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번역가 안진환 씨가 사는 법 – 『피라니아 이야기』 번역 비판
이덕하
2008-02-10
번역서: 『피라니아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안진환 옮김, 시공사, 2007년 10월(초판, 50쇄).
원서: 『How to Survive Among Piranhas』, Joachim De Posada, Planeta, 2004.
안진환 씨의 2007년.. 1
『피라니아 이야기』와 『How to Survive Among Piranhas』의 차례 비교.. 3
싸구려 처세서에 왠 호들갑이냐고?. 5
안진환 씨의 2007년
번역회사 인트랜스(http://www.intrans.co.kr)의 대표인 안진환 씨는 2007년에 무려 30권의 번역서를 출간했다. 22권을 출간한 공경희 씨를 뛰어넘는 숫자다(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한 것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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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 - 1 년간의 중국산 보이콧을 통한 한 가족의 세계화 체험기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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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돈의 경제학 - 진정한 경제적 행복에 이르는 길 (2007년 12월)
세계주식회사 - 미래를 예측하고 트렌드를 앞서가는 이상적 기업 모델 (2007년 12월)
물론 번역서를 많이 낸 것은 죄가 아니다. 그 모든 번역서가 훌륭하게 번역되어 있다면 감탄과 찬사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피라니아 이야기』와 『How to Survive Among Piranhas』의 차례 비교
원서와 번역서의 차례를 비교해 보면 도대체 같은 책인지가 의심스럽다. 원서는 214쪽까지 있는데 번역서는 180쪽까지 밖에 없다. 글자 크기로 추정해 볼 때 원서의 내용 중 절반 이상이 삭제된 것 같다.
게다가 글의 위치도 제멋대로 바꾸었다. 원서의 “CONCLUSION”의 내용이 번역서의 “프롤로그”에 있으며, 원서의 “CHAPTER THREE”의 내용은 번역서의 “첫 번째 피라니아”에 있으며, 원서의 “CHAPTER FIVE” 중 “Story #3”의 내용은 번역서의 “두 번째 피라니아”에 있다.
지은이의 글
프롤로그 – 내 인생의 피라니아는 무엇인가?
첫 번째 피라니아 – 고정관념 –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자
두 번째 피라니아 – 모험 없는 삶 – 성공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것이다
세 번째 피라니아 – 목표 없는 삶 – 목표는 불굴의 의지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네 번째 피라니아 – 부정적 감수성 – 긍정적으로 말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다섯 번째 피라니아 – 질문과 요구 없는 삶 – 설득과 협상의 비밀은 질문하고 요구하는 것이다
여섯 번째 피라니아 – 열정 얻는 삶 – 열정은 모든 것을 사로잡는다
일곱 번째 피라니아 – 실행하지 않는 삶 – 출발하지 않으면 도착도 없다
에필로그 – 피라니아는 없다
옮긴이의 글
Dedication
Introduction
CHAPTER ONE – I Can Assure You, You Can Be Successful
CHAPTER TWO – You Must Set Goals
CHAPTER THREE – Changing Your Paradigms
CHAPTER FOUR – The Smart Test
CHAPTER FIVE – Stories to Motivate
Story #1: The Story of Jimmy
Story #2: The Clia Story
Story #3: The Saudi Arabia Story: To Go or not to Go … That Is the Question
Story #4: What Is Really Needed to Succeed
Story #5: The Gandhi Story
Story #6: Mission on the March
Story #7: The Story of Will, Determination and Spirit
Story #8: Panama’s Only Hope of a Medal in the 2000 Olympics
Story #9: How Much Is a Secret Inside an Envelope Worth?
Story #10: The Agony of Being Followed by Death
Story #11: On Death and Dying, the Ethics of Lying to Your Patient
Story #12: Learning from Your Failures
CHAPTER SIX – Wisdom of the Motivator
CHAPTER SEVEN – Sales
CHAPTER EIGHT – Spin Selling
CHAPTER NINE – Negotiation – Why Do We Need It?
CHAPTER TEN – The Big Five Locator
CHAPTER ELEVEN – Expanded Definitions of the Five Domains
CHAPTER TWELVE – Negotiating Concepts
CHAPTER THIRTEEN – An Entrepreneur’s World: Ten Keys to Success
CHAPTER FOURTEEN – Different Needs Motivate Different People
CHAPTER FIFTEEN – Questions to Get You out of Your Comfort Zone (And Test Your Limits)
CHAPTER SIXTEEN – Customer Service
CHAPTER SEVENTEEN – Marketing
CHAPTER EIGHTEEN – Innovation and Creativity
CHAPTER NINETEEN – Food for Thought
CONCLUSION
싸구려 처세서에 왠 호들갑이냐고?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의 번역을 비판했을 때 “뭐 그런 싸구려 처세서의 번역에 시비를 겁니까?”라는 반응이 있었다. 어차피 출판사에서 번역을 기획할 때부터 대충 짜깁기 번역을 하기로 계획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원문의 내용을 대폭 가감하는 것이 소위 처세서 번역의 관례인 것 같다. 하지만 『피라니아 이야기』의 어디에도 “원서의 내용 중 절반 이상이 삭제되었으며 글의 위치도 마음대로 바꾸었습니다. 원문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은 원서를 사서 보세요”라는 식의 안내 문구가 없다. 이 책의 표지에는 분명히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안진환 옮김”이라고 쓰여 있다. 따라서 독자는 당연히 원서의 내용이 고스란히 번역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므로 이런 무단 삭제는 사실상 사기다.
번역자 안진환 씨와 출판사 시공사에게 묻고 싶다. 이런 식으로 무단 삭제를 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싸구려 책이라고 생각했다면 도대체 왜 번역해서 출간했는가? 안진환 씨는 옮긴이의 글에서 이 책을 “인생의 성공과 행복의 길을 가르쳐주는 금과옥조(176쪽)”라고 표현했는데 왜 그 금과옥조의 절반 이상을 무단으로 삭제했을까?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의 번역 비판에 대해 “옮긴이가 아무리 제대로 옮겨도 편집자가 첨삭하기 때문에 옮긴이를 비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책 표지에는 옮긴이의 이름이 나온다. 옮긴이는 번역서의 명예만 얻고 책임은 회피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공경희 씨와 안진환 씨는 편집자에게 말 한 마디 하기 어려운 힘 없는 번역가가 아니다. 그들은 수 많은 출판사에서 수 많은 책을 출판했다. 그리고 공경희 씨는 교수이며, 안진환 씨는 번역회사 대표다.
독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원문의 내용을 무단으로 삭제하는 행위, 원문에는 있지도 않은 내용을 마음대로 첨가하는 행위 등이 관례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성행 중이다. 이런 악습은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