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혀 있는 한국 현대사 - 조선인 가미카제에서 김형욱 실종 사건까지, 기록과 증언으로 읽는 대한민국사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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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부(恥部)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이것은 주체가 누가 되었든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것이 상정(常情)이리라.역사 문제도 동일선상에서 보면 될 것이다.지난 역사의 면면을 제대로 이해하고 후세에게 가르쳐 주려면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사람들의 뜻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그런데 구한말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역사 학습은 식민사관 및 군부 정권에 의해 묻히고 잊혀진 과거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일제 강점기의 식민사관이 그대로 전승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가는 꼴이 되어 버렸다.불행중 다행으로 1990년대 이후 일제 식민사관의 베일이 하나 둘 벗겨지기 시작했다. 

 

 2010년대 후반을 달리는 시점에서도 제대로 된 한국 현대사는 레일에서 탈선한 기차와 같이 전복되어 있는 꼴이다.모든 일에는 객관성과 다양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근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통합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객관성과 사실성에 어긋난 왜곡과 미화가 주입된 우려가 매우 크기에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힘으로 밀어 붙이려는 현 정권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를 두 눈 부릎뜨고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일제 강점기를 비롯하여 해방 이후 군부 정권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유로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일들이 많다.국가의 치부,정권의 불명예라는 이유 등으로 정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여 묻히고 잊혀진 역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해방 이후에는 한반도가 분단되고 이념 갈등이 심화되면서 역사 학습은 단연 반공 일변도로 채색되었다고 본다.군부 정권은 이것을 분단과 이념 문제를 십분 활용하면서 정권 창출의 변명의 도구로 활용했던 셈이다.이승만 정권부터 군부 정권에 이르는 동안 한국 현대사는 변명,미화,왜곡,축소로 일관했다.이렇게 숨기고 잊혀질 뻔한 역사가 사실과 증언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게 되어 (뒤늦은 감은 있지만) 만시지탄이 아닐 수가 없다.물론 누군가는 자신의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역사적 사실을 함구로 일관한 부분도 없지 않다.

 

 이 도서는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 연재물을 편집한 것으로 역사적,정치적으로 큰 사건을 다루고 있다.미제 사건이 대부분으로 관련 자료는 망실됐고,증언자는 고인이 되었거나 함구(緘口)하고 있다.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화를 입기 쉬운 사안인지라 잠자코 있는 것으로 보인다.일제 강점기,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 속에 과연 어떠한 일들이 미제(未濟)로 남아 있을까.

 

 정운현 저자는 19가지의 사안 다루고 있는데,이미 알고 있었던 사안도 있고 대충 아는 정도에 머무는 사안도 있었다.또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끔찍하고 생경한 사안도 있었다.독재자에 정실인사를 일삼으며 민생 문제를 외면하는 이승만 암살을 시도하려던 김시현,'결사(決死)'를 전제로 비행기와 어뢰에 몸을 던진 조선인 가미가제 특공대의 진상,광화문과 남대문을 살린 일본인 민예학자 야나기무네요시(柳宗悅),형(유일한)은 독립운동가이고 동생(유일한)은 친일 행적의 흔적이 농후한 사람이다.3.1절의 명칭을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문제(혁명?),빨갱이라는 용어 사용이 1948년 5.10총선거를 앞두고 인신공격의 방편으로 '모리배','빨갱이' 등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1956년 1월 서울시를 이승만의 호를 따서 우남(雩南)시가 될 뻔한 일이 있었다.나아가 이순신 장군 동상의 문제점 지적,유관순 열사 '여섯 토막 훼손설'을 둘러싼 진실게임,친일파 1호는 김인승(병자수호조약 당시의 인물)이다.특히 일본인 가미가제 특공대를 둘러싸고 마쓰이 오장의 죽음을 미화하고 조선 청년들도 그와 같이 일왕을 위해 장렬히 전사하라고 서정주 시인은 권했다.

