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완서씨가 1979년에 지은 최초 동화집이 다시 묶여 <자전거 도둑>이란 제목으로 나왔다. 박완서씨는 청탁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쓰고 싶어 썼던 각별한 애착이 가는 글이라고 한다.

<자전거 도둑>에는 모두 6편의 동화가 담겨 있다. 동화라 하지만 읽는 이가 어른이라 할지라도 이들 어른까지 푸근히 감싸줄 수 있는 품이 넓은 동화다.

'자전거 도둑'에서 수남이는 자신의 자전거가 바람에 날려 자동차에 흠집을 내는 바람에 자전거를 붙잡히는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이 때 자신의 잘못도 아니고 상대편은 부자다라는 것을 강변하면서 결국 자전거를 들고 도망친다. 이 때 수남이는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짜릿'한 쾌감을 느끼면서 '자기 내부에 도사린 부도덕성'을 감지한다. 짜릿함을 얘기하고 부도덕성을 얘기할 때, 이에 공감할 수 있는 독자층은 어린이만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이다.

이런 수남이의 행동을 주인 아저씨는 잘 했다고 칭찬해준다. 수남이는 그런 아저씨의 모습에서 비도덕성을 발견하고 그날 저녁 짐을 꾸린다. 짐을 꾸리는 수남이를 보고 가슴에 진한 여운이 남는다. 우리들 어린 시절이 그리운 것은 그것이 추억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선함을 잃지 않았던 때이기 때문일 것이기도 하리라. 박완서씨의 <자전거 도둑>에 쓰인 여섯편은 그런 의미에서 어른 독자까지 껴안고 있는 것이다.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이나 '옥상의 민들레꽃' 등 4편의 글은 도시와 시골의 삶 속에서 양자를 대별하면서 세상의 중요한 진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배경이 도시든, 시골이든 주제의식이 궤를 같이 하여 흐르고 있다. 그것은 문명의 편리보다 자연의 소중함을 얘기하는 것이며, 사람의 번지르한 겉 모습보다는 알찬 내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며, 화려한 성(城) 같은 우리의 삶이 척박함에 물들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성찰의 얘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얘기들은 따뜻한 감수성 속에서 꽃 피우고 있다. 70년대 후반 얘기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가슴을 울려줄 수 있는 동화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