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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기분이 어느 순간부터 점점점 나빠져서 내일 점심에는 롯데리아에 가서 새우버거라도 먹어야 할 것 같댜. 요즘 봄을 타는 삼월이는 지금까지 나를 들들 볶다가 저도 지쳤는지 벌써 잠이 들었다. 하도 투정을 잔소리를 퍼부어대길래 나도 지지 않고 소리를 빽 질렀다. 


"거실에서 그렇게 시끄럽게 굴지 말고 방으로 들어와서 말해! 방에 들어와서 눈을 보고 말하라고!"


집에 가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엄마를 보러 집에 간 지 3년? 5년?도 더 된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게 말하지 말걸. 내일 취소하면 너무 속 보이니까 금요일쯤 문자로 비상근무가 잡혀서 못 가겠다고 말해야겠다. 사람에게 잘해주지 말아야 한다. 관계는 얼른 보기에만 별거 아니고 쉬워 보이(고 심지어 좋아 보이기까지 하)지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부터 점점 더 어려워진다. 어려워지기만 한다. 너무 어려워서 엄마도 안 보고 싶을 정도로.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맞아! 올해는 재미있는 것만,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기로 했지 참. 책도 재미있는 책만. 말도 하고 싶은 말만.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러지는 말자고, 싫은 건 그냥 하지 말아보자고, 노력 같은 것도 하지 말아보자고, 올해는 그렇게 한번 살아보자고 마음먹었었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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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좋아하는 삼월이. 보통은 낭만고양이를 틀어주는데, 오늘은 으으냥. 호감 가는 고양이가 있으면 좀더 집중해서 보고, 영상을 보다 불현듯 무슨 생각이 들면 고개를 돌려 나를 가만 쳐다본다. 기본적으로 유튜브 볼 때 삼월이 마음은 좀 말랑말랑해지는 듯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하는 표정. 내 주먹보다 작은 뇌를 가진 삼월이가 그렇게 열심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못견디게 귀엽고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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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04-10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와 고양이를 두려워하는데(전생에 쥐였나-_-a) 저 고고하고 우아한 모습은 제가 느끼는 Joule님과도 겹쳐보입니다^^

Joule 2022-04-10 10:58   좋아요 0 | URL
아마 여러 전생 동안 달밤 님은 인간이었나 봐요. 그래서 짐승의 느낌을 잊어버렸을지도. 저는 전생에 고양이였어요. 그래서 성격이나 하는 짓도 고양이와 거의 완전 똑같아요. 전생의 흔적이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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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04-10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참 예쁘네요@_@;;; 그림 같아요. 파란 하늘에 구름 한 덩이^^ 그러고보니 하늘도 쳐다보지 않고 살았나봐요@_@;;;

Joule 2022-04-10 10:54   좋아요 0 | URL
ㅋㅋㅋ 고마워요. 저 사진 찍어놓고 구름이 너무 뭐랄까 단독직입적이라고나 할까 나 구름! 그래서 웃기기도 하고 뿌듯했거든요. 구름 한 덩이 ㅋㅋㅋ
 


중성화 수술을 마친 패기. 이제 패기에게도 친구가 생길 것이다. 

"우리 패기 중성화수술 했으니까 이제 친구도 생기고 인기냥이 될 거야. 이쁜이도 도망 안 가고 같이 놀자고 할지도 몰라. 삼월이 언니도, 동구 형아도, 진식이 형아도 다 중성화 수술 했어. 멋있는 고양이들은 다 하는 거야."

나는 택도 없는 소리를 해가며 패기를 어르고 달래고 구슬렀다. 수술을 하고 나면 어쨌든 마음에도 상처를 입은 고양이들은 한동안--때로는 쭉--모습을 비추지 않는데 패기는 집에 돌아와서도 바로 도망가지 않고 내가 주는 밥을 다 먹고, 다음날에도 이웃집 계단 난간에서 내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야옹~" 하고 알은척을 해주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맛있는 통조림을 따주고 개나리 나뭇가지로 잠깐 놀아도 줬다.


올해는 봄비가 미리 내려서 벚꽃이 마음놓고 흐드러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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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는 2019년 3월 따뜻한 봄밤, 종이상자 안에서 태어났다. 6개월 동안 길냥이로 살았고, 7개월부터 나와 살았다. 이름을 천하게 지으면 오래 산다는 미신을 내가 믿고 있어서 삼월이는 삼월이가 되었다. 다 크면 선교장에 하녀로 보내겠다는 엄포로 나는 삼월이에 대한 나의 애정을 숨겼다. 사랑하는 걸 내색하면 운명의 시샘을 받을 수 있어서 나는 곧잘 그런다. 





