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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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장기화 될 전망이다.미국의 내수시장이 악화되고 재정적자가 누적되면서 미국의 금융 환경이 부실해지면서 더욱 악화의 길로를 걷는 것으로 보여진다.일종의 빛 좋은 개살구의 역할을 보여 주는 미국의 금융환경이 변질된 것은 어제 오늘일만은 아닐 것이다.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면서 아직까지도 그 채무를 완납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리고 근자 부시정권시절 이라크에 쏟아 부은 군사시설과 무기로 인해 달러의 무분별한 낭비와 금융정책을 쥐고 있는 자들의 근시안적인 정책결정에 기인하는 점도 커다란 금융악화의 요소라고 판단된다.미국의 금융이 휘청거리면 대다수의 나라들도 그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만 양과 음이 있듯 반사적으로 이를 이용하여 세계경제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G2국인 중국의 경제도약과 달러 보유 1위국에 맞게 우뚝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잠자던 사자가 깊은 잠에서 깨어난지 벌써 1세대가 흐른 중국은 2010년 중국인민은행이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것과 맞물려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나는 세계 금융계에 문외한이지만 미국이 10년이 안 되는 기간에 달러를 국제통화로 만들었기에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지 못하고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그들은 미국의 국채를 대량매입하면서 미국의 평가절하와 함께 위안화는 평가절상되면서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은 국가들,위안화의 환율 변동을 중시해야 하는 국가들에게만 큰 매력을 지닐 것으로 보여진다.

1962년 월터 홀스타인이 이끌던 유럽위원회는 3단계에 걸쳐 단일 통화를 제안하고 1970년과 1989년에 재차 언급되면서 프랑스와 독일은 그들이 사랑하던 프랑과 마르크화를 포기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유럽 각국이 단일 통화를 내세우면서 유로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다만 유로는 구심점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고 위안화는 통제가 너무 많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유로,위안이 국제통화의 자리를 공유하면서 달러와의 복수통화체제를 모색하고 있는데,달러에 대한 가장 큰 불신은 잘못된 재정관리와 국제 금융체제 안에서 불만이 증가한 점이다.미국이 불러 일으킨 금융위기의 근원(根源)은 규제받지 않은 금융계의 무분별한 영업관행이 있었고 은행들은 주택대출영업을 외부 브로커들에게 맡겼으며,연방정부나 주 정부의 허가요건이 없기 때문에 교육받지 않은 브로커들도 문제였고 고객의 이익을 우선해야 할 수탁의무조차 지지 않았다는 잘못된 영업관행과 미국정부가 이를 방기(放棄)에 가까울 정도로 손을 놓았다는 점이다.

