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사회와 전자상거래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7
아더 암스트롱.존 하겔 3세 지음, 한영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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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7년에 나왔던 'Net Gain'이 <가상사회와 전자상거래>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2년 전에 원서가 나왔을 때 이 책은 커뮤니티를 강조하고 있는 점 하며, 가상사회의 4단계 발전 개념을 제시하고 하는 점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이 점에서 이 책이 끼친 영향은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같은 시기에 쓰여진 'Net Gain'과 'Webonomics'가 모두 똑같이 웹(Web)에서 비즈니스(business)하는 것에 대해 기술했는데 기술하는 방식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자에 추상과 일반화라는 명패를 붙인다면, 후자에는 구체와 실재라는 푯말을 붙이고 싶다.

따라서 'Net Gain'에서 나오는 가상사회는 '가상'의 실재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이들 저자는 가상사회 4단계 발전 개념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개념에 의한다면 AOL조차도 어디에 분류되어야 하는지 막막한 실정이다.

이른바 컨설팅 회사의 '도식화'의 한 전형이지 않을까 싶다. 그 '도식화'가 수많은 사례를 통해 수혈을 받는다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턴데, 이 컨설턴트들이 들고 있는 사례는 (실제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어느 여행 동호회에 집중되어 있다. (정보의 바다에서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사례는 우리는 'Net Gain'에서 보다는 오히려 'Webonomics'에서 찾는 게 더 쉬울 것이다.)

그러나 근저에 흐르는 가상사회에 대한 원리는 'Net Gain'에도 관통하고 있다. 회원 프로파일에 대한 강조, 결국 공급자에게서 소비자에게로 힘이 이동할 것이고 이를 선도해가야 한다는 끊임없는 지적, 커뮤니티에 대한 강조 등은 위의 '도식화' 속에서도 거친 숨을 쉬고 있는 Web의 원리일 것이다. 이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게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사명은 다하고 있는 게 아닐까. 더군다나 97년이라는 상황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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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쓸쓸한 당신
박완서 지음 / 창비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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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님의 글의 장점 중의 하나로 사회를 보는 눈, 사회 통념을 비웃거나 뒤집는 시각이 항상 글에 배어있기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글 하나 하나에는 강한 메시지들이 고동치고 있다. 그 메시지는 어느 계층의 삶의 한 편린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하고, 삶의 한 아이러니를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정공법으로 주연이나 조연의 입을 빌려 직소하기도 한다.

한번 보자. '마른 꽃'은 정욕이 결여되어 있어 연애가 겉멋에 불과해 보인다는 한 할머니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할머니가 섹스는 할 수 없어도 정욕의 빈자리는 느낄 수 있고, 아무리 할머니일지라도 사랑에서 이의 빈자리의 역할이 크다고 함을 통해서 할머니의 세계를 이렇게 묘사할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기억 상실 속에서도 평화가 올 수 있음을 역설하며, 기억 상실을 질곡으로 규정하고 있고 또 이러한 질곡을 양산해내는 것은 오히려 합리를 내세운 현대인들이다라는 것을 질타하는 듯한 '환각의 나비'...

자신이 수십 년 동안의 세월을 통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던 어머니조차도 사실은 '난해한 영화'와 같음을 얘기하며 인간과 인생에 대한 겸허한 성찰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있는 '길고 재미없는 영화가 끝나갈 때'...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작위적이지 않는 것은 얘기 전개의 무리한 확장 없이 한 주제를 통해 그 주제에서 볼 수 있는 작가만의 시각을 물 흐르듯 전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에 대한 무리스럽고 작위적인 결말로 이끌지도 않고, 그렇다고 사변 나열식이지도 않아 주제의식이 곳곳에 배어 있다.