 

 후반부도 흥미를 돋구는 역사가 많다.독립문 현판 글씨의 주인은 이완용 VS 김가진으로 나뉘고 있다.독립운동가 김구의 신산한 삶의 이력,서울 남산 소나무 속의 조선신궁(神宮)과 일본 천황을 향해 참배하는 가녀린 여학생들의 모습,동족상잔의 비극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막으려 애썼던 여운형은 진정으로 통일조국을 꿈꾼 인물이다.일제 강점기 송진 채취로 훼손된 해인사 산림 잔혹사,박정희의 '사회노동당'창당 특종 보도에 관련한 의혹,광복군 연락 및 지원업무 실무자로 광복군의 숨은 은인인 중국인 왕계현에 대한 이야기,재미 한국인 2세로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전쟁 영운 김영옥의 휴머니즘,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쟁영웅 16인에 포함되었다.끝으로 박정희 오른팔이었던 김형욱의 실종 사건에 대한 전말을 그리고 있다.김형욱 실종 사건의 키(Key)를 쥐고 있는 배후인물은 생전 내내 함구로 일관하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한국 역사에 있어 여러가지 이유로 베일에 가려져만 있었던 비화(秘話)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어 다행스럽다.비록 많지 않은 비화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잘못된 사관과 정권 유지를 위해 마땅히 알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할 문제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발굴되고 밝혀지기를 기대한다.사회 구성원의 올바른 정체성과 국가관,국민 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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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6-0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네요. 좋은 책 소개감사합니다
^^

우보 2016-06-08 18:02   좋아요 0 | URL
시이소오님,저도 이 도서를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일화들을 알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나무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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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시절 일본인 친구를 만들지 않았다면 일본에 대한 관심과 동경은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이다.우연찮게 일본어를 독학하면서 일본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게다가 일본인 친구에게 소개받은 일본인 펜팔 친구와의 서신 왕래 및 서울에서의 만남은 대학시절 전공 이상으로 일본의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반은 미치지 않았나 싶다.군대에 있을 때에도 군으로 서신 왕래를 했다.주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우정을 나누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는데,덕분에 일본어 실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학을 마친 후 일본 체험을 하기로 작정하고 일본으로 떠났다.관광 비자로 들어간 일본 체험 기간은 딱 3개월이었다.내 입장과 처지를 아는 일본인 친구의 배려로 교통 수신 아르바이트,호텔에서 그릇 닦기 및 튀김 요리 하기 등을 했다.

 

 일본에 갈 기회는 내가 만들었던 셈이다.내가 일본에 체류하던 시기는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던 6월에서 한여름의 절정인 8월 사이였다.더위를 무척 타는 체질이고 체류지인 교토는 분지로 유명해서인지 숨이 콱콱 막힐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곤 했다.호텔에선 주로 그릇닦이를 하는 한편 오후에는 옥상에 설치한 비어 가든(Beer garden)에 오는 손님들에게 인스턴트 새우,감자 튀김을 튀겨냈다.무더운 여름날 교토는 각종 마쓰리(축제)로 들끓었다.양력 8월 15일은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로 조상의 넋을 기리는 날로 귀성객으로 도로는 혼잡하기만 하다.내가 일했던 호텔에선 산에 다이몬지(大文字)라는 글자를 크게 새겨 불꽃을 피운다.호텔에 온 손님들은 다이몬지 축제를 응시하면서 시원한 맥주와 안주(삶은 풋콩 등)로 무더위를 쫓기도 한다.당시 다이몬지 축제를 보러 온 호텔 손님이 만석이 되자 호텔 사장은 전 호텔 직원들에게 만원사례라는 명목으로 1천엔을 선물로 화답했다.또한 기온 마쓰리가 교토 시내 중심가에서 열리는데,아쉽지만 호텔 아르바이트 때문에 직접 관람은 하지 못했다.

 