삼월이는 길냥이 출신이라서인지 길냥이들이 나오는 유튜브를 좋아한다. 벌써 자고 싶지는 않다고, 놀아달라고 칭얼대다가도 내가 길냥이 유튜브를 틀어놓고 "귀여운 삼월아, 이리 와. 이리 와서 언니랑 같이 테레비 보자." 하면 5분쯤 뜸을 들이다 못 이기는 척 짧게 몇 마디 구시렁거리고는 내 팔에 앞발을 올리고 턱을 괴고 유튜브를 본다. 그리고 삼월이는 막장드라마는 싫어하고 잘생긴 현빈이나 이민호가 나오는 드라마는 좋아한다. 아마 대사가 시끄럽고 조용하고 뭐 그런 차이 때문인 듯 싶다.  





한동안 상자 물어뜯기에 재미를 붙이다가 요즘은 나방 찾기로 하루를 보낸다. 

아침이면 나는 삼월에게 "귀여운 삼월아, 사랑해."라고 말해주고, 

밤이면 "귀여운 삼월아, 맛있는 꿈 꿔." 라고 말해준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힘들고 고단한데(그래서 고양이는 여간 귀엽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삼월이를 키우는 것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보다 약 2배쯤 더 고단하다. 이유는 말이 너무 많아서ㅠㅠ "삼월아, 말 좀 그만하면 안 돼?" 하고 삼월이 입을 틀어막은 적도 여러 번이다. 


그래도 삼월이는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 순간도 귀엽지 않은 적이 없는 고양이고, 삼월이가 있어서 지구는 매일 조금씩 더 귀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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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6-09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정하고 다정한 Joule님ㅠㅠ 삼월은 참 행운묘로군요. 예쁘다^^

Joule 2020-06-10 16:09   좋아요 0 | URL
사람에게는 그렇게 다정한 것 같지 않은데 말이죠. ㅎㅎ
코로나 때문인지 저는 늦게 계절을 타기 시작해서 좀 힘드네요.

Joule 2020-06-10 17:56   좋아요 0 | URL
근데 콩깍지인지 모르겠는데, 삼월이 송중기 닮았어요 ㅋㅋ
송중기 사진 보는데 문득 어 삼월이 닮았다 싶더라고요.

moonnight 2020-06-10 18:01   좋아요 0 | URL
앗 말씀 듣고 보니 그렇네요@_@; 첫번째 사진은 확실히 닮았어요. @_@;;;;

Joule 2020-06-12 10:00   좋아요 0 | URL
제 콩깍지에 동조해주셔서 고마워요. 달밤님이야말로 정말 다정한 분이시군요!

hanicare 2020-10-12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계셨군요.^^
인간만큼 추악한 종이 있을까 몰라요.
멀리 나갈 필요없이 나라는 위인을 봐도.
그러니 사람들 앞에서 자랑을 하면 안됩니다. ( 그들보다 약해보여도 살기 괴롭구요.)
있는 듯 없는 듯 저잣거리에 묻혀사는 게 최고의 은둔이라 생각해요.
선교장 나오는 거 보니 아직 강릉에 거주하시나봐요?

Joule 2020-07-07 16:31   좋아요 0 | URL
제 역마살이 멈춘 곳이라서 여기서 더는 이동하지 않는 듯해요^^
하니케어 님 엄청 반가워요. 알라딘 들어올 때면 당연하게 하니케어 님 생각이 저절로 나죠.
하니케어님은 경기도 남부 어디쯤 살고 계시지 않나 막연히 짐작하고 있는데, 그래요?
되게되게 힘든 일(적성에 도무지 맞지 않는 일) 하셨었는데 지금은 좀 나아지셨을까요?

제가 고양이로 태어나면 꼭 삼월이 같겠다는 생각이 처음에는 들더니,
그다음에는 삼월이가 꼭 제 딸처럼 느껴졌어요. 엄마와 어린 딸이 나오는 영화 장면을 보면 삼월이 생각이 나면서 혼자 가슴이 뭉클 하고 그랬죠.
지금은... 삼월이가 인간이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ㅎㅎ
삼월이 같은 딸 너무 힘들 것 같거든요.
귀여운 삼월아, 하고 불러도 귓등으로 듣고... 이제 태어난 지 2년도 안 된 주제에 말이죠. 쳇.

2020-07-09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0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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