요컨대 글에 주제의식과 주장이 있으되 이러한 것이 상당한 통찰력과 문제의식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무리없는 전개로 이끌고 있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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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가르쳐 줄께요
이원영 / 경향신문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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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읽었던 <젊은 엄마를 위하여>가 꽤 인상 깊어서 같은 저자의 책인 <엄마 내가 가르쳐줄게요>도 읽어보았다. 원고지 5~6매 정도의 분량의 짧은 글 100개 가량을 모아놓은 책으로 아주 읽기 쉽게 쓰여졌다. 유치원 교사하면서 겪었던 많은 사례들과 주변 아이들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도 이해를 쉽게 돕고 있다.

읽는 건 3시간밖에 걸리지 않겠지만, 실천하는 데는 몇 년이 필요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깨어져야 할 관념과 도덕율에 많이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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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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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났을 때는 다른 소설과는 다른 묘한 여운이 남았다. 참신한 소재, 인간 내면의 탐구 등의 평도 나의 이러한 느낌을 시원하게 대변해주지 못했다. 다른 무엇이 있었다.

이 책은 3편의 짧은 단편을 담아놓았다.

첫번째 소설 [깊이에의 강요]만 들여다보자. '그의 그림에는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에 좌절하여 결국에는 자살까지 이르는 어느 여류 화가의 이야기다. 아니, 정작 그의 자살을 보고서는 '그의 작품에는 처절한 깊이에의 강요가 보였다'고 말을 바꾼 평론가의 얘기다. 아니 더 들여다보면 도대체 알 수 없는 '깊이'에 대한 글이다.

내가 보기에 정작 관심이 가는 지점은 '깊이'에 실존적으로 다가간 예술가도, 관점적으로 다가간 평론가도 아닌 '깊이' 그 자체다. 이 소설은 처음에는 예술가가 깊이가 없다고 단정하고 있지만 결국은 그렇게 평한 평론가마저 깊이를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통해 '깊이' 그 자체를 저 어두운 혼돈의 세계로 던져버리고 있다. 결국 이 소설을 다 읽고나면 독자는 '깊이'라는 화두를 하나 안게 된다.

나는 쥐스킨트의 작품에 '인간 내면 탐구'니 하는 뭉툭한 말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보통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 '인간 내면 탐구'니 하는 소리를 한다. 그러나 인간 내면은 항상 복잡하고 무거운 부속들로만 가득 찼는가?

이보다 쥐스킨트의 작품은 현재의 혼돈과 파편화되어가는 개인의 삶을 매우 잘 성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위의 세 편 역시 읽고나면 그의 문제의식에 통렬함을 느끼지만, 한번 더 곰곰이 생각하면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끝 모를 나락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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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영어 엄마가 가르쳐라 - 상 - 우리 아이 영어 박사 만들기
김숙희 지음 / 조선일보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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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영어 교육 실시에 이어 얼마전 어린아이가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CF가 방영되면서 어린아이의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주변 얘기나 각종 선전, 그리고 학습교재를 통한 교육에 무조건 달려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사전지식을 전문가의 글을 통해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린이 영어 엄마가 가르쳐라>(상, 하)는 이 점에서 좋은 안내서이다.

이 책에 의하면 언어습득장치(LAD)가 18개월부터 6세 사이에 가장 왕성하다고 한다. 어른들은 이미 형성된 의식구조에 의해 사물을 받아들이나 이 시기의 어린아이들은 아무런 장벽 없이 사물이나 언어를 받아들이므로 오히려 언어를 빠르고 재밌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과는 apple이야'하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그냥 'apple 먹자'라고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풍부한 사례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재미있고 쉽게 논지를 주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학습도구나 방법에 대해서도 풍부하게 자료를 수집하여 제공해주고 있다. CD-ROM, 인터넷 Site 등도 아주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어 요긴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교육자(엄마, 아니 부모)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은 대상을 변하게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교육자가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그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영어교육도 마찬가지다. 부모 자신이 영어교육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만 한다. 자신이 먼저 생활화시키지 못하면서 아이에게 생활화시킨다는 것은 모순 아니겠는가.

어린이 영어교육의 첫걸음, 그것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 자신이 딛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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