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인가? 정부인가?
김승욱 외 지음 / 부키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20세기말 한국 바둑을 풍미했던 조훈현과 서봉수. 아마 그 대립각이 아니었다면 그 둘의 발전은 물론 한국 바둑의 발전 역시 다소는 더뎌졌을 지도 모른다. 대립각은 항상 긴장감을 낳고, 그 긴장감은 발전을 이끄는 피댓줄이 되곤 한다.

철학에 있어서 평등과 자유가 그 대립각을 이루었다면, 경제에 있어서는 시장과 정부가 대립각을 이루어 왔다. 그것이 때로는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간의 대립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진보와 보수로 표현되기도 한다.

다니엘 예르긴은 20세기 현대사를 시장과 정부가 서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싸웠던 시기로 명명하면서, 국가 주도 경제가 쇠퇴하고 시장 경제가 승리한 시기로 조명하였다. 20세기는 '시장경제의 승리'로 저물었지만, 그것은 결과일 뿐 그 과정에는 시장과 정부의 숨막히는 시소게임이 있었다. 시장경제 역시 그 숨막히는 접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조탁시켜왔다는 점에서 어쩌면 20세기는 시장이냐, 정부냐에 대한 시험대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역동적인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과 정부의 대립각은 20세기를 거쳐오면서 많은 댓가를 치른 실험 속에서 결론에 도달한 것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이 두 명제는 이슈에 따라, 시기에 따라, 계급 역관계에 따라 수시로 다른 모습으로 대립이 형상화된다. 이 책 서문에서 예를 들고 있는 해외 원정출산이라는 문제 하나만을 봐도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즉, 개인의 선택이라는 시장기능중시자의 주장과 국민의 위화감 조장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개입중시자의 주장은 아마 많은 시간이 흘러도 어느 한쪽의 주장이 죽지는 않을 것이다. 추는 어느 쪽으로 흐르는가 하면 세월이 지나면 다른 쪽으로 흐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영원한 화두인 시장-정부의 대립각을 다루었다. 이 문제를 접근하기 위한 몇가지 전제되는 논의를 먼저 시작하고는, 소득분배, 복지, 경제안정, 경제성장, 구조조정, 금융시장, 노사관계, 공기업, 환경오염, 농업, 주택문제 등 총 11개의 주제에 대해서 시장기능중시자와 정부개입중시자 간의 주장을 정리해놓고 있다. 어느 한쪽의 주장에 기울지 않고 이를 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정리하고자 한다는 점이 이 책의 큰 특징이다. 그리고 매 장마다 시장기능중시자와 정부개입중시자 간의 입장을 표로 간략하게 정리해놓고 있다. 개론서를 원하는 사람이나, 토론 기초자료를 원하는 사람에게 특히 만족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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