 이 글은 이런 저런 사유로 일본 각지에서 체류했던 일본 생활담을 솔직 담백하게 들려 주고 있다.모두 17인(일본인 1명 포함)의 일본 체험기는 나도 겪었던 지라 공감가는 부분이 꽤 많았다.일본 유학을 위해 어학 코스를 밟고 대학원 진학기,워킹홀리데이,한.일 남녀 간의 러브 스토리로 인한 정착기,특별한 일본 사랑을 담은 이야기 등이 소개되고 있다.어떠한 연유로 일본에 가서 살든 의미 있는 일본 체험이 되었으면 한다.내가 일본에 체류하던 시절에는 재일 교포에 대한 각종 차별이 있었다.일본에서 고급 공무원으로 상승하는 것이 제한되고,지문 날인 제도 등이 대표적인 재일 교포 차별 정책이었다.근자에는 반(反)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법을 실행하려 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반헤이트 스피치법은 있지만 실제 일본 우익 단체 등이 재일 교포에 대한 편파적인 발언,언어폭력 등 폄하하는 발언이 얼마나 사그라들지는 두고 볼 일이다.나는 좋은 일본 친구를 만나고 제한적인 장소,범위 내에서 생활해서인지 한국인에 대한 편견과 폭언,폄하성 발언은 직접 겪지는 않았다.다만 일본 공중파 방송 및 유 튜브 등에선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를 내보내고 있다.

 

 일본은 살기 좋은 것 같으면서도 살기 불편할 것 같은 면이 공존하는 곳이다.그것은 청결하고 질서가 잡히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강한 일본인의 의식 구조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있다.반면 일본 사회 및 일본인의 의식 범위를 벗어난 규칙,규정에 대해서는 철저하리 만큼 배타적이다.예를 들면 일본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시키면 음식과 반찬이 함께 나오는데,반찬의 양이 너무 적어(고양이 밥 만큼이나) 반찬을 더 요구할 것 같으면 상냥하던 모습은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고 난색을 표한다.반찬을 더 먹고 싶으면 반찬을 따로 더 주문하라는 식이다.한국의 음식점과는 완전 다른 풍경이다.그리고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에 장기 일본 여행 및 일본 체류를 할 경우에는 예산을 잘 짜야 한다.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교통비,물가(소비세 따로 붙음)가 비싸기에 생활비 플랜을 잘 짜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일본에 단기 체류하는 경우에는 볼 거리,먹을 거리,체험할 거리로 쏠쏠한 기분이 들겠지만,장기 체류할 경우에는 생활비,일본 사회에 대한 적응,삶의 목표에 대한 흔들림 없는 도전 정신,건강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그리고 '일본에서 살아 보겠다'라는 의지가 서 있다면 젊은 시절일수록 좋을 것이다.일본 유학,일본에서 자격증 취득,일본에서의 비즈니스,일본인과 결혼 생활 등이 일본에서 살아볼 만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한.일 과거사 문제의 응어리가 아직도 풀리지 않은 탓인지 일본에 대한 선입견은 그리 좋지 않다.하지만 무작정 혐일(嫌日)감정으로 일관한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경색되고 발전적이지 못할 것이다.한국인으로서 일본에 장기 체류하면서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도 어두운 양국관계의 모습을 보다 밝고 희망찬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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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1 -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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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고교시절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다.수채화,정물화,데생,풍경화 등을 연습하면서 그림 그리기에 빠지기도 했다.방학 숙제,미술 시간에 그림 그리기를 통해 담임 및 미술 선생님께 잘 보여서 소소하게나마 상도 받은 적도 있다.잠깐 동안 그림 그리기 삼매경에 빠지고 입시 준비에 열을 올려야 했다.그림 그리기를 통해 명도,채도,원근법 등 화법(畵法)이 어느 정도 몸에 익히게 되었다.오랜 세월 여러 이유로 그림과는 담을 쌓고 말았는데,이번 미술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폭넓고 다양한 미술 세계를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다.게다가 내 깊은 내면에 숨어 있는 그림 그리기의 기억이 새롭게 꿈틀거리는 시간이 되었다.기회를 만들어 그림 그리기에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미술비평가 존 러스킨 "위대한 국가는 자서전을 세 권으로 나눠 쓴다"고 했다. '한 권은 행동,한 권은 글,나머지 한 권은 미술이다'라고 했다.재현될 수 없고 왜곡될 여지가 있는 행동,글과는 달리 과거가 남긴 움직일 수 없는 증거는 단연 미술이라는 점에서 크게 공감을 샀다.또한 선진국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에 투자하는 이유를 세계와 인류에 대한 자신의 이해의 깊이와 폭을 보여주며,인류의 업적에 대한 존중을 담는다,미술은 세계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의 원천으로 감동과 교훈을 동시에 부여하기 때문이다.

