화를 다 본 것은 내가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의식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남자배우는 가끔 너무 잘 생긴게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장동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꽃미남 배우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려고 온몸을 던졌고, 성공했다. 대한민국에서 연기력 있다고 인정되는 배우들을 보면 깎은 듯 잘 생겼다고 말하긴 힘들다.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 이 대표적인 남자배우들은 그저 평범한 듯이 생긴 외모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그러나 여배우들은 아직도 인물이다. 연말 시상식에 그녀들이 드레스 입고 모여 있으면 눈이 부실 지경이다. 그 속에 문소리가 있다는 건 정말 신기하고도 기특한 일이다. 그녀가 고맙다.
내가 문소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당연히 박하사탕을 통해서였다. 내 남동생이 그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할 뻔 해서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에 영화의 줄거리 및 캐스팅된 배우들이 우리집 밥상머리에서 몇번 화제로 올려졌다. 문소리 얘기도 그때 나왔는데 연극을 하고 있다나 뭐라나 했다. 예쁘지 않은 평범한 외모란 얘기도 나왔던 듯.
사실 박하사탕에서 나는 그녀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설경구라는 듣도 보도 못했던 신인배우가 거대한 무게감으로 스크린을 압도했던 것이다. 그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는지 문소리는 어제 사과나무에 나와서 박하사탕 이후 2년 동안 아무도 자길 불러주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드라마에 캐스팅 되긴 했는데 1회분을 찍고 나니 여주인공이 바뀌었다고....("내 실력이 안 되었든지, 카메라를 들이대고 보니 TV에 나갈만한 인물이 아니었든지...."라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 2년동안 "그냥 기다렸다"고 그녀는 말했지만 그건 얼마나 초조하고 절망적인 순간순간이었을까. 그 순간이 없었다면 오아시스에서의 문소리는 없었을지 모른다. 나는 문소리를 보면 오아시스에서 몸을 뒤틀며 경찰서 캐비닛에 머리를 쾅쾅 부닥치는 모습과 함께 <맨땅에 헤딩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주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냥 예쁘장한 외모(우리 학교에도 문소리보다 예쁜 처녀 선생이 한둘이 아니다)에 밋밋하고 조그마한 몸매로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가 되었으니 말이다. 매 순간 온몸을 던지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는 꿈이었을 것이다.
<오아시스>에 이어 <바람난 가족>에서도 문소리는 나를 놀라게 했다. 그 섬뜩하도록 삭막하고 황폐하고 처연한 모습이라니. 처녀가 어찌 저런 감정을 표현할 수가 있담. 그러다 그녀는 금방 <효자동 이발사>에서 빠글빠글한 오리지날 아줌마 빠마를 하고 어눌한 남편을 다그치는 사나운 여편네로 변신해 있었다.
보통 여배우들이 꿈꾸는 뽀샤시한 모습으로는 한번도 스크린에 나온 적 없는 문소리를 보러, 나는 잘 발걸음 안하는 극장에 또 한 번 갈 것 같다. 그녀가 다음 영화를 찍고 있다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