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지음, 권명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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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경제.사회 등 제반 문제를 실체적으로 다룬 작품은 개인의 삶과 환경을 다루고 있어 현장감과 생동감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다.딱딱하고 흥미를 잃기 쉬운 딱딱한 설명조 문장에서 꿈틀거리는 등장인물들의 톡톡 튀는 행동과 롤러코스터와 같이 미끄러져 가는 쾌감을 소설에서 맛볼 수가 있다.그래서 흥미를 잃기 쉬운 정치.경제 등 시사성 이슈를 이야기로 풀어 전개해 놓게 되면 독자는 세상사의 흐름을 쉽게 간파하는 동시에 이야기의 삼매경에 몰입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 아닐 수가 없다.지구촌은 시시각각 각종 특급 이슈를 발산하고 있는데 이것을 일과성 뉴스로만 인식하지 않고 각자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어떻게 투영해 나갈 것인가를 가늠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한다.

 

 EU 연합국 가운데 가장 먼저 재정적자로 부도사태를 맞이한 그리스 어두운 경제를 농도 깊고 스릴 넘치게 그린 《조직된 한패》는  우선 방만하고 무책임한 은행 경영과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이 문제와 관련하여 부실한 자산을 보유한 유로 금융권이 심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그리스 재정적자의 원인은 재정 시스템의 노후화,납세자의 조세회피에 기인한 지하경제 GDP 25%의 비중이 크다.1차 산업인 농산물 수출비중이 상대적(45%)으로 크다.게다가 임금대비 연금비율이 95%라고 하니 그리스 경제는 썩을 대로 썩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이와 관련하여 한국 경제도 '강 건너 불구경 해서는'안된다.한국 경제가 풀어 나가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구조개혁을 비롯하여 가계부채,고실업률,고령화 사회 등 산 넘어 산이고 강 건너 강이다.

 

 그리스 회계장부 조작 사건의 배후 세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놓고 7인의 등장인물을 내세우고 있다.금융 스캔들만 관리하는 협상의 달인 세바스티앙을 비롯하여 재경부장관 비서실장 베르트랑,경제신문사의 기자 클라라,금융전문가 제레미와 기업협상전문가 바네사,사회적 해커조직에 속한 앙투안이 얽히고 설키면서 회계장부 조작의 실체를 막으려는 쪽과 진실을 알리려는 쪽 간의 팽팽한 암투와 알력(軋轢)이 벌어진다.앞서도 얘기했듯 무책임한 은행 경영진과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이는 정치인들로 말미암아 그리스 경제는 휘청거리면서 부도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1997년 한국이 IMF 외환위기를 맞이했던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도그마,현대 자본주의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탐욕의 온상의 상징은 뉴욕 월스트리트로 주인공 세바스티앙은 그리스 회계 장부 조작 사실을 은폐하라는 지시를 받는다.휴일을 반납하면서까지 일에 매달리는 워커홀릭이다.프랑스 재경부,경제신문사 기자,금융전문가,기업협상전문가,사회적 해커 조직 간에 그리스 회계 장부 조작 문제의 실체가 수면 위로 부상한다.이 문제와 관련 실권을 갖은 그리스 정부측은 쉬쉬 하려 들고,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려 했던 측 간의 암투와 알력은 울트라 서바이벌 게임 이상이 아닐 수가 없다.흐트러져 있던 유럽 국가들이 전쟁이 없는 권역으로 만들려 했던 EU는 단일화폐의 통합을 이루어냈다.하지만 자국 경제는 자국의 힘으로 갱생해 나가야 한다.무능과 부패,부조리로 만연했던 그리스의 썩은 내막이 회계 장부 조작 사건에 의해 전말이 드러나고 말았다.플로르 바쉐르 작가는 이 문제의 시말을 치밀하고 생생한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프랑스의 엘리트 가운데 엘리트인 그랑제꼴 동기생 7인이 펼치는 금융 전선이 내내 저기류 속을 타고 있다.이야기가 딱딱할 거라 예상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대학 동기들 간의 우정과 사랑,헤어짐 등의 일상 이야기가 딱딱한 경제문제를 잘 녹여내고 있다.시사성 있는 문제를 다룬 작품을 통해 세상살이의 중심에 서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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