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지금 맥주 한캔을 앞에 놓고 컴퓨터에 앉았어.
속에서 끓어 오르는 나에대한 화를 시원한 맥주 한모금으로 달래보려고.
조금전에 내가 저지른 만행을 후회해 보지만 소용이 없네.
이미 엎지러진 물인것을...
항상 순간의 감정억제만 되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구나.
너에 대한 엄마의 집착(?)이고 욕심 때문일까?

엄마는 웬만하면 너의 일에 간섭을 안하고 싶고 네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래.
하지만 그게 안될때는 엄마도 싫지만 잔소리를 해야하고 지시를 하기도하지.
그러면 네가 그대로 해주기만 하면 쉽게 해결될 일인데 너는 항상 어긋나게 가더라.
지금도 그래...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떡이길래 네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어.
시간은 시간데로 흘러가지만 빨리 하라고 다그치지도 않으려고 많이 참았어.
하지만 이쯤이면 되었을까하고 가서보니 하라고한 숙제는 다 하지도 못했거니와
전혀 엉뚱한 것을 하고 있는 너를 보니 숙제한 종이를 그냥 둘 수가 없더구나.
그렇다고 엄마가 숙제한 종이를 찢어 버린건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가는 너에게 끝까지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해 미안해.

지금 이러고 앉아 있으니 너를 처음 만나던 날이 생각난다.
뭐가 그리도 급한지 7개월만에 엄마뱃속이 싫다고 박차고 나왔던 너...
그때는 그리 급했던 성격이 지금은 어찌 그리도 느긋한건지...^^

그렇게 세상구경한 너를 삼일만에 만났을때 너무나 작은 너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너는 아마 모를거야.
팔일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너를 신생아중환자실에 두고 혼자 집으로 오면서
다른거 하나도 바라지 않는다고 그저 살아서 내품에 안게만 해달라고 했었어.
힘든고비 넘기고 오십구일만에 다른 신생아들보다 더 작은 몸으로 나에게 안겼을때
다른거 하나도 바라지 않는다고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게 해달라고 했었어.
집에 온지 한달만에 탈장으로 다시 재입원하여 수술대에 오르는 너를 보면서
너무 작아 마취가 힘들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다른거 하나도 바라지 않는다고 마취가 잘되어 수술 할 수 있게만 해달라고 했었어.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는
다른거 하나도 바라지 않는다고 더 이상 아프지 않게만 해달라고 했었어.

커가면서 이런저런일로 입원을 한 적도 있지만 예전의 일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며
넌 분명히 이겨낼거라고 믿었었지.
그리고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서 학교에 다니는 너를 보면서 정말 장하고
기특하다고 생각하고 있단다.
그런데 이제보니 다른거 하나도 바라지 않는다는건 말 뿐이고 너에게 참으로
많은 것들을 엄마가 바랬고 지금도 바라고 있구나. ^^

하지만 이럴때 적용되는 법칙이 하나 있단다. <그때 그때 달라요~~~>
이젠 너도 그때의 아기가 아니잖아. 네가 지금 할 수 있는것들을 해줘야지.
엄마는 네가 공부를 무지 잘하는걸 바라는게 아니란다.
물론 학생이니 공부를 잘해주면 더욱 좋겠지만서도...(또 바란다.^^)
네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엄마의 잔소리 없이 스스로 해주었으면 하는거야.
아니 그보다는 좀 빨리 해주었으면 하는거...
다른 친구들보다 두세배씩 걸리는 시간때문에 네가 손해보는게 얼마나 많은지 아니?
숙제하느라 보낸 몇 시간 때문에 네가 좋아하는 책도 못보고
밤에 늦게 잠들어서 아침이면 피곤해 하는 너를 보면 엄마도 속상하단다.

내일 아침에는 너를 깨우면서 기분좋게 일어날 수 있도록 오늘일을 사과할께...
그리고 엄마가 예전에 너를 믿었던 것처럼 조금더 여유를 갖고 너를 지켜보도록 할께...
우리 내일 아침에는 오늘 있었던일 다 잊고 웃으면서 만나자.
우리 좀 더 다정한 엄마와 아들이 되어보자꾸나...^^ 
아들아~~~ 좋은 꿈 꾸고 아침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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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9-30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거 너무 당연해요. 아이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 그런것들이 우리를 자라게 하는거잖아요.
근데 너무 속상하셨나봐요. 저도 며칠전 많은 분들께 위로를 받았죠. 알라딘에서 이렇게 글 올리고나면 속이 많이 편안해지더라구요.
우리도 힘들지만 아이도 힘들거라고 생각하며 우리 같이 이해하고 같이 힘내요.&^^&
아, 그런데 맥주는 정말 맛있죠? 맥주 마신지가 언젠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ㅠ.ㅠ

같은하늘 2009-10-01 00:04   좋아요 0 | URL
속이 상해서 글을 올려놓고 아침에 보고 지우고싶더군요.
밤에 쓴 편지 아침에 붙이지 못한다고...^^
근데 벌써 댓글이 달려서 지우지 못했답니다.
맥주 맛은 모르겠고 시원하긴 하더군요.^^

프레이야 2009-09-30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맘 약한 같은하늘님.
엄마로서의 비애에요. 다 그러며 크는 거라우.ㅎㅎ
저도 밤 늦게 맥주 두어 잔 했어요.^^

같은하늘 2009-10-01 00:05   좋아요 0 | URL
프에이야님은 무슨일로 맥주를 마시셨을지...
안그래도 요즘 마음이 편치 않으시다더니...

울보 2009-09-3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 저도 항상 잠든 아이를 보면서 반성하고 반성합니다 이세상에는 자식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 사람은 많지 않데요, 자식이기에 내 자식이기에 그들에게 거는 기대도 크고 그 기대치가 클 수록 우리는 아이에게 더 많은 잔소리와 참견을 하지요 사랑이란 말을 하면서 하지만 아이들은 얼마나 부담스러울까요 저도 항상 반성하는 부분이랍니다,
님은 그래도 저보다 한결 나으신것 같은데요,
오늘아침에 아이랑 화해를 하셨겠지요,,
님,
우리 아이랑 뒹굴뒹굴 하면서 열심히 살아보자구요 아이들도 아마 엄마를 이해할 날이 올걸요,,ㅎㅎ 아드님도 좀 느리군요, 우리딸도 많이 느린데,,ㅎㅎ

같은하늘 2009-10-01 00:05   좋아요 0 | URL
좀 느린게 아니라 아주 많이 느립니다. ㅠㅠ

마노아 2009-09-3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침이 오늘 아침이었던 거죠? 포근히 안아주셨나요? 따뜻한 화해 하셨을 거라고 믿어요. 화이팅!

같은하늘 2009-10-01 00:06   좋아요 0 | URL
따뜻한 화해라~~~
다행이도 아침에 헤벌레~~하며 일어나 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