 

 미술 이야기를 읽기 전의 선입견은 단지 회화 작품이라는 국한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문자가 없던 먼 옛날 원시인들의 삶의 환경을 다양한 방법으로 새겨 놓았다.불세출의 걸작품으로 인류의 영원한 보물이 아닐 수가 없다.동굴벽화,고대 신전 등에 나타나는 미술 작품은 인류가 살아 온 여정,영생의 추구, 처절한 삶의 투쟁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여과없이 보여 주고 있다.이것을 통해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꿈꾸는 것은 무엇이며,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가르쳐 주고 있는 셈이다.

 

 

 라스코 동굴 벽화,알타미라 동굴,퐁다르크,차탈회위크,카카두 노우랜지 룩,인상파 화가를 통한 원시의 재발견 등을 통해 인류가 걸어온 여정을 읽어 내려 갈 수가 있었다.주로 프랑스,이집트,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의 미술 작품을 위주로 소개하고 있는데 광대하고 장중한 스케일에 저절로 압도되고 말았다.중간 중간 울산 반구대 암각화,제주 설문대 할망 설화 등 한국 미술 세계까지 소개해 주고 있어 협소한 시각적 관점을 폭넓은 관점으로 변화케 해 주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두 번째 이야기인 이집트 미술은 세계사 시간에서 접했던 피라미드,아부심벨 신전,스핑크스,투탕카멘에 이르는 미술 작품은 영생불멸을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당시 이집트를 다스렸던 왕조 및 제사장들이 주관이 되어 그들의 삶과 환경을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확고한 내세관을 보여 주고 있다.마지막 메소포타미아 미술 세계는 말그대로 처절한 삶의 투쟁을 녹여 내고 있다.티크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미술 문명을 보여 주고 있는데,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앙상한 폐허만 남아 있는 모양이다.두 강 사이에서 발현되었던 미술 세계의 흔적들을 사실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살려 내고 있다.삶의 처절한 투쟁의 순간을 부조에 담아 내고 있는데 매우 생생하고 현장감을 재현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감을 일으키게 한다.

 

 

 문자가 사용되기 이전의 원시사회부터 그 이후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의 미술 작품들은 웅장하고 장대한 스케일에 압도되고 만다.먼 옛날의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작품의 연대기 및 사회 환경,문화 등의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심미안적인 사고와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양정무 저자는 미술 작품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또한 한 장이 끝나면서 필기 노트로 정리하면서 해당 내용을 정리하게끔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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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지음, 권명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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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경제.사회 등 제반 문제를 실체적으로 다룬 작품은 개인의 삶과 환경을 다루고 있어 현장감과 생동감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다.딱딱하고 흥미를 잃기 쉬운 딱딱한 설명조 문장에서 꿈틀거리는 등장인물들의 톡톡 튀는 행동과 롤러코스터와 같이 미끄러져 가는 쾌감을 소설에서 맛볼 수가 있다.그래서 흥미를 잃기 쉬운 정치.경제 등 시사성 이슈를 이야기로 풀어 전개해 놓게 되면 독자는 세상사의 흐름을 쉽게 간파하는 동시에 이야기의 삼매경에 몰입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아닐 수가 없다.지구촌은 시시각각 각종 특급 이슈를 발산하고 있는데 이것을 일과성 뉴스로만 인식하지 않고 각자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어떻게 투영해 나갈 것인가를 가늠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한다.

 

 EU 연합국 가운데 가장 먼저 재정적자로 부도사태를 맞이한 그리스 어두운 경제를 농도 깊고 스릴 넘치게 그린 《조직된 한패》는  우선 방만하고 무책임한 은행 경영과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이 문제와 관련하여 부실한 자산을 보유한 유로 금융권이 심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그리스 재정적자의 원인은 재정 시스템의 노후화,납세자의 조세회피에 기인한 지하경제 GDP 25%의 비중이 크다.1차 산업인 농산물 수출비중이 상대적(45%)으로 크다.게다가 임금대비 연금비율이 95%라고 하니 그리스 경제는 썩을 대로 썩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이와 관련하여 한국 경제도 '강 건너 불구경 해서는'안된다.한국 경제가 풀어 나가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구조개혁을 비롯하여 가계부채,고실업률,고령화 사회 등 산 넘어 산이고 강 건너 강이다.

