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는 다른 추천 우수작에 비해 단연 돋보인다. 신경숙 작가의 역량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단편이다. 주인공 '나'와 '남자'의 섬세한 묘사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무리없이 엮어지는 이야기 전개도 그렇지만, 마지막에 던지는 저자의 '의미'는 전체의 글을 하나로 모으는 강렬한 힘을 줌과 동시에 강한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부석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다. '나'는 P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남자'는 잘 알던 PD로부터 모함을 받았고 또 K로부터 버림을 받은 추억도 가지고 있다. 이들만이 아니라 '나'가 기르는 개마저도 숱한 상처를 안고 있다.이 소설은 '나'와 '남자'가 부석사로 향하는 여정을 그리면서 그 과정에서 과거의 사건이 중첩되어 전개되고 있다. 애초에 이들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 '상처'로부터 연관되기 싫어서 도피하고자 하여 여정에 올랐다. 그러나 그들의 여정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음으로써 부석사에 이르지 못한다. 이 여정이 그들의 상처받은 삶과 닮았다. 저자는 이 상처받은 삶들간의 어설픈 조화를 얘기하지 않는다. 다만 강한 상징으로 암시하고 있다. 부석사는 육중한 두 바위가 포개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이에 바늘만한 미세한 틈을 두고 떠 있다는 환상적인 이미지가 담겨져 있다. 두 바위의 떨어짐은 물론 인간 존재 간의 긴장이자 단절을 상징한다. 그들의 미완의 여정은 인간 존재 간의 긴장이 근본적인 것임을, 그리하여 더 이상 육안으로 보지 않고서도 느껴야만 하는 것임을 은근히 암시해주고 있다.'개'의 상징은 물론 조그만 묘사에서도 결코 허술함이 없을뿐더러 마지막 상징으로 자칫 신변잡기처럼 흐를 수도 있는 모든 사건들을 하나로 압축하여 강한 여운까지 던지는 그는 분명 역량있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