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숙한 사람들의 사회 - 그들은 왜 세상 모든 게 버거운 어른이 되었나
미하엘 빈터호프 지음, 송소민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심신 피로,지속적 신경과민,수면장애,무기력증,창의력 상실,신경질,권태,능률 저하,부정적 사고,의욕 상실,면역력 저하,건망증,우울증,의기소침,압박에 시달리는 느낌,끊임없이 생각이 꼬리를 무는 상태,좌절감······. p7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상기와 같은 증상을 겪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 것으로 보인다.그 원인이야 여러가지이겠지만 내부적인 것보다는 외부적인 환경 요인에 의한 것이 지배적인 것으로 사료된다.비근한 예로 일과 가정 사이에서 1인 다역을 해야 한다든지 성과를 내기 위해 휴식도 반납하고 마감 시간에 쫓기는 등 심신을 쇠약케 하는 주변의 환경이 현대인의 삶을 고달프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런지.게다가 내가 살고 상대를 죽여야 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의 테두리 속에서 이상적인 인간관계는 때론 비현실적인 언어 유희에 다름 아니다는 것을 체감한다.

 

 현대사회는 1%의 계층이 99%의 계층을 지배.착취하는 사회구조를 형성하고 있다.안정되고 풍요로운 두터운 중산층은 이미 사라지고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의 사회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색이다.극히 소수 계층이 대다수 계층을 지배.착취하는 사회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울타리가 쳐져 있으니 힘없는 다수 계층은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구조,사회계층에 대한 분노와 저항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법이다.그래서 부의 분배,복지사회를 향한 실천적 정책이 더욱 시급한 현실이다.알바,일용직,계약직으로 죽어라 일해도 정규직에 있는 계층의 수입을 못따라 가는 '신자유주의'의 신화는 언제 무너질지,사회구성원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생의 시대는 그저 요원할 뿐이다.

 

 사회는 성과위주의 '창조 생산성'을 요구하고 있다.달성하기도 어려운 목표치를 연초에 짜서 상부에 보고하면 매달 목표 대비 결과치를 보고해야 한다.목표 대비 결과치가 시원치 않으면 별별 소리를 다 들어가면서 스스로 과도한 요구에 맞추려 다짐을 반복한다.인간의 몸과 마음은 리듬이있어 일할 때는 일을 하고 쉴 때는 쉬어야 창조 생산성이니 성과니 하는 말들이 현실감 있게 들릴 텐데, 시도 때도 없이 무리한 요구를 들어 주어야 하고,5분 대기조마냥 상시 연략 가능하게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어야 한다.이러한 까닭에 언제 지친 심신을 릴렉스하고 힐링을 찾으러 마음 편하게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단 말인가.늘 분주하고 1인 다역을 해야 하고 일터와 가사(家事)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해야 하는 현실은 어쩌면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미성숙한 어른들의 소이는 아닐런지.

 

 지위 고하,경제적 능력의 고하 등을 막론하고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재충전해야 일과 가정,인간관계가 좀 더 원활하게 흘러간다.누군가 버튼 조작에 의해 기계가 움직이는 것처럼 현대인의 삶도 무표정하고 비인간적인 기계와 같이 작동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몸은 어른이되 시시각각 결정해야 할 사안에 대해 주저하기를 수도 없이 하고,경륜과 지혜로 똘똘 뭉쳐 후세에게 사표가 되는 어른이 부족한 시대가 바로 오늘날 어른들의 모습은 아닐런지.정신적 내면을 채우기보다 겉모습과 이미지 관리에만 급급하는 극히 형식과 체면을 존중하려드는 어른들의 자화상은 바로 뒤를 따라오는 인생 후배들에게 되물림하고 만다.게다가 과정보다는 결과치를 두고 개개인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고 평가해 버리는 사회풍조로 말미암아 남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을 매우 불안하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한다.이렇게 성과,생산성을 놓고 몸과 마음이 지질대로 지치게 되면 결국 '번아웃(Burn out)'하여 풀썩 주저앉기 마련이다.

 

 미하엘 빈터호프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자 청소년 심리치료 분야의 권위자로 저자를 찾아 온 '신경쇠약자'로 진단하는 자들의 사례를 집중 분석.해설하고 있다.신경쇠약자들의 공통점으로 인식되는 점은 신자유주의 시대가 잉태한 '과도한 요구'가 현대인들의 삶과 심신에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사람은 일할 때와 쉴 때를 인식하고 구분해야 한다.무리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따르기 보다는 시스템의 비합리적 오류와 부당함을 수정해서라도 어른이 어른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시의적절하게 다가온다.돈과 물질이 중요하겠지만 자신을 보살피지 못해 발생하는 각종 신체적 증상과 질병 앞에서는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또한 거르지 않는 수많은 스펨성 메일,불필요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눈과 뇌가 피로해질대로 피로해진 상태다.기술혁명,디지털 혁명 모두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명의 이기(利器)임에 틀림없다.다만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정선되지 않은 정보들을 제한하는 법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디지털 기기 문명을 떨쳐 버리고 단 며칠만이라도 대자연의 숨결을 호흡하는 것을 어떨까.이미지에 사로잡혀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SNS에서의 대화와 소통은 진정한 인간관계라고 보긴 어렵다.

 

 이 도서를 읽으면서 미성숙한 사람들이란 과연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를 되뇌여 보았다.기본적으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양호한 훈육법은 아닐까 한다.학교졸업 - 취업 - 분가 - 결혼 - 자녀출산 - 노후 -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생애의 일련 주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적시적절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합리적이고 냉철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자신의 가치판단과 행위가 일치하여야 완전한 삶이 가능할 것이다.또한 인생의 목표 가운데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가족과 함께 하기,행복한 파트너 관계 등에 무게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물질적 풍요로움에 바탕을 둔 부(富)의 과시에서 삶의 가치판단과 책임의식,인생의 선배로서 인생의 후배에게 사표가 되려는 성숙한 의식과 실천력을 갖은 어른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그러한 삶의 양식에서 평온한 일상의 의미있는 삶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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