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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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라는 이름은 수없이 들었지만,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처음이다. '유쾌한 소설'들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일본소설이라 하면 모름지기 장르문학이라는 생각을 하고있기 때문이랄까(아마도 내가 처음 읽은 일본문학이 미미여사의 <이유>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온다 리쿠가 여성 작가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는 사실.

알라딘 서재에서 이 책을 보고 흥미를 느껴 도서관에 신청해서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699페이지. 아... 어찌 이렇게 긴 글을 쓸 수 있는걸까. 다 읽고 나니 더욱 놀랍다. 클래식 음악 콩쿠르에 대해 700페이지를 쓸 수 있다니. 그중 반 이상이 음악(연주)에 대한 묘사라니. 이 작가 정말 대단하다.

초등때 내가 음치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를 가졌을때 너무 바빠 음악 한곡 듣지 못해 그런거 같다는 엄마의 태교론을 듣고는 그 숙명(?)을 받아들이고 살았으며, 초3때 피아노학원을 다니다가 선생님이 나를 포기해 주셔서(ㅠㅠ) 주산학원으로 전환한 나로서는,, 피아노 연주를 이렇게 다채롭게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히 신기했다. 이 작가 정말 천재 아닐까.. 싶을 정도.

책 날개를 보니 12년에 걸친 구상과 11년의 취재 7년의 집필 끝에 탄생한 대작이라고 한다.

 

요시가에에서 열리는 콩쿠르에 출전한 다카시마 아카시, 에이덴 아야, 마사루, 가자마 진 이 네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음악을 포기하고 악기점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20대 후반의 아카시, 피아노 신동으로 데뷔해 관심을 받았지만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무대를 떠난지 오래된 아야, 일본인3세의 자녀로 외모만큼 화려하고 훌륭한 연주실력을 가진 마사루,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대회를 뒤흔드는 기프트 또는 재난인 진. 네 사람은 각기 다르지만 또 비슷하다. 진정한 음악가가 되고자 하는 몸부림, 음악에 대한 열정과 좋은 음악을 만들어 들려주고자 하는 고민이 콩쿠르를 겪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그 안에서 성장한다. 본래 천재로 태어났으니 남들보다 훨씬 앞서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는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아픔과 고민을 안고 음악에 도전한다. 그리고... 결과는 맨마지막 쪽에 나온다.. ㅎㅎ

 

그리고 나는.. 너무 길어서 힘들었지만 쉽게 읽혀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는 진부한 평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해 본다.. ;;;

 

세상에서 백 명밖에 연주하지 않는 악기로 1등을 해봤자 시시하잖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들 훌륭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더 훌륭해지고 싶다고 몸부림치며 자기 음악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상에서 한 줌밖에 안 되는 빛을 받는 음악가의 위대함이 더욱 두드러지는 거야. 그 뒤에 좌절한 음악가들이 수없이 많은 걸 알기 때문에 음악은 더욱 아름다워.

세상에는 등장한 순간에 이미 고전이 될 운명을 가진 존재가 있어. 스타란 그런 거야. 아주 오래전부터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던 것, 원하던 것을 형태로 만든 게 스타란다

음악은 항상 ‘현재‘여야만 한다. 박물관에 진열돼 있는 전시품이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예술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

뭔가를 깨우치는 순간은 계단식이다. 비탈을 느긋하게 올라가듯 깨우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연습해도 제자리걸음,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다. 여기가 한계인가 절망하는 시간이 끝없이 계속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순간이 찾아 온다.

낭만적인 소리를 내려면 강인한 파워가 필요하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것은 곧 ‘어른‘이라는 존재가 갖춰야 할 요건이기도 하다. 마사루는 그런 생각을 했다. 더 강해져야 해.

곡을 다듬는 작업은 어딘가 집 청소와 비슷하다. 깨끗한 방을 바라보며 거기서 사는 모습을 상상할 때는 좋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집을 유지하는 청소는 끊임없는 육체노동이다. 연주도 마찬가지. (중략)효율적인 방법을 요모조모 시도해보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우직하게 한 칸씩 꼼꼼히 닦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윽고 그날이 온다. 의식하지 않아도 구석구석 손길이 닿아, 저택이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낼 날이.(중략) 그런 날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 곡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구석구석 퍼져서 몸을 가득 채운 곡이 나와 온전히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 단계가 되면 몸 어디를 눌러도 멜로디가 흘러넘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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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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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도, 공포도, SF도 아닌 장르물이라고 할까. 괴담이라고 부를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뭔가 새로운 독서 체험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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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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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 않아도(않는게) 좋다. 인문학과 에세이의 사이 어느 정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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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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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편의 카프카>를 한 10년 전에 읽었을까? 그 책을 겨우 읽어내고 나서 다시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참 괴상한 이야기다... (그때의 나로서는 해석이 전혀 불가능했기에)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에잇. 나하곤 안맞아. 하고 포기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중간중간. 에잇. 하는 생각을 했다. 이데아라니? 메타포라니? 흠.. 하며 나의 부족한 해석력을 절감한 것도 전과 같았다. 그런데, 왠지 전보다 훨씬 재미가 있었다.  조금 지루한 구석도 없진 않았지만, 좋은 문구들을 노트에 옮겨 적어가며, 끝까지 즐기면서 재미나게 읽었다.

 

"사람에게 마흔이라는 나이는 하나의 분수령이다. 그 고개를 넘어가면 더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고 하루키는 말하는데, 올해 내가 마흔이 되었기 때문인가. 하루키를 읽는데도 '시간만이 배양할 수 있는 무게'가 필요했던 것일까. (아니면 하루키씨가 전보다 더 잘 쓰게 된 것일까. ㅋㅋ)

 

내가 이 수수께끼같은 소설에 대해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아마도 그가 얘기하는 것이 그의 '예술론'일 것이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하루키를 해석하기 좋아하는 여러 비평가들이 써놓은 내용을 이제부터 찾아서 읽어볼 생각이다.

 

다만 나는 툭툭 던져놓는 삶에 대한 그의 태도가 좋았다.

 

아무리 의욕이 넘친다 한들, 가슴속 어딘가가 욱신거린다 한들 일에는 구체적인 시작이 필요한 법이다.

 

매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서 일하는 것은 예전부터 내게 중요한 의미였다.

반복이 리듬을 낳는다.

 

참을성있게 기다리려면 나는 시간을 믿어야 한다. 시간이 내 편이 되리라고 믿어야 한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사람은 처음부터 타고난 것에 크게 좌우된다.

그렇다고 연습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야. 어떤 재능이나 자질은 연습하지 않으면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거든.

 

귀를 잘 기울이고,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날카롭게 벼려두는 것.

 

머리를 비우고 손에 익은 기술을 구사하며 불필요한 요소는 일절 내안에 끌어들이지 않는 것.

 

..... 나는 이런 말들에서 감명 같은 것을 받았다. 하긴 10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조금도 서두르지 않는 느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같은 톤으로 써나가는 사람으로부터 감명을 받지 않고 어쩌겠는가.

 

그런데, 하루키를 못 읽겠던 나와 1000페이지가 넘는 <기사단장 죽이기>를 읽어낸 지금의 나는 달라진 것일까. 그동안 못읽었던 하루키의 소설들을 모아놓고 하나하나 차분히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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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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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평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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