달러 위기설이 과장이라는 견해와 주장도 일가견이 있다고 보여진다.베어스턴스 및 리먼브라더스가 차례로 도산되면서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할 때마다 달러는 오히려 강세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특히 잔뜩 겁먹은 해외투자자들에겐 달러는 최대의 도피처가 되었으며 달러의 국제적 위상이 유지된다면 더 이상 두려워할 것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한국과 같은 대미의존도가 큰 나라들은 미국의 경제와 무역금융에 심대한 타격과 영향을 받는다.아시아 정부들이 달러를 집중 매입하는 이유도 국제통화라는 위상 때문이고 달러를 매입하면 대미 환율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환율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즉,대부분의 교역이 달러로 청구되고 결제되기 때문에 대미 환율을 안정시키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고 환율 방어는 달러의 축적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달러의 운명은 미국의 재정정책에 달렸는데 이는 금융위기전에 사정이 심하게 악화되었고 2001년과 2003년에 이루어진 감세로 GDP 기준 세수 비중이 1950년 이래 최저 수준이었다.재정악화가 불가피한 측면하에서 미정부는 민간지출을 대체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규모가 방대했으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15년경이 되면 의료보장비용과 연금비용 때문에 재정작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은 재정악화로 인해 달러 위기를 맞고 있고 반면 중국은 탄탄한 달러 보유로 그들의 통화를 세계통화로 만들려는 속셈을 공표하는 마당이어서 미국을 비롯한 중국,서구 열강,일본 등이 금융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안정된 금융기조와 세계경제의 원활한 흐름이 이어질지가 주목된다.관건은 각국의 튼튼한 경제 기초체력이고 달러위기의 관건은 중국의 손이 아닌 미국의 손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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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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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골에서 태어나 산골을 친구로 삼고 늘 들과 산으로 뛰어나니며 마냥 신나고 세상이 부러울거 없는 천진무구한 마음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조금 잘 살고 이름을 남겨 보자는 얄팍한 생각에 서울의 대학을 나오고 치열한 생존 경쟁의 틈 바구니 속에서 현재와 불안한 미래를 무덤덤한 감수성으로 세상을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는거 같다.세상은 산이 있고 바다가 있으며 하늘이 있으며 땅이 있듯 두루 두루 느긋하게 보고 느끼며 행복을 찾아 가는 삶이 되어야 할텐데 그 정반대인 현실이기에 답답하기도 하다.삶의 길이로 봤을 때 찰라와 같은 짧은 시간을 느긋한 여유로 사물과 풍경을 바라본다면 자연이 주는 무한한 풍경과 신선한 감각 앞에서 삶을 좀 더 멋나게 요리해 볼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도 꿈틀거린다.

산골은 산내음과 들내음에서 무한히 뿜어져 나오는 향기와 신선한 산소가 순박한 농부과 촌사람들의 심성을 더욱 맑고 고요하며 풍성하게 해주리라 생각한다.특히 봄부터 겨울까지 변화해 나가는 시절의 변화도 만끽할 수가 있고 산과 들에서 자라나는 온갖 화초와 나물거리들은 천혜의 보배마냥 인간의 몸까지 챙겨주는 귀한 존재들이기에 나는 산골의 사계의 모습과 자태를 영영 잊을 수가 없다.이와는 대조적으로 넓고 찬연하게 빛을 내는 바다 물과 함께 살아가는 어부들의 진솔한 삶과 바다가 안겨 주는 풋풋하고 비릿내 나는 바다 바람과 향기는 닫혀 있던 정서를 일소에 뚫어주고 바다와 인간이 하나가 되어 줄 수도 있으리라.

아무튼 너른 바다,넘실대는 파도,바다 내음을 맡고 훨훨 나는 새들의 한마당은 생각만 해도 호연지기로 가득채워 준다.바다가 가까운 포구의 정경은 멀리 떠난 님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연인과 기다란 방파제 위를 거닐며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과 사랑을 쌓아 갈 수가 있는 낭만 서린 곳이기도 하다.또한 바다를 생계의 터전으로 삼으며 아침 일찍부터 고기잡이 준비를 부산을 떨어야 하는 어부들의 근면성실한 모습과 어부들이 낚아 올린 고기떼들이 소비자들을 향해 쉼없이 이동해 가는 현실도 우리네 삶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풍경이다.명태와 오징어는 건조시켜 섭취할 수도 있는 음식이기에 찬란히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받아가면서 바람과 함께 꼬득꼬득 건조해져 가는 모습은 보면 볼수록 정겨움과 한적함을 동시에 선사해 준다.

한국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뜬다는 호미곶의 일출부터 일몰까지의 포구부터 물고기와 조개를 채취하는 어촌 마을사람들의 일상에서 그들의 삶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가장 진솔하고 가식이 붙어 있지 않은 맑고 빛나는 진주와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특히 멸치잡이배들이 만선의 꿈을 이루고 포구로 돌아올 무렵이면 멀찌감치서 환희의 소식을 노동요와 같이 신명나게 불러대는 모습이 마음과 몸이 절로 풍성해지고 엉덩이마저 들썩거려지리라.그만큼 어부들은 어떠한 계획과 목표에 이끌리는 삶이 아닌 자연과 사계가 주는 위대한 선물을 최선의 준비와 움직임으로 바다 속의 생물과의 무언의 교호작용을 하기에 양의 많고 적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거 같다.그 양의 많고 적음으로 인해 순간적으론 씁쓸한 탄식과 담배 연기로 일소해 버릴 수도 있을테니까.그래서 어부들의 얼굴 표정은 자연의 바람과 태양,날씨에 순종하고 살아가는 순박함이 몸에 배여 있지 않을까 한다.

