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아기들을 위한 예쁜 책이 정말 많다. 책이 너무 많아서 뭘 보여주면 좋을지 고민스러울 정도다. 이런걸 보고 행복한 고민이라고 할까?^^ 아마도 지난 2월에 아기를 낳은 막내동서도 그렇겠지... 아기에게 보여주면 좋을 책들을 꼽아 두었다가 백일에 선물해주면 정말 좋을것 같다.
요즘은 여러 출판사에서 아이들의 책 읽기를 도와주기 위해 단계별로 재미난 책들을 출판해주신다. 그림책을 벗어나 조금씩 글밥이 늘어나는 책을 읽다보면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 <피비공주와 화가 난 용>은 맹앤앵에서 아이들의 즐거운 독서를 도와주기 위해 출판한 <ABC단계별 읽기 책>중 B단계로 책을 조금 읽어본 만 8세 이상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 초등 2학년인 우리아이가 읽기에 딱 맞는 책이다.^^ 우리아이는 남자아이라 공주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기껏해야 세계명작에 나오는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정도를 알고 있다. 그런 책의 주인공은 항상 레이스가 달린 멋진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피비 공주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공주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지저분하고, 왕비인 엄마도 모르게 나쁜 말들도 알고, 공주들이 입는 분홍색 옷을 아주 싫어한다.자신이 소녀이자 공주라는 것이 싫은 피비 공주는 재미와 모험이 없는 삶은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피비에게 재미난 모험을 떠날 기회가 생긴다. 화가난 용이 성안에서 사고를 치고 다니자 용 사냥꾼들이 용을 잡겠다고 나서지만 모두들 상처만 입고 돌아온다. 하지만 피비는 용을 물리치러 떠나는게 아니라 용이 화나 난 이유를 알고싶어 떠난다. 만일을 대비해서 공구상자를 가지고... 마침내 용이 있는 동굴앞에 다다른 피비공주는 용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나는 단지 왜 네가 그린 일을 저질렀는지를 알고싶을 뿐이야. 왜 너는 그렇게 화가 난 거니?" -p.27- 용은 용사냥꾼들 때문에 기분이 상해 있었지만 자신을 이해해주려 노력하는 피비공주 때문에 마음을 열게되고, 피비공주는 가져간 공구상자로 용이 화가나게 된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해 준다. 처음 책을 받아든 아이는 공주라는 제목에 시큰둥한 반응이었는데 책장을 넘길수록 혼자 키득거리며 보았다. 자신이 아는 공주와는 다른 모습인게 재미나고, 용이 화가난 이유도 웃겼다고 한다. 이 책은 여러가지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는 재미난 책이다. 우리집엔 아들만 있어서 생각을 안 해봤지만 요즘들어 딸들을 강하게 키워야한다는 내용의 책들이 여러권 눈에 띄었던것 같다. 모험을 좋아하는 피비공주는 그런 맥락에 함께하는 주인공이 아닌가싶다. 또한 무력을 앞세워 용을 물리치려했던 어른들보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나선 피비공주의 모습에서 서로를 이해하는데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해주었다.
미세기는 재미난 팝업북으로 처음 만났다. 초등학생인 큰아이가 어려서부터 지금 둘째 아이까지 정말 신나게 보았던것 같다. 그리고 큰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는 글쓰기 책, 만들기 책, 지식을 전달해 주는 책 등 다방면의 책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번에 미세기에서 그림이 있는 동시 <꽃마중>이 나왔다. 자연을 사랑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인이자 그림책 작가인 김미혜씨가 쓴 동시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전하는 동양화가 이해경씨의 소담스런 꽃그림이 읽는 이의 마음까지도 설레게 하는 멋진 동시집이다. 지난 삼월 변화무쌍하게 변덕이 심했던 날씨에 따뜻한 봄은 언제 오려나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그때 만난 <꽃마중>은 책장을 넘길때 마다 어느새 마음속 한가득 봄을 맞이한 듯 화사함을 전해 주었다. 우리 동네에도 꽃이피면 함께 사진을 찍어 올려보고 싶었는데 지금까지도 개나리가 한번 피어볼까하며 꽃망울을 내밀듯 말듯 망설이고 있어 포기했다.^^ <꽃마중>의 목차에는 소재로 삼은 꽃을 작은 그림으로 그려주어 몰랐던 꽃도 다시 눈여겨 보게되고,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꽃이 나올때면 반가움에 큰소리로 인사하며 책장을 넘겨간다. 매 페이지마다 우리꽃 열아홉가지를 소재로 하여 자연과 대화하듯 쓰여진 동시와 함께 그려진 우리꽃 그림에서 느껴지는 소박한 아름다움은 화집이라고 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가치가 느껴진다. 한마디로 그림 때문에 시가 살고, 시 때문에 그림의 화사함이 더욱 크게 전달된다. 자연은 무엇하나 신비롭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 중에도 꽃의 아름다움은 그 무엇에도 견줄 수 없다. 매일밤마다 두 아들에게 꽃 그림을 보여주며 동시를 읽어주니 삭막했던 우리집에도 꽃의 아름다움이 전해지는듯 하여 시집을 읽어주는 시간은 행복했다. 그중 여인네의 열두폭 치마처럼 표현된 진달래 꽃을 보니 이젠 정말 봄이 코앞에 와 있는듯 하다. 자... 이제 여러분들도 <꽃마중>과 함께 화사한 봄을 맞아 보시길 바란다. 진달래 꽃마중
분홍빛 꽃물 번지는데 얘들아, 뭐 하니? 꽃놀이 가자 산골 마을 앞산 뒷산 봄 발자국 따라가자 봄을 먹자 한 움큼 먹자 입술 가득 꽃물 환하게 물들이고 진달래가 되자 봄빛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