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는 2019년 3월 따뜻한 봄밤, 종이상자 안에서 태어났다. 6개월 동안 길냥이로 살았고, 7개월부터 나와 살았다. 이름을 천하게 지으면 오래 산다는 미신을 내가 믿고 있어서 삼월이는 삼월이가 되었다. 다 크면 선교장에 하녀로 보내겠다는 엄포로 나는 삼월이에 대한 나의 애정을 숨겼다. 사랑하는 걸 내색하면 운명의 시샘을 받을 수 있어서 나는 곧잘 그런다.
삼월이는 길냥이 출신이라서인지 길냥이들이 나오는 유튜브를 좋아한다. 벌써 자고 싶지는 않다고, 놀아달라고 칭얼대다가도 내가 길냥이 유튜브를 틀어놓고 "귀여운 삼월아, 이리 와. 이리 와서 언니랑 같이 테레비 보자." 하면 5분쯤 뜸을 들이다 못 이기는 척 짧게 몇 마디 구시렁거리고는 내 팔에 앞발을 올리고 턱을 괴고 유튜브를 본다. 그리고 삼월이는 막장드라마는 싫어하고 잘생긴 현빈이나 이민호가 나오는 드라마는 좋아한다. 아마 대사가 시끄럽고 조용하고 뭐 그런 차이 때문인 듯 싶다.
한동안 상자 물어뜯기에 재미를 붙이다가 요즘은 나방 찾기로 하루를 보낸다.
아침이면 나는 삼월에게 "귀여운 삼월아, 사랑해."라고 말해주고,
밤이면 "귀여운 삼월아, 맛있는 꿈 꿔." 라고 말해준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힘들고 고단한데(그래서 고양이는 여간 귀엽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삼월이를 키우는 것은 고양이를 키우는 것보다 약 2배쯤 더 고단하다. 이유는 말이 너무 많아서ㅠㅠ "삼월아, 말 좀 그만하면 안 돼?" 하고 삼월이 입을 틀어막은 적도 여러 번이다.
그래도 삼월이는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 순간도 귀엽지 않은 적이 없는 고양이고, 삼월이가 있어서 지구는 매일 조금씩 더 귀여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