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디언의 숲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두레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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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 대한 회귀본능이 있듯이, 인류의 저 오랜 고향인 자연에 대한 회귀본능이 있을 지도 모른다. 봄날 꼬물꼬물 올라오는 새싹을 보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스치는 바람 숨결을 언뜻 느끼면서,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을 느끼면서, 숲에서 안온함을 느끼면서, 그러할 때 자신의 내부 깊숙이에서 울려오는 울림을 느낄 수 있다면, 이는 어쩌면 인류의 태생적 숨결을 감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두레출판사에서 나온 <작은 인디언의 숲>을 읽다 보면 그 태생적 숨결을 감지하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충만한 기쁨이겠는가 하는 느낌이 절로 든다.

<작은 인디언의 숲>은 <동물기>를 쓴 시튼이 1903년에 쓴 자전적 소설이다. 14살난 얀이 건강 때문에 학교를 1년 쉬면서 캐나다 시골로 내려가 생활하면서 느낀 자연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자, 자연 속에서 삶을 배워가는 성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얀과 그의 친구 샘의 2주에 걸친 야생생활은 자연이 주는 생명력과 이 속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시튼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이러한 야생생활을 그리고 있기에 그 내용이 너무나도 생동감있다. 자신이 직접 그린 천여장의 그림이 이를 더욱 뒷받침해주고 있다. 시튼은 보이스카웃 창설자이기도 한다는데, 그의 보이스카웃 정신이 바로 이러한 야생생활의 경험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얀이 6살 어린 시절부터 자연의 부름을 느껴가는 과정 역시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이 역시 시튼 자신이 경험했던 감정에 기반하여 쓰여졌을 것이다.

자연의 변화에 한번이라도 흥분해본 적이 없었거나 그 변화의 민감한 기운을 느껴보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할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얀과 시튼은 행복한 사람이다. 자녀들에게 이러한 행복을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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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꽃핀다
박노해 지음 / 해냄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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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씨가 최근 세번째 시집 <겨울이 꽃 핀다>를 내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시 중 박노해씨의 시 세계가 잘 드러나 있는 시를 먼저 인용해본다.

큰 산불이 나고
검은 바람이 불고
푸르던 나무들 불타버린
참혹한 빈 산에
검은 산에

아 그래도 풀씨는 살아
불탄 몸 쓰러져도 뿌리는 살아
여린 싹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중략)

그랬습니다.
일어서 고개 들어보면 절망이지만
허리 숙여 들여다보면 희망입니다.

- '검은 산에'

혁명가 박노해는 참혹한 빈 산, 검은 산의 황폐함과 모순됨을 강한 어투로 질타하였겠지만, 구도자 박노해는 '잊혀진 땅 속의 씨알 뿌리'의 희망과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

박노해씨의 시 세계는 혁명의 대립은 사라졌지만, 진보를 위한 대립은 아직 강한 생명으로 살아있다. 이를 위해 나아갈 길과 버려야 할 길이 '푸른 싹'과 '검은 산'처럼 선명히 대조되고 있다.

그리고 대조되는 이 양자 사이의 간극을 뛰어넘는 일은 뼈를 깎는 구도이자, 지난한 자기 성찰이다. '절망'과 '희망'의 절대적 간극을 박노해씨는 고통스런 자기강제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겨놓고 있는 것이다. 그 절망에는 현실 직시라는 냉철함이 있고, 희망에는 구도자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박노해씨의 메시지는 여전히 강렬하다. 전진을 위한 펄펄 뛰는 생동감은 사라졌지만, '함께'를 위한 조용하고 은은한 울림은 오히려 여전히 생동감 있다. 허리 숙여 '겨울이 꽃 핀다'를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은 바로 이 은은한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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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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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씨가 1979년에 지은 최초 동화집이 다시 묶여 <자전거 도둑>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박완서씨는 청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쓰고 싶어 썼던 각별한 애착이 가는 글이라고 한다.

<자전거 도둑>에는 모두 6편의 동화가 담겨 있다. 동화라 하지만 읽는 이가 어른이라 할지라도 이들 어른까지 푸근히 감싸줄 수 있는 품이 넓은 동화다.

'자전거 도둑'에서 수남이는 자신의 자전거가 바람에 날려 자동차에 흠집을 내는 바람에 자전거를 붙잡히는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이 때 자신의 잘못도 아니고 상대편은 부자다라는 것을 강변하면서 결국 자전거를 들고 도망친다. 이 때 수남이는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짜릿'한 쾌감을 느끼면서 '자기 내부에 도사린 부도덕성'을 감지한다. 짜릿함을 얘기하고 부도덕성을 얘기할 때, 이에 공감할 수 있는 독자층은 어린이만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이다.

