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 지혜로운 CEO 1
페트릭 렌시오니 지음, 송경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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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은 비즈니스 우화라고 얘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와 비슷한 류라고 생각하면 틀리다. 후자야말로 우화의 전형이나 전자의 책은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스토리식으로 전개한 것이지 우화는 아니다.

이 책은 어느 CEO인 앤드류가 중요한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 늦은 전철 안에서 어느 노인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은 이 대화 형식을 통해서 전달된다. 이 점이 이 책의 서술 방식의 한 가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한 명제를 중심으로 이 명제를 부연설명하며 얘기할 때 그 명제의 단순명쾌함 때문에 오히려 설득력이 없을 수 있는 것이 대화 형식의 논박을 취할 때 설득력을 더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의 형식은 2차적인 문제이다. 이 책이 평가받기 위한 절대절명의 원칙은 5가지 유혹의 내용이 어떤 것인가와 이 유혹을 어떻게 사실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느냐일 것이다. 5가지 유혹을 정리한 명제야 일반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그 명제를 결코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책은 '당신은 5가지 유혹 중 한 가지 이상에 빠져 있소!'라고 자각하게 해줄 수는 있어도 이 책에서 그 유혹에서 헤어나는 방법을 건질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은 Fact에 근거하여 풍부하게 쓰여진 책이 아니라 수험생이 대입 시험 전날 마지막 점검을 위해 보는 요약책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1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다른 사람에게는 권할 수 있겠지만, 이런 책이 높이 평가받는다는 것이 심히 이상스러울 따름이다. 이러한 책들보다는 CEO가 직접 자신의 경영철학을 담은 책이나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서 쓴 비즈니스 관련 책을 읽어보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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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 2001년 제25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신경숙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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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는 다른 추천 우수작에 비해 단연 돋보인다. 신경숙 작가의 역량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단편이다. 주인공 '나'와 '남자'의 섬세한 묘사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무리없이 엮어지는 이야기 전개도 그렇지만, 마지막에 던지는 저자의 '의미'는 전체의 글을 하나로 모으는 강렬한 힘을 줌과 동시에 강한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

<부석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다. '나'는 P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남자'는 잘 알던 PD로부터 모함을 받았고 또 K로부터 버림을 받은 추억도 가지고 있다. 이들만이 아니라 '나'가 기르는 개마저도 숱한 상처를 안고 있다.

이 소설은 '나'와 '남자'가 부석사로 향하는 여정을 그리면서 그 과정에서 과거의 사건이 중첩되어 전개되고 있다. 애초에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 '상처'로부터 연관되기 싫어서 도피하고자 하여 여정에 올랐다. 그러나 그들의 여정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음으로써 부석사에 이르지 못한다. 이 여정이 그들의 상처받은 삶과 닮았다.

저자는 이 상처받은 삶들간의 어설픈 조화를 얘기하지 않는다. 다만 강한 상징으로 암시하고 있다. 부석사는 육중한 두 바위가 포개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에 바늘만한 미세한 틈을 두고 떠 있다는 환상적인 이미지가 담겨져 있다. 두 바위의 떨어짐은 물론 인간 존재 간의 긴장이자 단절을 상징한다. 그들의 미완의 여정은 인간 존재 간의 긴장이 근본적인 것임을, 그리하여 더 이상 육안으로 보지 않고서도 느껴야만 하는 것임을 은근히 암시해주고 있다.

'개'의 상징은 물론 조그만 묘사에서도 결코 허술함이 없을뿐더러 마지막 상징으로 자칫 신변잡기처럼 흐를 수도 있는 모든 사건들을 하나로 압축하여 강한 여운까지 던지는 그는 분명 역량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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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손으로 돌아보라 - 황동규 산문집
황동규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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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손으로 돌아보라>는 45년간 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는 황동규 시인의 최신작 산문집이다. 멀리는 20년전 글로부터 최근의 글까지 두루 담겨져 있다. 10여년 전의 글이라면 더러는 내놓고싶지 않거나 다시 다듬고 싶은 글도 있으련만 저자는 '수건에 채 훔치지 않은 젖은 손으로' 이러한 글들도 이 책에 담았다. 그 덕분에 한 시인의 삶과 그의 세계를 압축하여 온전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시인도 때로는 긴장을 요하는 시의 운율에서, 엄밀함을 요하는 시의 세계에서 잠시 한켠 물러나 보다 자유롭고 폭넓게 쓸 수 있는 산문의 형식을 빌어 사물에 대한 상을 옮기고 싶을 것이다. 황동규 시인 역시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시 탄생을 가져다 주었던 직관이나 장소 앞 뒤를 이어 산문으로 쓰기도 했고, 여행의 감상이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주제로 쓰기도 했다. 이 책에는 특히 여행에 관한 글들이 많다.