포구와 갯벌,수초가 보이는 바닷가로 시간을 내어 달려가고 싶다.해가 돋는 장관의 모습도 좋고 해가 지는 노을의 애잔함도 좋지만 그 곳에서 조개도 캐보고 돛단배에 몸을 실어 바다 낚시라도 즐겨볼 여유를 꿈꾸는 시간을 갖어 보겠다.시간이 없고 돈이 없어 못간다는 변명보다는 삶을 즐기고 바다만이 주는 무한한 축제의 온몸으로 감싸안고 싶다.그래서 산골의 유려한 풍광과 포구의 탁 트인 풍광이 공간은 다르지만 나에겐 둘 다 마음의 본향마냥 그리움과 설레임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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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 강해지는 중국어 단어숙어집 3000 플러스
조일신 지음 / 제이플러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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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 보니 교과서와 다양한 중국어 교재가 범람하고 있다.셀 수도 없는 한자가 중국에서는 간체자로 둔갑되고 한자가 갖고 있는 뜻도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는 용례와 비슷한거 같으면서도 전혀 다르게 사용되는 용례가 많아서 한자를 보고 중국어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자칫 오류와 오해를 살 여지도 있다.학창시절 영어를 배우면서 성문기본 영어,핵심영어,종합영어를 건너면서 버캐뷸러리,토익을 배웠듯이 중국어 역시 기초지식과 회화,문법이 어느 정도 몸에 배였다면 각 품사에 맞게 정확하게 사용하고 구사할 수 있는 교재와 함께 중국어학습을 부단히 익혀 간다면 중국어에 대한 감각과 어휘,문장의 응용이 증가되리라 생각한다.

동사,형용사,부사,양사,개사(전치사),접속사.관계사,속담.성어(사자성어 및 고사성어 포함).관용구,명사.외래어 등을 통해 보다 심층적인 중국어 학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예를 들어 동사에 어울리는 목적어를 잘못 사용할 경우에 '억지 춘향'격이 되어 중국인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기에 이왕 정확한 단어와 문장을 구사한다면 품격 높은 중국어에 동시에 자신감과 성취욕도 증가되리라 믿는다.부록으로 외래어가 있어 유용하게 사용가능하고 뜻이 비슷하지만 쓰임새가 다른 경우 등도 눈여겨 작문을 하고 구사하는데 실수가 있어서는 안될거 같다.단어,문장 해독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으면 속담.성어.관용어를 익히면 좋을거 같다.오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중국인의 생각과 처세,지혜가 담겨 있기에 몇 번이고 반복하여 듣고 따라하는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외교적으로도 한층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기에 좀 더 유연한 생각과 안목으로 중국을 알아나가야 할것이다.중국이 방대한 면적과 수많은 방어,소수 민족이 있기에 표준어인 북평화(북경어)를 제대로 알고 구사한다면 민간인으로서 또는 외교관으로서 중국인들과 당당하게 대화를 나누고 올바른 소통을 하리라 생각한다.개인적으로는 같은 단어,문장을 반복하면서 입에서 침이 고일 정도로 학습해 왔다.그러기에 이 도서는 단어와 숙어가 취약한 중국학도들에게 안성맞춤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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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나를 본다 오늘의 세계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지음, 이경수 옮김 / 들녘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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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노벨문학상은 스웨덴의 말똥가리 시인으로 불리는 트란스트뢰메르시가 수상했다.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심리상담사와 활동하면서 50여년간 시를 써오고 있는데 겨우 200여편이라고 한다.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며 말똥가리마냥 세상을 높은 곳에서 신비주의적 차원에서 바라보되 자연세계의 혼탁한 시류들에 날카로운 초점을 맞추고 있는 탓인지 역사의 뒤안길과 관련된 시들이 많이 나온다.이는 시인의 눈에는 조그마한 사물의 웃음과 울음소리부터 격동의 시기를 관조하고 비평하는 안목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트란스트뢰메르는 북극의 얼음이 해빙되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합류점에 독자들을 끌어 들여 화해와 포용의 기운을 내비춘다.그러한 면에서<1966년의 눈 녹음>은 인상 깊게 다가오는 시이다.

