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손으로 돌아보라 - 황동규 산문집
황동규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젖은 손으로 돌아보라>는 45년간 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는 황동규 시인의 최신작 산문집이다. 멀리는 20년전 글로부터 최근의 글까지 두루 담겨져 있다. 10여년 전의 글이라면 더러는 내놓고싶지 않거나 다시 다듬고 싶은 글도 있으련만 저자는 '수건에 채 훔치지 않은 젖은 손으로' 이러한 글들도 이 책에 담았다. 그 덕분에 한 시인의 삶과 그의 세계를 압축하여 온전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시인도 때로는 긴장을 요하는 시의 운율에서, 엄밀함을 요하는 시의 세계에서 잠시 한켠 물러나 보다 자유롭고 폭넓게 쓸 수 있는 산문의 형식을 빌어 사물에 대한 상을 옮기고 싶을 것이다. 황동규 시인 역시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시 탄생을 가져다 주었던 직관이나 장소 앞 뒤를 이어 산문으로 쓰기도 했고, 여행의 감상이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주제로 쓰기도 했다. 이 책에는 특히 여행에 관한 글들이 많다.

황동규 시인의 글은 차분하다. 때로는 대상의 깊은 곳에 다가가 냉철하게 건져올리는 분석이 있기도 하고, 때로는 감성의 떨림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때로는 문자향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차분한 느낌이다. 무엇을 주장하기 위해 쓰거나 써야한다는 조바심에서 쓰여진 글이 아니라 순간의 느낌에 충실하여 쓰여진 글이기에 느껴지는 차분함이다. 이 차분함이 때로는 독백적으로, 때로는 무미건조함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진중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다보면 황동규 시인은 아직도 여전히 '문학청년'이라는 느낌이 든다. 여행의 흥분을 아직 느낄 수 있고, 사물의 새로운 모습에 가슴 떨 수 있다면 아직 청년인 것 아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