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 - 작은 것들 속에 깃든 신의 목소리
조안 엘리자베스 록 지음, 조응주 옮김 / 민들레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는 그동안의 생태적 접근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바퀴벌레, 모기, 파리 등 우리가 해충이라고 분류할 뿐만 아니라 극히 혐오하는 곤충에게마저 그 곤충의 유익성을 얘기하고 그러한 곤충들과 같이 공존하는 방식을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거의 충격적이다. 해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데 많은 영감을 받기도 했다. 다만, 곤충과 대화하기나 교감 나누는 대목은 쉽게 동의가 되지 않는다. 다음글은 이 책에서 언급한 해충(?) 중 가장 감명을 받은 모기에 관한 내용을 주로 하여 느낀 점을 쓴 것이다.
---
바야흐로 모기의 계절이 왔다. 어릴적에는 모기향이나 쑥불로 모기를 쫓거나, 모기장을 쳐서 물리는 것을 방지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모기를 박멸하는 방식으로 방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모기는 더 이상 추억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여름밤 야외에 설치하는 전기 살충기가 있다. 날벌레가 다가가면 파찌직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타 죽어버린다. 부끄럽게도 나는 그 것을 보며 희열을 느낀 경험이 있다. 그 살충기는 이 세상의 무수한 적들을 무찌르는 신개발 병기처럼 느껴졌고, 날벌레가 쉬지도 않고 파열음을 낼 때마다 조자룡이 필마단기로 적군을 헤집고 활약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전기 살충기로 연간 약 7백억 마리의 곤충이 생명을 잃는데, 이 중 우리의 피를 빨아먹는 곤충은 4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곤충학자는 이 살충기는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 말고는 별 쓸모없다고 얘기했는데, 우리들 가슴을 너무 아프게 찌르는 말이다.
우리는 모기를 생태계를 같이 이루는 존재로 취급하지 않는다. 모기는 우리와 절대 공존할 수 없는 곤충이고, 사람이 사는 곳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존재로까지 취급하고 있다. 이 순간에도 모기를 죽이는 살충제가 엄청나고 뿌려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모기만이 아니라 주변의 생태계까지 파괴되고 있다. 실제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80만 헥타르의 면적에 연간 10~15만 kg의 펜티온을 뿌리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00년에 철새들의 떼죽음을 초래하기도 했다.
왜 우리들은 모기를 박멸하려 하는가. 왜 거의 적개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 실제 모기에 의해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가 하면 별로 그렇게 보여지지는 않는다. 간혹 뇌염모기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극히 예외적이고 예보 시스템도 비교적 잘 되어 있다. 우리의 적개심은 실상 우리가 모기에 물리기 싫어서이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라면 우리의 적개심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이 생태계에서 다른 동물과 공존하지 않으려 하는 지나친 오만에 불과하다. 모기는 이 생태계에서 없어지면 안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의 저자 조안 엘리자베스는 모기 애벌레는 물고기, 제비, 박쥐 같은 동물의 먹이가 될 뿐만 아니라 화분 매개 역할을 하고 있어, 모기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면 생태계의 균형추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아가 “전염병에 걸릴 위험을 줄이는 장기적 전략은 (모기를 박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모기에 대한 이유 없는 적개심을 거두어야 한다. 모기 역시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의 한 부분을 떠받들고 있는 존재라는 자각을 해야 한다.
벌레를 죽이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있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한다. 캠핑 갔을 때 몰려오는 모기를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간혹 이러한 모기를 잡다가 놓치면 마치 자신을 언제 헤칠지도 모르는 원수를 놓아준 것마냥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방인은 모기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다. 모기가 사는 곳으로 찾아들어간 우리이고, 그렇게 모기 한 마리 더 죽인다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쫓거나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러한 방법을 취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고, 오붓한 대화를 즐겁게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파리채의 원리는 간단하다. 나는 선조들이 쑥불을 피우거나 모기장을 치는 것은 발견?발명해도 파리채는 생활필수품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이 마냥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모기를 전자파로 쫓는다, 모기를 죽이는 향을 피워낸다 하는 것 모두 좋은 대안은 아니다. 이 여름 선조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모기장으로 이겨내면 어떨까. 간혹 모기에게 물리기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