곤두박이로 곤두박이로 흘러내리는 물길,포효소리.오래된 최면술.
강물이 자동차 공동묘지를 늪으로 만들고,
가면 뒤에서 번쩍인다.
나는 다리 난간을 꽉 움겨잡는다.
다리,죽음을 지나 항해하는 거대한 강철 새.

이 도서에 수록된 62편의 시와 원문(영어판)은 트란스트뢰메르의 시세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면 그저 읽고 지나갈 의미없는 시읽기가 될거 같다.나 자신도 그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시를 여러 번 읽고 음미해야만 그의 시세계와 주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거 같다.끝이 보이지 않은 심연에서 영원한 침묵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보편적인 우주형성이 시의 기류를 이루고 있고 과거와 현재,예술과 인생의 빛나는 시의 깊은 맛은 결국 인류가 저지른 이분법적 대립구조를 화해와 조화의 길로 끌어 들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북극해를 바라보는 스웨덴 베링 해협을 바라보며 트란스트뢰메르는 멋진 시상과 각고의 시작(詩作)을 게을리 하지 않았을 것이다.또 다른 시 세계를 만나고 음미해 볼 수가 있어서 뭉개지고 무덤덤해진 심상과 감수성을 일깨워준 계기가 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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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세계다
왕후이 지음, 송인재 옮김 / 글항아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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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논객인 왕후이(汪暉)에 의한 근대 중국사와 그 주변국들의 동태,현대 중국의 정치사까지 망라한 시공간적인 개념을 담은 이 도서는 중국의 지성계를 대표하는 분의 글이어서인지 객관성과 일관성이 돋보인다.19세기 중반 영국 무역전쟁으로 인해 제국 열강이 잠자던 중국의 문호를 활짝 열게 되지만 오래 뿌리박힌 봉건주의와 왕권,수구파의 강세로 중국 문명발달은 서구열강과 비교하여 더디게 흘러가고 말았다.20세기 초 쑨원에 의한 신해혁명과 곧바로 이어진 공산혁명,공산당 성립 등이 중국만이 갖고 있는 국체의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다.공리보다 인의도덕을 중시한 중국의 오랜 사상과 인식은 이제야 자본주의 물결을 타고 그들만의 사회주의식 시장경제의 고도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중국 역사 연구에서 '지역'에 관한 담론과 '지역주의'적 방법을 분석.종합하고 트랜스시스템사회라는 개념을 동원하여,민족주의 지식의 틀에서 형성된 것과는 다른 중국관을 제시하고,이는 서로 다른 문명.종교.종족집단 및 기타 시스템을 포함하는 인간 공동체이거나 사회 연결망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이는 하나의 인간사회로서 물질문화. 지리.종교.의식.정치구조.윤리.우주관 및 상상된 세계 등 각종 요소와 관련지게 되고 '지역'이라는 범주가 인문지리와 물질문명의 기초 위에서 독특한 혼합성.유동성.정합성을 포함하기에 민족주의 지식의 틀을 넘어 중국과 그 역사적 변천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리라 생각이 든다.

