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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그리스로마신화 거꾸로 읽는 책 22
유시주 지음 / 푸른나무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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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등학교 때 이 책의 저자처럼 고전읽기부에서 활동할 때 <그리스 로마 신화>는 밤 10시까지 남아서 열심히 외워야 하는, 괴로운 책 중의 하나였다. 그 뒤 다시 꼼꼼히 읽어야 되겠다는 생각은 했으나, 그것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다가 요즘 이런 '요약본'을 얌체같이 읽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요약본은 아니다. '신화 속에서 인간 찾기'라는 부제에서 보여지듯 그리스로마신화에 나타나는 군상들을 우리 인간사에 비추어서 재구성하였다. 사실 그리스로마신화 자체가 현실의 반영으로 재구성되었기에, 이 속에는 인간의 여러 군상이 밀집되어 나타나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서양문화의 한 정서를 형성했으리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철학, 문학, 음악, 미술 등등을 보다보면, 아니 일상적인 어느 인용 문구를 보다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막히는 부분이 종종 나타나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나와 같은 경험이 있다거나, 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체계적으로 읽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대충이라도 훑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한편, 단점도 있다. 그것은 유시주씨의 편협한 사고에서 기인하고 있다. 유시주씨는 거의 대부분의 단편 글에서 그리스 신화와 '진보'를 연계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즉 '진보적 시각'에서 그리스 신화를 재해석해내려는 강박관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소 몇 편의 글에서는 '무리함'이 느껴져 개운치 않는 부분도 있다. 일부분에서는 고개가 끄덕거리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유시주씨가 알기 쉽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전달하려 했고, 최소한 나에게는 그 점이 먹혀 들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만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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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자작나무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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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일의 문학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저술했다. 문학가가 쓴 책이라 여느 역사책과는 달리 역사의 현장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츠바이크는 인류 역사를 바꾼 역사적 현장을 찾아 시대적 정황과 그 위인들의 내면세계까지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다.

역사는 주관의 오류만 극소화할 수 있다면 역사를 문학가가 쓰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일견 든다. 우리 인간사가 그렇듯 어디 한 사건을 얘기하는 데 경찰서 조서 쓰듯 얘기될 수 있던가. 인간의 마음 속을 자로 잰듯 표현해내기가 어디 쉽던가.

이 책은 흔히 상상하듯 '그 때 그렇게 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류의 책은 아니다. 그리고 역사적 순간을 과장되게 미화시켜 놓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미화시켜 놓는 것보다 얽히고 얽힌 정황들을 담담히 들려주는 게 감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인들의 이야기가 구름 속을 걷듯 얘기하면 오히려 우리와는 거리가 먼 달나라 얘기가 되기 십상이니까.

변증법을 얘기할 때 우연과 필연은 중요한 화두였다. 변증법에서는 우연은 상대적이고 필연은 절대적이며, 필연은 우연을 통해서 관철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디 모든 사건을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는가. 어찌 건달 발보아가 태평양을 발견하게 된 게 필연이라 할 수 있겠는가. 무하마드가 동로마제국을 멸망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여러 정황을 최소한 예측 가능하게 할 수 있기 위해서 노력할 뿐, 필연을 찾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다 찾아든 우연성을 자신의 능력에 맞게 해석하고 그에 맞게 조절해내려 노력할 뿐이다.

그 과정에서 좀 더 현명한 사람은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그 가능성을 예측하고 준비하고 가꾸어나갈 수 있을 뿐이다. 우연을 배제하거나 우연을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이 좀 더 뛰어날 뿐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를 통해 꾸역꾸역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괴테가 말한 '역사는 신의 작업장'이란 명제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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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과 제왕 - 문화인류학 3부작 넥스트 3
마빈 해리스 / 한길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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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과 제왕>은 <문화의 수수께끼>,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작은 인간>에 이어 국내에 네 번째로 소개된 '마빈 해리스' 저작이다.

<작은 인간 - 인간에 대한 102가지의 수수께끼>만 읽어 보았는데, 사실 별 감동을 받지 못했다. 소련 아동문학가 일리인 부부가 20년 동안 쓰고서도 미완성인 저작 <인간은 어떻게 거인이 되었는가>에 비해 재미도 신선함도 덜했다. 반면 <식인과 제왕>을 읽으니 마빈 해리스의 다른 저작에도 구미가 조금씩 당기기 시작한다.

마빈 해리스는 식품인류학자이다. 음식 문화를 가지고 세계사를 해석해낸다. 이전에 80년대 풍미했던 '계급투쟁' 등의 몇몇 카테고리에 한정되어 세계사를 보려 했던 것이 얼마나 시야를 협소화시켰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고대 원시사회에서부터 인구압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 인구를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줄이는 등의 성차별이 있었다는 분석은 참으로 신선한 지적이다.(아, 불쌍한 여성들이여. 성차별과 가부장제가 오히려 계급의 발생과 함께 생성되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오히려 그 근원이 더 멀리 나아간다는 것이, 그리고 뿌리도 깊다는 것이 오히려 슬픔을 더한다)

서구사회에서 근대 민주주의가 싹틀 수 있었던 요인을 단백질 공급원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었던 점, 또 치수정책이 그다지 필요치 않아 절대왕조가 덜 발달할 수 있었던 점 등으로 분석하는 부분도 신선함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앙아메리카의 잉카제국에서의 식인문화를 단백질 공급원을 인육에서 찾으려 했다는 분석은 '끔찍'할 정도로 신선하다.(아마도 이 부분에서 제목을 따왔을 것이다)

그 외에 여러 분석을 통해 (단지 '문화적 상대성'에 대한 지적을 넘어서서) 세계사를 재구성해 내고 있다. 마빈 해리스의 식품인류학적인 관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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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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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낙엽에서는 버림, 청산을 결행하고, 겨울의 얼어붙은 솔잎에서는 극한의 역경에서도 끝내 지켜야 할 것은 지키라는 것을 온몸으로 가르침을 배운다고 여기면서도, 그게 쉽지 않고 버리기도 지키기도 힘들다는 점만을 알 따름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정쩡하게 목숨만 이어갑니다. 버릴 줄 알아야 지킬 줄 알겠는데 버리지 못하니까 지키지 못합니다.' (본문 19쪽)

'고집쟁이 농사꾼의 세상사는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의 일부분입니다. 저자는 전우익님으로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시면서 자연에 순응해 살아가시는 분이시죠.

예전에 신영복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가슴에 와닿게 읽으셨던 분이시라면 이 책에도 푹 빠져들 것입니다. 아니면 그 역순도 가능하겠죠. 전우익 옹의 연세는 70세. 아마 1년 중 11월에 해당되시는 연세시겠죠. 찬바람 부는 가을에 인생의 풍상을 통해 자연의 이치를 깨달으신 분의 글을 읽는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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