 

 그리스 회계장부 조작 사건의 배후 세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놓고 7인의 등장인물을 내세우고 있다.금융 스캔들만 관리하는 협상의 달인 세바스티앙을 비롯하여 재경부장관 비서실장 베르트랑,경제신문사의 기자 클라라,금융전문가 제레미와 기업협상전문가 바네사,사회적 해커조직에 속한 앙투안이 얽히고 설키면서 회계장부 조작의 실체를 막으려는 쪽과 진실을 알리려는 쪽 간의 팽팽한 암투와 알력(軋轢)이 벌어진다.앞서도 얘기했듯 무책임한 은행 경영진과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이는 정치인들로 말미암아 그리스 경제는 휘청거리면서 부도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1997년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맞이했던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도그마,현대 자본주의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탐욕의 온상의 상징은 뉴욕 월스트리트로 주인공 세바스티앙은 그리스 회계 장부 조작 사실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받는다.휴일을 반납하면서까지 일에 매달리는 워커홀릭이다.프랑스 재경부,경제신문사 기자,금융전문가,기업협상전문가,사회적 해커 조직 간에 그리스 회계 장부 조작 문제의 실체가 수면 위로 부상한다.이 문제와 관련 실권을 갖은 그리스 정부측은 쉬쉬 하려 들고,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려 했던 측 간의 암투와 알력은 울트라 서바이벌 게임 이상이 아닐 수가 없다.흐트러져 있던 유럽 국가들이 전쟁이 없는 권역으로 만들려 했던 EU는 단일화폐의 통합을 이루어냈다.하지만 자국 경제는 자국의 힘으로 갱생해 나가야 한다.무능과 부패,부조리로 만연했던 그리스의 썩은 내막이 회계 장부 조작 사건에 의해 전말이 드러나고 말았다.플로르 바쉐르 작가는 이 문제의 시말을 치밀하고 생생한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프랑스의 엘리트 가운데 엘리트인 그랑제꼴 동기생 7인이 펼치는 금융 전선이 내내 저기류 속을 타고 있다.이야기가 딱딱할 거라 예상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대학 동기들 간의 우정과 사랑,헤어짐 등의 일상 이야기가 딱딱한 경제문제를 잘 녹여내고 있다.시사성 있는 문제를 다룬 작품을 통해 세상살이의 중심에 서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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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 그들은 왜 세상 모든 게 버거운 어른이 되었나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 송소민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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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 피로,지속적 신경과민,수면장애,무기력증,창의력 상실,신경질,권태,능률 저하,부정적 사고,의욕 상실,면역력 저하,건망증,우울증,의기소침,압박에 시달리는 느낌,끊임없이 생각이 꼬리를 무는 상태,좌절감······. p7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상기와 같은 증상을 겪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 것으로 보인다.그 원인이야 여러가지이겠지만 내부적인 것보다는 외부적인 환경 요인에 의한 것이 지배적인 것으로 사료된다.비근한 예로 일과 가정 사이에서 1인 다역을 해야 한다든지 성과를 내기 위해 휴식도 반납하고 마감 시간에 쫓기는 등 심신을 쇠약케 하는 주변의 환경이 현대인의 삶을 고달프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런지.게다가 내가 살고 상대를 죽여야 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의 테두리 속에서 이상적인 인간관계는 때론 비현실적인 언어 유희에 다름 아니다는 것을 체감한다.

 

 현대사회는 1%의 계층이 99%의 계층을 지배.착취하는 사회구조를 형성하고 있다.안정되고 풍요로운 두터운 중산층은 이미 사라지고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의 사회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색이다.극히 소수 계층이 대다수 계층을 지배.착취하는 사회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울타리가 쳐져 있으니 힘없는 다수 계층은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구조,사회계층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법이다.그래서 부의 분배,복지사회를 향한 실천적 정책이 더욱 시급한 현실이다.알바,일용직,계약직으로 죽어라 일해도 정규직에 있는 계층의 수입을 못따라 가는 '신자유주의'의 신화는 언제 무너질지,사회구성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생의 시대는 그저 요원할 뿐이다.

