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새의 선물>은 국민학교 5학년 여자 아이의 성장소설이다. 일찍이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이모, 삼촌과 같이 자라야만 해서 이미 성숙을 완료해버린 한 여자 아이의 얘기다.

소설이 던지는 문제의식 또는 역사의식을 '거시적'이라 표현하고, 소설의 표현력이나 서술기법을 '미시적'이라 표현한다면 <새의 선물>은 미시적인 부분에서 거의 압권이다. 한 사물이나 한 인물을 묘사할 때 어떻게 저렇게 은유를 하고 대조, 대비를 통해서 짜릿하고도 날카롭게 지적해내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러나 표현은 결코 현란하거나 화려하지 않는다. 사물의 본질과 인간의 본성 그 자체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은희경씨의 묘사력에 놀랍다기보다는 통찰력에 놀랄 뿐이다.

<태백산맥>이 들몰댁 등의 군상을 그려냈다면 <새의 선물>은 장군이 엄마, 광진테라 아줌마, 이모 등의 군상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12세 여자아이의 눈을 통해 그려내고 있지만 정작 여자아이의 성장소설이라기보다 그 시대 군상의 성장소설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른다.

'거시적'인 부분에서도 <새의 소설>은 몇몇 묘한 뉘앙스를 남기고 있다. 1969년의 아폴로 달 착륙과 1995년 무궁화호 발사 장면을 오버랩 하는 부분이라든지 1969년의 시대 군상이 1970년으로 넘어가는 몇몇 모습을 그려내는 부분에서도 은희경씨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런 기승전결 식의 서술에서 은희경 씨의 '거시적'인 측면이 나타난다기보다는 이미 은희경 씨는 소설책 중간 중간, 아니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이러한 것들을 하나하나 던져주고 있다. 왜냐하면 보통의 독자라면 은희경 씨가 묘사해내거나 분석해내는 것이 이미 현재의 시각에도 한발을 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