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기분이 어느 순간부터 점점점 나빠져서 내일 점심에는 롯데리아에 가서 새우버거라도 먹어야 할 것 같댜. 요즘 봄을 타는 삼월이는 지금까지 나를 들들 볶다가 저도 지쳤는지 벌써 잠이 들었다. 하도 투정을 잔소리를 퍼부어대길래 나도 지지 않고 소리를 빽 질렀다. 


"거실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굴지 말고 방으로 들어와서 말해! 방에 들어와서 눈을 보고 말하라고!"


집에 가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엄마를 보러 집에 간 지 3년? 5년?도 더 된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게 말하지 말걸. 내일 취소하면 너무 속 보이니까 금요일쯤 문자로 비상근무가 잡혀서 못 가겠다고 말해야겠다. 사람에게 잘해주지 말아야 한다. 관계는 얼른 보기에만 별거 아니고 쉬워 보이(고 심지어 좋아 보이기까지 하)지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부터 점점 더 어려워진다. 어려워지기만 한다. 너무 어려워서 엄마도 안 보고 싶을 정도로.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맞아! 올해는 재미있는 것만,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기로 했지 참. 책도 재미있는 책만. 말도 하고 싶은 말만.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러지는 말자고, 싫은 건 그냥 하지 말아보자고, 노력 같은 것도 하지 말아보자고, 올해는 그렇게 한번 살아보자고 마음먹었었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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