황동규 시인의 글은 차분하다. 때로는 대상의 깊은 곳에 다가가 냉철하게 건져올리는 분석이 있기도 하고, 때로는 감성의 떨림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때로는 문자향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차분한 느낌이다. 무엇을 주장하기 위해 쓰거나 써야한다는 조바심에서 쓰여진 글이 아니라 순간의 느낌에 충실하여 쓰여진 글이기에 느껴지는 차분함이다. 이 차분함이 때로는 독백적으로, 때로는 무미건조함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진중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다보면 황동규 시인은 아직도 여전히 '문학청년'이라는 느낌이 든다. 여행의 흥분을 아직 느낄 수 있고, 사물의 새로운 모습에 가슴 떨 수 있다면 아직 청년인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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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사회의 생존 전략
라가벤드라 가닥카 지음, 전주호 외 옮김 / 푸른미디어(푸른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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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동물행동학에 대한 관심있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구달의 책도 그렇고, 최재천 교수가 쓰는 과학에세이 책들도 그렇다. 흡혈박쥐는 왜 서로에게 피는 나누어주는가, 줄무늬다람쥐는 자신이 희생될 수도 있으면서 왜 동료들을 위하여 위험신호를 보내는 것인가, 하누만 랑구르 원숭이는 왜 같은 종족의 영아를 살해하는가 하는 등 동물행동학은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편적 지식에 대한 호기심은 그 생명력이 짧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동물 사회의 생존 전략>은 호흡이 짧은 책이 결코 아니다. 이 책은 진화론의 입장에서 동물행동학을 관찰하고 있다. 어떻게 동물들이 진화해가는가를 풀어가면서 진화론을 얘기하고 있으나 이 책의 저자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은 다윈이 풀지 못한 동물들의 이타적인 행동이다.

이타적인 행동은 자신에게 이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부류는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어야만 한다. 그러한데도 동물의 이타적 행동은 사라지지 않고 나타난다.

가장 간단한 이론으로는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도 해석되지 못하는 현상은 많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의 저자 라가벤드라 가닥카는 해밀턴 규칙에 귀를 기울인다. 이 규칙은 포괄적 적응도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데, 자신의 유전자를 25% 가진 친족 5명을 살리기 위해서는(25%*5=125%) 자기 자신(100%)을 희생할 수 있다는 규칙이다.

이 책의 장점은 진화론의 입장에서 다양한 동물행동을 흥미롭게 예로 들어가면서 수미일관 체계적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책을 읽으면서 인간은 과연 이기적인 존재인가, 이타적인 존재인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큰 재미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언급했던 홉스도 동정심을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는 미래의 불행에 대한 상상 또는 허구' 라고 말한 바 있는데 , 결국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의 근원에도 이기적인 타산이 깔려있다고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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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방대수 옮김 / 책만드는집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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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톨스토이의 단편 세 편이 실려있다. 내가 톨스토이 문학을 읽은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고 그 기억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이기에 무어라 그의 문학을 평하지 못하겠고, 따라서 다소 부정확하더라도 다만 이 세 편에 나타난 글을 통해서 짤은 단상을 말해본다.

이 책에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바보 이반>의 세 편이 실려있다. 이 세 편의 글에는 공통적인 사상이 있다. 그것은 보다 밝은 세상에 대한 꿈이다. 이는 톨스토이의 인생 역정, 그리고 그의 철학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귀족가문으로 태어났으나 지주생활을 청산하고 마지막 죽는 순간에도 '진리를 나는 영원히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의 삶이 이 세 편의 글에도 자연스럽게 투영되어 있다.

이 세 편의 글 모두는 전형적인 선악의 이분법적 대립구조를 이루고 있다.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삶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삶, 땅에 대한 끊이지 않는 탐욕과 이의 탐욕의 부질없음을 깨닫게 하려는 것, 묵묵히 노동하는 중요성을 내세우는 것과 금전욕과 명예욕 등이 대립적인 구도를 취하면서 나온다. 한 편은 탐욕과 이기적인 삶을 대변하고 다른 편은 노동의 즐거움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대변한다.

너무나도 전형적인 대립구조이기에 식상할 수도 있으나 동화적인 이야기 전개가 이 식상함을 지워버린다. 그리고 그 흥미진진한 동화가 끝나면 읽은 사람에게 여운을 남긴다. 진정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반추하도록 만든다. 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그 여운은 읽은 시간 몇 배로 남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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