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팔려야지" 日출판사 도미노 도산

지난해 이후 중견업체 포함 72곳 문닫아
인터넷·게임기 영향… '출판왕국' 옛일로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출판 왕국 일본에서 출판사 도산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신용조사회사인 도쿄상공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00만엔 이상의 부채를 안고 도산한 출판사는 66개사로, 거품경제가 붕괴됐던 1992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폴 케네디의 <제국의 흥망>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중견 출판사 소시샤(草思社)와, 자비 출판 등을 앞세워 출판부수 일본 제일을 기록했던 신푸샤(新風舍) 등 6개사가 경영난으로 쓰러지는 등 도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출판뉴스사가 발행한 <일본의 출판사 2008~2009>에는 4,143개의 출판사가 수록돼 있는데, 이들 중 다수가 장기적인 출판 불황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출판계는 도산 사태를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성기였던 96년 이후 계속돼온 독자 감소에 의한 ‘근본적인 불황’인데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기 때문이다.
독서 강국이었던 일본의 독서 인구 감소는 인터넷, 휴대전화, 전자사전에서부터 왜곡된 유통구조, 저출산에 의한 인구감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터넷, 휴대전화, 게임기 등의 보급에 따른 젊은이들의 ‘활자 이탈’확산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닌텐도 게임기가 천문학적으로 팔리고,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소설이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활자 이탈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매출액이 400억엔에 이르는 다양한 기능의 전자사전 때문에 약 250억엔의 출판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이 같은 활자 이탈 현상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05년 문자ㆍ활자문화진흥법을 제정하는 등 독서를 국가 과제로 설정해 대처하고 있다. 최근 일선 학교들도 ‘아침 독서’ 시간을 만드는 등 학생들의 독서력 향상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게임기에 빠져 있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독서로 되돌아 올 지는 미지수다.
매년 일본의 독서 경향을 조사하는 요미우리(讀賣)신문은 90년대 후반부터 출판부수와 판매액, 젊은이들의 독서시간 등이 급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85년 10%를 밑돌았던 ‘책을 읽지않는 학생’이 2005년 40%를 넘어섰고, 반대로 매월 4권 이상 책을 읽는 학생은 같은 기간 40%에서 20%대로 떨어졌다. 도쿄상공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서판매액은 절정기였던 96년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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