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회사도서관에서 빌렸고, (집에 쌓아둔 수많은 책은 어쩌고 ;;;)

10편의 단편중 5편을 읽었다. 그러고 나니 반납일이 되어서, 못읽은 5편은 다음 기회에......

읽을 수 있을까?.....

 

5편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표제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그리고 첫번쨰로 실려있는 <구멍>이었다. <코요테>와 <아술>도 좋았지만.

 

<구멍>은 9페이지짜리 아주 짧은 소설이다. 나라는 화자가 말하는(이 소설집은 모두 화자가 '나'이다) 친구 '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사건을 통과하며 내가 느꼈던 슬픔이나 아픔, 괴로움에 대한 표현은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있었던 상황만을 적은 담담한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찡해지는, 기이한(?) 경험을 주었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라는 소설집에서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소설이 문득 떠올랐다. 세월호 사건 직후에 빨간책방에서 이동진 작가님이 낭독하는 걸 들으면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힘들었던 기억이.... <구멍>도 기회가 된다면 낭독 혹은 필사를 해보고 싶어졌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도 담당하기 이를데 없다. 이 작가는 분명 성격이 매우 차분하고, 말도 조근조근할 것 같은 느낌.. 남성 작가가 여성 화자가 되어 이야기할 때 '쌔함'이 안 느껴지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닌데, 이 소설은 그랬다. 대학생인 여성이 나이든 물리학자를 사랑하게 되는 설정(?) 자체는 거부감이 생길 법도 한데, 사람마다 다른 결핍을 갖고 있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채워갈 것인지는 각자의 상황과 선택에 달려있으니까..라고 납득하게 된다. 플라토닉 러브라는 해묵은 단어가 떠오르는 소설이었다.

<코요테>와 <아술>도 <빛과....>처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식, 다른 류의 사랑이지만, 그 모든 사랑을 그저 묵묵히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싶게 글을 쓰는 이 작가... 대단해....

 

검색해보니 이 작가의 장편소설이 있다.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일단 ebook을 사둘까... ㅎㅎ

언젠가는 문득 읽고싶어질 것 같아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둔책이 몇백권인가... 먼산.....)

 

 

다른 사람이 당신을 채워줄 수 있다거나 당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고-이 두 가지가 사실상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추정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나는 콜린과의 관계에서 그런 식의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나는 다만 그가 나의 일부, 나의 중요한 일부를 채워주고 있고, 로버트 역시 똑같이 나의 중요한 또다른 일부를 채워주었다고 믿을 뿐이다. 로버트가 채워준 나의 일부는, 내 생각에, 지금도 콜린은 그 존재를 모르는 부분이다. - P125

죄의식은 우리가 우리의 연인들에게 이런 비밀들을, 이런 진실들을 말하는 이유다. 이것은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며, 그 이면에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든 일말의 죄의식을 덜어줄 수 있으리라는 추정이 숨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죄의식은 자초하여 입는 모든 상처들이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영원하며, 행동 그 자체만큼 생생해진다. 그것을 밝히는 행위로 인해, 그것은 다만 모든 이들의 상처가 될 뿐이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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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7-16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날들]을 제가 읽었던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제가 읽고 쓴 페이퍼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페이퍼를 읽어도...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네요?
읽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째서 이렇게 부질없는가..

저도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참 좋아해요.

비공개 2019-07-16 17:01   좋아요 0 | URL
오오 일단 다락방님 페이퍼부터 “다시” 읽어볼게요. 아마 그 페이퍼를 예전에 읽었겠지만 기억이 나질 않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