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나무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 시절 일본인 친구를 만들지 않았다면 일본에 대한 관심과 동경은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이다.우연찮게 일본어를 독학하면서 일본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게다가 일본인 친구에게 소개받은 일본인 펜팔 친구와의 서신 왕래 및 서울에서의 만남은 대학시절 전공 이상으로 일본의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반은 미치지 않았나 싶다.군대에 있을 때에도 군으로 서신 왕래를 했다.주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우정을 나누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는데,덕분에 일본어 실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그리고 시간이 흘러 대학을 마친 후 일본 체험을 하기로 작정하고 일본으로 떠났다.관광 비자로 들어간 일본 체험 기간은 딱 3개월이었다.내 입장과 처지를 아는 일본인 친구의 배려로 교통 수신 아르바이트,호텔에서 그릇 닦기 및 튀김 요리 하기 등을 했다.

 

 일본에 갈 기회는 내가 만들었던 셈이다.내가 일본에 체류하던 시기는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던 6월에서 한여름의 절정인 8월 사이였다.더위를 무척 타는 체질이고 체류지인 교토는 분지로 유명해서인지 숨이 콱콱 막힐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곤 했다.호텔에선 주로 그릇닦이를 하는 한편 오후에는 옥상에 설치한 비어 가든(Beer garden)에 오는 손님들에게 인스턴트 새우,감자 튀김을 튀겨냈다.무더운 여름날 교토는 각종 마쓰리(축제)로 들끓었다.양력 8월 15일은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로 조상의 넋을 기리는 날로 귀성객으로 도로는 혼잡하기만 하다.내가 일했던 호텔에선 산에 다이몬지(大文字)라는 글자를 크게 새겨 불꽃을 피운다.호텔에 온 손님들은 다이몬지 축제를 응시하면서 시원한 맥주와 안주(삶은 풋콩 등)로 무더위를 쫓기도 한다.당시 다이몬지 축제를 보러 온 호텔 손님이 만석이 되자 호텔 사장은 전 호텔 직원들에게 만원사례라는 명목으로 1천엔을 선물로 화답했다.또한 기온 마쓰리가 교토 시내 중심가에서 열리는데,아쉽지만 호텔 아르바이트 때문에 직접 관람은 하지 못했다.

 

 이 글은 이런 저런 사유로 일본 각지에서 체류했던 일본 생활담을 솔직 담백하게 들려 주고 있다.모두 17인(일본인 1명 포함)의 일본 체험기는 나도 겪었던 지라 공감가는 부분이 꽤 많았다.일본 유학을 위해 어학 코스를 밟고 대학원 진학기,워킹홀리데이,한.일 남녀 간의 러브 스토리로 인한 정착기,특별한 일본 사랑을 담은 이야기 등이 소개되고 있다.어떠한 연유로 일본에 가서 살든 의미 있는 일본 체험이 되었으면 한다.내가 일본에 체류하던 시절에는 재일 교포에 대한 각종 차별이 있었다.일본에서 고급 공무원으로 상승하는 것이 제한되고,지문 날인 제도 등이 대표적인 재일 교포 차별 정책이었다.근자에는 반(反)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법을 실행하려 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반헤이트 스피치법은 있지만 실제 일본 우익 단체 등이 재일 교포에 대한 편파적인 발언,언어폭력 등 폄하하는 발언이 얼마나 사그라들지는 두고 볼 일이다.나는 좋은 일본 친구를 만나고 제한적인 장소,범위 내에서 생활해서인지 한국인에 대한 편견과 폭언,폄하성 발언은 직접 겪지는 않았다.다만 일본 공중파 방송 및 유 튜브 등에선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를 내보내고 있다.

 

 일본은 살기 좋은 것 같으면서도 살기 불편할 것 같은 면이 공존하는 곳이다.그것은 청결하고 질서가 잡히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강한 일본인의 의식 구조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있다.반면 일본 사회 및 일본인의 의식 범위를 벗어난 규칙,규정에 대해서는 철저하리 만큼 배타적이다.예를 들면 일본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시키면 음식과 반찬이 함께 나오는데,반찬의 양이 너무 적어(고양이 밥 만큼이나) 반찬을 더 요구할 것 같으면 상냥하던 모습은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고 난색을 표한다.반찬을 더 먹고 싶으면 반찬을 따로 더 주문하라는 식이다.한국의 음식점과는 완전 다른 풍경이다.그리고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에 장기 일본 여행 및 일본 체류를 할 경우에는 예산을 잘 짜야 한다.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교통비,물가(소비세 따로 붙음)가 비싸기에 생활비 플랜을 잘 짜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일본에 단기 체류하는 경우에는 볼 거리,먹을 거리,체험할 거리로 쏠쏠한 기분이 들겠지만,장기 체류할 경우에는 생활비,일본 사회에 대한 적응,삶의 목표에 대한 흔들림 없는 도전 정신,건강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그리고 '일본에서 살아 보겠다'라는 의지가 서 있다면 젊은 시절일수록 좋을 것이다.일본 유학,일본에서 자격증 취득,일본에서의 비즈니스,일본인과 결혼 생활 등이 일본에서 살아볼 만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한.일 과거사 문제의 응어리가 아직도 풀리지 않은 탓인지 일본에 대한 선입견은 그리 좋지 않다.하지만 무작정 혐일(嫌日)감정으로 일관한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경색되고 발전적이지 못할 것이다.한국인으로서 일본에 장기 체류하면서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것도 어두운 양국관계의 모습을 보다 밝고 희망찬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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