이런 수남이의 행동을 주인 아저씨는 잘 했다고 칭찬해준다. 수남이는 그런 아저씨의 모습에서 비도덕성을 발견하고 그날 저녁 짐을 꾸린다. 짐을 꾸리는 수남이를 보고 가슴에 진한 여운이 남는다. 우리들 어린 시절이 그리운 것은 그것이 추억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선함을 잃지 않았던 때이기 때문일 것이기도 하리라. 박완서씨의 <자전거 도둑>에 쓰인 여섯편은 그런 의미에서 어른 독자까지 껴안고 있는 것이다.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이나 '옥상의 민들레꽃' 등 4편의 글은 도시와 시골의 삶 속에서 양자를 대별하면서 세상의 중요한 진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배경이 도시든, 시골이든 주제의식이 궤를 같이 하여 흐르고 있다. 그것은 문명의 편리보다 자연의 소중함을 얘기하는 것이며, 사람의 번지르한 겉 모습보다는 알찬 내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며, 화려한 성(城) 같은 우리의 삶이 척박함에 물들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성찰의 얘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얘기들은 따뜻한 감수성 속에서 꽃 피우고 있다. 70년대 후반 얘기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가슴을 울려줄 수 있는 동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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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21세기 - 1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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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알기쉬운 동양고전'을 강의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교수가 강연 내용을 토대로 '노자와 21세기'란 책을 내었다. TV로는 한번도 강연을 듣지 못했는데, 책으로는 좀 끌려 사보게 되었다.

책 내용 또한 강연하는 모습이 선연히 떠올려지는 느낌이다. 강연 시 많이 얘기를 끌어내기 위해 예를 드는 도입법이 그대로 서술되어 있어, 그다지 딱딱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김용옥교수가 철학, 한의학, 신학, 중국철학 등 두루 다방면을 전공한 이력이 있어 글 내용에서도 이러한 내공이 읽혀지고 있어, 글 읽는 재미도 다소 있는 편이다.

노자 철학을 그저 동양철학의 禪사상 정도로만 느꼈으나, 도덕경 첫 머리에 나오는 '道可道 非常道'를 설명하는 김교수의 글만 접해도 금방 그 선입견을 깨칠 수 있다. 세상을 읽는 심오한 철학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느낌에는 김교수의 탁월한 해석도 한 몫하고 있을 것이다. 1권에는 도덕경 6장까지를 해설하고 있는데, 2장부터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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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다윈이즘 - 웹 비즈니스에서 살아남는 7가지 핵심 전략
에번 I. 슈워츠 지음, 형선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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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7년에 <웹 경제학>을 내어 많은 관심을 모았던 에번 슈워츠 씨가 최근 <디지털 다윈이즘>을 내었다. 지난해 나온 책인데 이 쪽 분야에서 좋은 번역서를 많이 낸 세종서적에서 발빠르게 번역하여 나왔다.

<웹 경제학>은 웹에서 비지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한 9가지의 원리를 담고 있는 반면, <디지털 다윈이즘>은 웹 비지니스에서 살아남는 7가지 핵심 전략을 담고 있다. 전자가 성장기에 접어든 웹을 그리고 있다면(97년에 나왔지만 실제 기획은 95년부터 진행되었다), 후자는 성숙기에 접어든 웹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전자가 원리 위주로 기술되고 있다면 후자는 좀 더 폭넓은 시야에서 웹 비지니스를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2년 사이에 웹의 상황이 훨씬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자든, 후자든 공통점이 하나 있다. 수많은 사이트들의 실례가 풍부히 담겨져 있고 이를 구체적으로 들어가면서 서술하고 있어 독자의 이해를 쉽게 돕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이야말로 슈워츠씨의 책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7가지 전략은 솔류션 브랜드, 역동적 가격 전략, 파트너 마케팅, 가치 꾸러미, 네트워크 생산, 사이버 중개, 그리고 현실 세계와의 통합 등이다. 비행기표나 네트워크 Bandwidth를 온라인 경매 업체에 맡겨 판매하라는 '역동적 가격', 아마존과 같이 Associates Program을 이용하라는 '파트너 마케팅', 하나의 가격으로 제시되는 정보 상품들의 꾸러미는 대체로 그것을이 따로 판매될 때보다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가치 꾸러미' 등 의미해보거나 실제 적용해볼만한 전략들이 귀가 솔깃해지도록 서술해놓고 있다.

맨 뒤에 부록으로 이러한 7가지 전략을 실천하고 있는 Site들을 전략별로 분류해놓고 있어 이 역시 벤치마킹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해 보인다. <웹 경제학>에 이어 이 책도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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