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세계다
왕후이 지음, 송인재 옮김 / 글항아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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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논객인 왕후이(汪暉)에 의한 근대 중국사와 그 주변국들의 동태,현대 중국의 정치사까지 망라한 시공간적인 개념을 담은 이 도서는 중국의 지성계를 대표하는 분의 글이어서인지 객관성과 일관성이 돋보인다.19세기 중반 영국 무역전쟁으로 인해 제국 열강이 잠자던 중국의 문호를 활짝 열게 되지만 오래 뿌리박힌 봉건주의와 왕권,수구파의 강세로 중국 문명발달은 서구열강과 비교하여 더디게 흘러가고 말았다.20세기 초 쑨원에 의한 신해혁명과 곧바로 이어진 공산혁명,공산당 성립 등이 중국만이 갖고 있는 국체의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다.공리보다 인의도덕을 중시한 중국의 오랜 사상과 인식은 이제야 자본주의 물결을 타고 그들만의 사회주의식 시장경제의 고도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중국 역사 연구에서 '지역'에 관한 담론과 '지역주의'적 방법을 분석.종합하고 트랜스시스템사회라는 개념을 동원하여,민족주의 지식의 틀에서 형성된 것과는 다른 중국관을 제시하고,이는 서로 다른 문명.종교.종족집단 및 기타 시스템을 포함하는 인간 공동체이거나 사회 연결망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이는 하나의 인간사회로서 물질문화. 지리.종교.의식.정치구조.윤리.우주관 및 상상된 세계 등 각종 요소와 관련지게 되고 '지역'이라는 범주가 인문지리와 물질문명의 기초 위에서 독특한 혼합성.유동성.정합성을 포함하기에 민족주의 지식의 틀을 넘어 중국과 그 역사적 변천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리라 생각이 든다.

눈에 띄는 대목은 19세기 후반 일본의 경제학자였던 후쿠자와유키치의 주창처럼 탈아입구(脫亞入歐)의 구호마냥 아시아의 본질-유교주의와 그 체제는 유럽의 맥락에 내재해 있음을 표현한 것으로 문화적으로 고도의 동질성을 갖고 있는 아시아의 지역적 특성에다 '탈유교주의'의 정치적인 함의는 중국 중심(중화사상)의 제국 관계로부터 탈피하여 '자유','인권','국권','문명','독립정신'을 지향점으로 삼아 일본을 유럽식 민족-국가로 탈바꿈하게 하는 것이다.이러한 현상은 그리스에서도 찾아 볼 수가 있는데 유럽이 성숙되기 전 문명의 어머니인 아시아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점이다.

시스템적 변천의 결과로 다루고 있는 티베트의 문제는 위기로 보여지는데 19세기 티베트는 청과 조공관계에 있었지만 영국의 세력 범위로 전락했으며 영국이 조약의 형식을 통해 티벳을 병탄한 것과 달리 청은 티벳을 달라이 라마.판첸 라마.금병추첨.기타 종교.조공.예의의 형식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며,티벳의 고유한 언어.풍습.종교.인습은 중국 공산당 혁명 이후 중국 중앙정부에 의해 티벳의 언어를 비롯하여 그들의 구심점인 종교 지도자들이 망명과 숙청을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자연스레 중국중앙정부의 보호와 감시를 받고 있다.또한 류큐(오키나와) 문제도 거론하고 있는데 중국과 조공,책봉 관계였던 류큐는 도요토미히데요시의 침략과 함께 갖은 수모와 예속을 당하다 1871년 명치유신과 함께 일본의 번속으로 전락하고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미국의 자치령으로 있다 1972년 일본에 반환되는 역사를 갖고 있다.

19세기 미일은 페리제독에 의한 조약이 성립되면서 타이완은 일본의 속국이 되고 류큐는 일본의 속지였지만 태평양 전쟁의 와중에 연합국들이 지상 공격을 벌이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것이다.특히 동북아는 서양열강 세력 개방 요구에 어수선한 각축전이 되었으며 이에 질세라 일본제국은 조선을 쉽게 삼키고 만다.결국 외세에 의해 한국과 중국 및 동남아는 고유언어,문화,인습,종교 등이 짓밟히는 아픈 역사를 안게 되지만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일본제국의 허울은 막을 내리게 되고 새로운 이념과 경제체제를 향해 중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들은 국익과 국권을 수호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중국 사상가에 의해 쓰여진 방배한 자료와 오랜 세월 각고의 연구 결과 나온 이 도서는 특히 동북아의 정신적 모델이었던 유교주의와 서양과 비교하여 역사의 연속과 단절을 뛰어 넘어
각국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일체성'을 중시하는 공간 개념에 호소하고 있다.푸쓰넨의 '동서',구와하라지쓰조의 '남북',레티모어의 '상호 변방',스키너의 '구조',페이샤오퉁의 '다원일체'에는 다원성.복합성.중첩성.이동성.차별성을 지역 개념 안에서 융합하려는 노력이 담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가 밝히고 서술하는 아시아 담론은 18세기 중국의 근대화를 통해 중국의 봉건주의,서구열강의 금융자본 확대에 따른 침략전쟁의 확대,세계대전을 통해 약소국이 받은 교훈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중국 민족주의가 서양 열강의 침략,일본의 부상,중국의 쇠락,중국의 사회-정치체제의 부패,중국의 기술적.군사적 무능은 중국의 위기를 그려내는 척도로 보고 있다.서양 중심론의 핵심이 새로운 규칙을 확립하고 규칙을 보편화하는 데에 있다면 중국은 혁명과 사회주의,국제주의 맥락에서 만들어졌고,민족국가 시대 이전의 정치-문화적 관계에서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는데 현대 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이 둘은 모두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점이다.

중국의 근.현대화를 통해 중국이 겪었던 약점을 한국측에서도 깊게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보다 세계를 보는 시야가 성숙해지고 아시아의 근대에 대한 성찰을 통해 동북아의 건강한 외교관계와 창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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