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산골에서 태어나 산골을 친구로 삼고 늘 들과 산으로 뛰어나니며 마냥 신나고 세상이 부러울거 없는 천진무구한 마음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조금 잘 살고 이름을 남겨 보자는 얄팍한 생각에 서울의 대학을 나오고 치열한 생존 경쟁의 틈 바구니 속에서 현재와 불안한 미래를 무덤덤한 감수성으로 세상을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는거 같다.세상은 산이 있고 바다가 있으며 하늘이 있으며 땅이 있듯 두루 두루 느긋하게 보고 느끼며 행복을 찾아 가는 삶이 되어야 할텐데 그 정반대인 현실이기에 답답하기도 하다.삶의 길이로 봤을 때 찰라와 같은 짧은 시간을 느긋한 여유로 사물과 풍경을 바라본다면 자연이 주는 무한한 풍경과 신선한 감각 앞에서 삶을 좀 더 멋나게 요리해 볼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도 꿈틀거린다.

산골은 산내음과 들내음에서 무한히 뿜어져 나오는 향기와 신선한 산소가 순박한 농부과 촌사람들의 심성을 더욱 맑고 고요하며 풍성하게 해주리라 생각한다.특히 봄부터 겨울까지 변화해 나가는 시절의 변화도 만끽할 수가 있고 산과 들에서 자라나는 온갖 화초와 나물거리들은 천혜의 보배마냥 인간의 몸까지 챙겨주는 귀한 존재들이기에 나는 산골의 사계의 모습과 자태를 영영 잊을 수가 없다.이와는 대조적으로 넓고 찬연하게 빛을 내는 바다 물과 함께 살아가는 어부들의 진솔한 삶과 바다가 안겨 주는 풋풋하고 비릿내 나는 바다 바람과 향기는 닫혀 있던 정서를 일소에 뚫어주고 바다와 인간이 하나가 되어 줄 수도 있으리라.

아무튼 너른 바다,넘실대는 파도,바다 내음을 맡고 훨훨 나는 새들의 한마당은 생각만 해도 호연지기로 가득채워 준다.바다가 가까운 포구의 정경은 멀리 떠난 님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연인과 기다란 방파제 위를 거닐며 바다와 같은 넓은 마음과 사랑을 쌓아 갈 수가 있는 낭만 서린 곳이기도 하다.또한 바다를 생계의 터전으로 삼으며 아침 일찍부터 고기잡이 준비를 부산을 떨어야 하는 어부들의 근면성실한 모습과 어부들이 낚아 올린 고기떼들이 소비자들을 향해 쉼없이 이동해 가는 현실도 우리네 삶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풍경이다.명태와 오징어는 건조시켜 섭취할 수도 있는 음식이기에 찬란히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받아가면서 바람과 함께 꼬득꼬득 건조해져 가는 모습은 보면 볼수록 정겨움과 한적함을 동시에 선사해 준다.

한국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뜬다는 호미곶의 일출부터 일몰까지의 포구부터 물고기와 조개를 채취하는 어촌 마을사람들의 일상에서 그들의 삶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가장 진솔하고 가식이 붙어 있지 않은 맑고 빛나는 진주와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특히 멸치잡이배들이 만선의 꿈을 이루고 포구로 돌아올 무렵이면 멀찌감치서 환희의 소식을 노동요와 같이 신명나게 불러대는 모습이 마음과 몸이 절로 풍성해지고 엉덩이마저 들썩거려지리라.그만큼 어부들은 어떠한 계획과 목표에 이끌리는 삶이 아닌 자연과 사계가 주는 위대한 선물을 최선의 준비와 움직임으로 바다 속의 생물과의 무언의 교호작용을 하기에 양의 많고 적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거 같다.그 양의 많고 적음으로 인해 순간적으론 씁쓸한 탄식과 담배 연기로 일소해 버릴 수도 있을테니까.그래서 어부들의 얼굴 표정은 자연의 바람과 태양,날씨에 순종하고 살아가는 순박함이 몸에 배여 있지 않을까 한다.

포구와 갯벌,수초가 보이는 바닷가로 시간을 내어 달려가고 싶다.해가 돋는 장관의 모습도 좋고 해가 지는 노을의 애잔함도 좋지만 그 곳에서 조개도 캐보고 돛단배에 몸을 실어 바다 낚시라도 즐겨볼 여유를 꿈꾸는 시간을 갖어 보겠다.시간이 없고 돈이 없어 못간다는 변명보다는 삶을 즐기고 바다만이 주는 무한한 축제의 온몸으로 감싸안고 싶다.그래서 산골의 유려한 풍광과 포구의 탁 트인 풍광이 공간은 다르지만 나에겐 둘 다 마음의 본향마냥 그리움과 설레임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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