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역사과목을 참으로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 혼자서 줄줄줄 얘기하시면서 칠판가득 필기할 것과 외울거리를 안겨주었던 과목이 역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험은 보아야했기에 그때마다 무식하리만큼 그냥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외웠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는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조각조각의 기억들뿐이다. 덕분에 지금도 역사와 관련된 책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의외로 재미나게 읽혀졌다. 작가가 '재미있고 유익한 고려 역사'를 추구하며 글을 쓰셨다는데 성공하신것 같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역사책인 <삼국유사>에서 책의 제목을 빌려왔다고 한다. 삼국유사가 민담적인 요소가 강하여 삼국사기보다 못한 야사로 여겨지지만 일반인에게는 오히려 그런 이야기적 요소가 더 친밀감 있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그에 착안하여 일화중심으로 고려시대를 재조명하여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소개하고 있다. 또한 단락의 끝에는 '문화이야기'라는 덧붙이는 이야기를 두어 역사와 함께 문화풍속에 대한 것도 알려주고 있다.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어려운 말은 아래에 주석을 달아 다시한번 설명해 주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고 그래도 따분할 수 있는 역사이야기를 그에 걸맞는 재미난 그림을 넣어줌으로 보는 재미도 더하고 있다. 본문은 고려시대를 초기,중기,말기로 나누어 3장에 걸쳐 얘기하고 있는데 들어본듯한 이야기도 있지만 의외로 처음 듣는 이야기나 잘못 알고 있는 이야기들도 있어서 책이 술술 재미나게 읽힌다. 고려를 세운 왕건이 최응의 지혜로 궁예 앞에서 목숨을 건지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고려의 대표적인 충신 정몽주의 단심가 이야기까지 37가지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흥미진진하다. 특히나 자유분방했던 연애관이나 남녀의 평등성은 지금과 견주어 보아도 뒤쳐질 것이 없어 오히려 조선시대보다 삶이 편안했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하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문익점의 이야기를 바로 잡아 주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 한권으로 고려의 500년 역사를 한눈에 훑어 보는데 손색이 없을듯 싶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은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면서 관심도 생기고 나같이 무식하게 줄줄이 외우기만 하지는 않을것 같다. 학창시절에 이런 책이 있었다면 역사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