눈에 띄는 대목은 19세기 후반 일본의 경제학자였던 후쿠자와유키치의 주창처럼 탈아입구(脫亞入歐)의 구호마냥 아시아의 본질-유교주의와 그 체제는 유럽의 맥락에 내재해 있음을 표현한 것으로 문화적으로 고도의 동질성을 갖고 있는 아시아의 지역적 특성에다 '탈유교주의'의 정치적인 함의는 중국 중심(중화사상)의 제국 관계로부터 탈피하여 '자유','인권','국권','문명','독립정신'을 지향점으로 삼아 일본을 유럽식 민족-국가로 탈바꿈하게 하는 것이다.이러한 현상은 그리스에서도 찾아 볼 수가 있는데 유럽이 성숙되기 전 문명의 어머니인 아시아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점이다.

시스템적 변천의 결과로 다루고 있는 티베트의 문제는 위기로 보여지는데 19세기 티베트는 청과 조공관계에 있었지만 영국의 세력 범위로 전락했으며 영국이 조약의 형식을 통해 티벳을 병탄한 것과 달리 청은 티벳을 달라이 라마.판첸 라마.금병추첨.기타 종교.조공.예의의 형식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며,티벳의 고유한 언어.풍습.종교.인습은 중국 공산당 혁명 이후 중국 중앙정부에 의해 티벳의 언어를 비롯하여 그들의 구심점인 종교 지도자들이 망명과 숙청을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자연스레 중국중앙정부의 보호와 감시를 받고 있다.또한 류큐(오키나와) 문제도 거론하고 있는데 중국과 조공,책봉 관계였던 류큐는 도요토미히데요시의 침략과 함께 갖은 수모와 예속을 당하다 1871년 명치유신과 함께 일본의 번속으로 전락하고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미국의 자치령으로 있다 1972년 일본에 반환되는 역사를 갖고 있다.

19세기 미일은 페리제독에 의한 조약이 성립되면서 타이완은 일본의 속국이 되고 류큐는 일본의 속지였지만 태평양 전쟁의 와중에 연합국들이 지상 공격을 벌이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것이다.특히 동북아는 서양열강 세력 개방 요구에 어수선한 각축전이 되었으며 이에 질세라 일본제국은 조선을 쉽게 삼키고 만다.결국 외세에 의해 한국과 중국 및 동남아는 고유언어,문화,인습,종교 등이 짓밟히는 아픈 역사를 안게 되지만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일본제국의 허울은 막을 내리게 되고 새로운 이념과 경제체제를 향해 중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들은 국익과 국권을 수호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중국 사상가에 의해 쓰여진 방배한 자료와 오랜 세월 각고의 연구 결과 나온 이 도서는 특히 동북아의 정신적 모델이었던 유교주의와 서양과 비교하여 역사의 연속과 단절을 뛰어 넘어
각국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일체성'을 중시하는 공간 개념에 호소하고 있다.푸쓰넨의 '동서',구와하라지쓰조의 '남북',레티모어의 '상호 변방',스키너의 '구조',페이샤오퉁의 '다원일체'에는 다원성.복합성.중첩성.이동성.차별성을 지역 개념 안에서 융합하려는 노력이 담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가 밝히고 서술하는 아시아 담론은 18세기 중국의 근대화를 통해 중국의 봉건주의,서구열강의 금융자본 확대에 따른 침략전쟁의 확대,세계대전을 통해 약소국이 받은 교훈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중국 민족주의가 서양 열강의 침략,일본의 부상,중국의 쇠락,중국의 사회-정치체제의 부패,중국의 기술적.군사적 무능은 중국의 위기를 그려내는 척도로 보고 있다.서양 중심론의 핵심이 새로운 규칙을 확립하고 규칙을 보편화하는 데에 있다면 중국은 혁명과 사회주의,국제주의 맥락에서 만들어졌고,민족국가 시대 이전의 정치-문화적 관계에서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는데 현대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이 둘은 모두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점이다.

중국의 근.현대화를 통해 중국이 겪었던 약점을 한국측에서도 깊게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보다 세계를 보는 시야가 성숙해지고 아시아의 근대에 대한 성찰을 통해 동북아의 건강한 외교관계와 창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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