 

 사회는 성과위주의 '창조 생산성'을 요구하고 있다.달성하기도 어려운 목표치를 연초에 짜서 상부에 보고하면 매달 목표 대비 결과치를 보고해야 한다.목표 대비 결과치가 시원치 않으면 별별 소리를 다 들어가면서 스스로 과도한 요구에 맞추려 다짐을 반복한다.인간의 몸과 마음은 리듬이있어 일할 때는 일을 하고 쉴 때는 쉬어야 창조 생산성이니 성과니 하는 말들이 현실감 있게 들릴 텐데, 시도 때도 없이 무리한 요구를 들어 주어야 하고,5분 대기조마냥 상시 연략 가능하게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어야 한다.이러한 까닭에 언제 지친 심신을 릴렉스하고 힐링을 찾으러 마음 편하게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단 말인가.늘 분주하고 1인 다역을 해야 하고 일터와 가사(家事)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야 하는 현실은 어쩌면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미성숙한 어른들의 소이는 아닐런지.

 

 지위 고하,경제적 능력의 고하 등을 막론하고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재충전해야 일과 가정,인간관계가 좀 더 원활하게 흘러간다.누군가 버튼 조작에 의해 기계가 움직이는 것처럼 현대인의 삶도 무표정하고 비인간적인 기계와 같이 작동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몸은 어른이되 시시각각 결정해야 할 사안에 대해 주저하기를 수도 없이 하고,경륜과 지혜로 똘똘 뭉쳐 후세에게 사표가 되는 어른이 부족한 시대가 바로 오늘날 어른들의 모습은 아닐런지.정신적 내면을 채우기보다 겉모습과 이미지 관리에만 급급하는 극히 형식과 체면을 존중하려드는 어른들의 자화상은 바로 뒤를 따라오는 인생 후배들에게 되물림하고 만다.게다가 과정보다는 결과치를 두고 개개인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고 평가해 버리는 사회풍조로 말미암아 남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을 매우 불안하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한다.이렇게 성과,생산성을 놓고 몸과 마음이 지질대로 지치게 되면 결국 '번아웃(Burn out)'하여 풀썩 주저앉기 마련이다.

 

 미하엘 빈터호프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자 청소년 심리치료 분야의 권위자로 저자를 찾아 온 '신경쇠약자'로 진단하는 자들의 사례를 집중 분석.해설하고 있다.신경쇠약자들의 공통점으로 인식되는 점은 신자유주의 시대가 잉태한 '과도한 요구'가 현대인들의 삶과 심신에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사람은 일할 때와 쉴 때를 인식하고 구분해야 한다.무리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따르기 보다는 시스템의 비합리적 오류와 부당함을 수정해서라도 어른이 어른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시의적절하게 다가온다.돈과 물질이 중요하겠지만 자신을 보살피지 못해 발생하는 각종 신체적 증상과 질병 앞에서는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또한 거르지 않는 수많은 스펨성 메일,불필요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눈과 뇌가 피로해질대로 피로해진 상태다.기술혁명,디지털 혁명 모두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명의 이기(利器)임에 틀림없다.다만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정선되지 않은 정보들을 제한하는 법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디지털 기기 문명을 떨쳐 버리고 단 며칠만이라도 대자연의 숨결을 호흡하는 것을 어떨까.이미지에 사로잡혀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SNS에서의 대화와 소통은 진정한 인간관계라고 보긴 어렵다.

 

 이 도서를 읽으면서 미성숙한 사람들이란 과연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를 되뇌여 보았다.기본적으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양호한 훈육법은 아닐까 한다.학교졸업 - 취업 - 분가 - 결혼 - 자녀출산 - 노후 -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생애의 일련 주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적시적절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합리적이고 냉철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자신의 가치판단과 행위가 일치하여야 완전한 삶이 가능할 것이다.또한 인생의 목표 가운데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가족과 함께 하기,행복한 파트너 관계 등에 무게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물질적 풍요로움에 바탕을 둔 부(富)의 과시에서 삶의 가치판단과 책임의식,인생의 선배로서 인생의 후배에게 사표가 되려는 성숙한 의식과 실천력을 갖은 어른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그러한 삶의 양식에서 평온한 일상의 의미있는 삶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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