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보고서
매일경제신문사 편집부 엮음 / 매일경제신문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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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는 과거의 규제 환경이 요소 투입을 통한 외형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는 있었을는지 모르지만,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국 경제를 진단한다. 그리고 그 생산성이 보통 미국의 50%에 지나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다. 소매금융이나 서비스업의 생산성, 그리고 자동차 산업의 저열한 생산성을 얘기하는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간다.

생산성 격차의 일차적 요인으로 자본 집약도 대신 기능 및 업무 조직 등 운영면이나 제품 및 서비스의 믹스/마케팅 등을 들고 있는 점도 기존의 우리의 패러다임이었던 '규모경제'를 비웃고 있어 음미해 볼 만하다.

맥킨지는 현재의 한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도 제기하고 있다. 즉, 제조업만의 개혁으로 끝날 경우는 실업률을 결코 잠재울 수 없으며, 금융/서비스업까지 철저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 한국경제를 보는 준거틀이 우리 내부에서부터 오지 않고 미국의 시각에서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시되고 있는 여러 도표나 사례가 현상적인 비교에 치우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구체성도 다소 부족하다. 어떠한 근거로 그러한 수치가 나왔다든가,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면) 그다지 충분한 설명 없이 린 시스템 등을 극히 모범적이고 거의 유일한 선진적인 사례인 것 마냥 상정해놓고 설명하고 있다든가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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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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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은 국민학교 5학년 여자 아이의 성장소설이다. 일찍이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이모, 삼촌과 같이 자라야만 해서 이미 성숙을 완료해버린 한 여자 아이의 얘기다.

소설이 던지는 문제의식 또는 역사의식을 '거시적'이라 표현하고, 소설의 표현력이나 서술기법을 '미시적'이라 표현한다면 <새의 선물>은 미시적인 부분에서 거의 압권이다. 한 사물이나 한 인물을 묘사할 때 어떻게 저렇게 은유를 하고 대조, 대비를 통해서 짜릿하고도 날카롭게 지적해내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러나 표현은 결코 현란하거나 화려하지 않는다. 사물의 본질과 인간의 본성 그 자체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은희경씨의 묘사력에 놀랍다기보다는 통찰력에 놀랄 뿐이다.

<태백산맥>이 들몰댁 등의 군상을 그려냈다면 <새의 선물>은 장군이 엄마, 광진테라 아줌마, 이모 등의 군상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12세 여자아이의 눈을 통해 그려내고 있지만 정작 여자아이의 성장소설이라기보다 그 시대 군상의 성장소설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른다.

'거시적'인 부분에서도 <새의 소설>은 몇몇 묘한 뉘앙스를 남기고 있다. 1969년의 아폴로 달 착륙과 1995년 무궁화호 발사 장면을 오버랩 하는 부분이라든지 1969년의 시대 군상이 1970년으로 넘어가는 몇몇 모습을 그려내는 부분에서도 은희경씨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런 기승전결 식의 서술에서 은희경 씨의 '거시적'인 측면이 나타난다기보다는 이미 은희경 씨는 소설책 중간 중간, 아니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이러한 것들을 하나하나 던져주고 있다. 왜냐하면 보통의 독자라면 은희경 씨가 묘사해내거나 분석해내는 것이 이미 현재의 시각에도 한발을 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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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금융 - 최신 전면개정판
김현대 외 지음 / 사계절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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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금융>은 금융에 대한 손쉬운 안내서다. 금융 전반에 관한 얘기가 72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고교생도 읽을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저자는 김중근 씨와 이주명 씨로 되어 있는데 국제 금융 일부분만 제외하고는 거의 이주명씨가 썼다. 이주명씨는 한겨레 신문 경제부 기자로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쓴 듯하다. 복잡한 이론을 끌어다 썼다기보다는 현실적인 내용을 끌어들여 소상히 설명하고 있어 읽기에 무척 쉽다. 소주제로 나뉘어져 있는 것도 이런 이력과 무관하지는 않아 보인다. 다른 얘기지만 글투나 논조는 다분히 '한겨레적'이다.

생소하거나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용어들로부터 금융, 통화, 증권, 국제금융 등에 관한 기초지식을 쭉 더듬을 수 있다. 간혹 고등학교 정치경제 시간에 배웠다는 기억이 아련하게 나는 부분도 있다. <손바닥 금융> 한 권으로 금융을 손바닥 안에 쥘 수는 없겠지만, 손바닥으로 금융의 어느 다리 하나는 어렴풋하게나마 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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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
로저 트리그 / 자작나무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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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은 인간 본성을 다룬 10명의 선인의 철학에 대한 해설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퀴나스, 홉스, 흄, 다윈,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이 그들이다. 칸트나 헤겔도 빠져 있다. 예전의 철학이 이성에 대한 과도한 관찰이었다면 이 책은 감성 부분에 대해서도 상당한 무게중심을 두고 편집되었다 할 것이다.

각각의 철학이 일정한 궤를 가지고 열거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 다른 주제들, 각각 이견이 있는 주제들을 얘기하고 있다. 자유의지-결정론, 이성-감성, 종교-과학, 필연성-우연 등의 패러다임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이 저자는 이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덧붙이기는 하나 가타부타 한쪽 방향으로 결론은 내리지 않는다. 이에 대한 고민은 이제 독자의 몫으로 남는 것이다.

한 철학자의 사상이 20∼30페이지에 요약, 압축되어 있기에 많은 것을 읽을 수 없는 단점도 있지만, 반대로 짧은 시간에 여러 철학자의 사상을 조금씩이나마 다시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는 책이다.

맨 뒤에 저자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과학은 일반적인 합의를 향해 지식을 증대시켜 왔지만, 철학은 가장 최근의 사상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다라고. 이 말에 수긍하는 순간, 철학 그리고 인간 본성이 더욱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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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상자 - 1998년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은희경 외 / 문학사상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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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3년만에 파격적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여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의 수상작이라, 아무리 소설은 잘 안 읽는다지만 은희경 씨 책만은 보고 싶었습니다.

은희경 씨의 단편이 2개 실려 있습니다. 「아내의 상자」와 「세번째 남자」. 다른 작가들 글들도 실려 있었는데, 결과론적인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더러 뽑으라 해도 은희경씨를 수상작으로 뽑겠습니다. 한때 인기리에 읽혔던 공지영씨의 단편도 한 편 있었는데, 정말 초라해 보였습니다.

은희경 씨 소설은 참 맛깔스러운 듯합니다. 그 은유와 표현법이 새롭습니다. 작가의 감수성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단편으로서의 완성도도 치밀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평은 나만이 아니라 5명의 평론가도 비슷비슷하게 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나는 사실 은희경 씨 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은 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더라도 감독이나 영화의 구성보다는 그 영화가 표현해내고자 하는 내용에 더 관심이 많듯이, 나는 소설도 아직까지는 구성이나 작가의 표현법보다 내용의 전개에 더 많은 관심이 있는 듯 합니다. 아직 소설을 모르나 봅니다. 아직 다른 것에 가려 있나 봅니다.

「아내의 상자」는 자신만의 세계로 폐쇄해 들어가는 것을 '상자'로 은유해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었으며, 「세번째 남자」는 이전의 자신의 세계를 모두 버리려는 여인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서로 정반대를 향해 나가는 두 여인에 관한 소설이지만 소설의 이미지 등은 상당히 비슷하게 다가옵니다.

이 두 여인의 삶과 위치를 나의 삶과 위치로 동일시해내는데 저는 실패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설이 잘 읽혀지지 않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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