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영 작가의 신작. <청담동 살아요>,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그리고 이제 <나의 해방일지>
경기도 외곽에 사는 세 남매의 이야기. 1횐가 2횐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달걀 프라이를 보며 서울은 노른자고 경기도는 흰자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러면서 이민기가 자신은 경기도민이라 흰자 먹을 테니 사장님은 노른자 드시라고. 비유가 너무 찰떡 같아서 서울 떠올릴 때마다 생각날 듯.
동네 카페 앞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다 염창희(이민기)는 그런 말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이런 인구밀집도 떨어지는 시골에 살았으니까 친구 한 거지 쌔고쌘 게 또래들인 도시에 살았으면 나 너랑 친구 안 했어. 반경 10km 이내에 또래를 쓸어모아도 열댓명이 안 되는 이런 시골에 살았으니까 내가 어쩔 수 없이 같이 논 거지. 시골은 이게 문제야. 하여튼 나이만 같으면 다 친구야. 나 어려서 여자애 하나 껴서 넷이 놀았다고 그러잖아. 그러면 되게 죽이 맞았나 보다 그래. 그냥 네 명이 전분 거야 동네에. (염미정(김지원)을 가리키며) 쟤! 쟨 또래 하나도 없어갖고 동네 바보랑 놀았잖아. 개똥이랑.
이런 시골에선 친구도 식구랑 같은 거야. 식구를 가려 만나? 그냥 태어나니까 식구래. 그냥 태어나니까 친구래. 옆집에 애 하나 있대. 학교에서도 옆에 앉는 짝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딴 애랑 놀면 돼. 근데 동네친구? 이건 답이 없어."
*
대체로 나는 이민기가 연기하는 역할에 대해 되게 동류의식을 느끼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가장 나 같은 인물을 찾으라고 하면 이민기. 이민기의 지난 번 작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도 이민기에게 감정이입되었었는데. 전생에는 고양이였지만, 다음생에 인간 남자로 태어나면 이민기(가 맡는 역할들) 같은 남자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